환경부가 화평법(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대한 법률) 시행에 실패하면서 지원방안 마련을 추진하고 있으나 너무 늦었다는 평가가 뒤따르고 있다.
화평법은 화학물질을 정보 없이는 사용할 수 없다는 원칙을 내세워 화학물질의 유해성 자료 확보 및 등록 책임을 관련기업에게 부과하는 제도로 2015년 1월부터 시행됐고, 환경부는 2015년 7월 등록대상 기존 화학물질 510종을 선정해 2018년 6월30일까지 제조·수입기업들에게 공동협의체를 구성해 등록토록 의무화했다.
하지만, 산업계는 유해성 자료 확보가 어렵고 화학물질 등록비용이 수백만원에서 수억원에 달해 비용 부담을 이유로 이행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환경부는 2017년 10월17일 산업계 부담을 완화하고 제도 이행을 독려할 수 있는 지원방안을 제시했으나 중소기업들의 부담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화평법 이행이 어려워지며 해당기업들이 등록을 포기함에 따라 공동등록 대상물질 510종은 2017년 말 등록 완료건수가 50건에도 미치지 못해 2018년 6월30일 마감기한까지 100% 완료가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환경부, 화평법 개정 너무 늦었다!
환경부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등록절차가 복잡하고 등록비용이 부담돼 화평법을 이행하기 어렵다는 애로사항을 제기함에 따라 2017년 10월17일 「화평법 개정에 따른 중소기업 등 산업계 이행 지원방안」을 마련했다.
2030년까지 연간 1톤 이상 유통되는 모든 화학물질 약 7000건의 등록을 의무화하고, 영세한 중소기업의 부담이 가중될 것을 우려해 제도 정비, 비용 저감, 전과정 컨설팅 지원, 인프라 확충, 교육·홍보 등 다양한 지원방안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환경부 화학안전기획단 류연기 단장은 “환경부 단독으로 운영하고 있는 「화학안전 산업계 지원단」을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운영해 지원방안이 효과적으로 이행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원활하게 화학물질이 등록되고 조속히 국내 화학물질 안전 관리가 강화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하지만, 1차 등록이 완료되는 2018년 6월30일까지 6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아 화학물질 등록을 100% 이행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환경부는 2015년 7월 1차 화학물질 등록대상 510종을 고시했고 2030년까지 7000종 등록을 의무화할 예정이지만 1차 화학물질 등록도 이행되기 어려워 2030년까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환경부는 1차 등록물질을 처음 고시한 2015년 7월부터 무려 2년 넘게 지원방안을 마련하는데 소홀했다”며 “뒤늦게 제시한 방안도 장기적인 목표 달성을 위한 개선안이 대부분”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국내 화학산업은 중소기업이 96%로 1만5000곳에 달하고 있어 화평법의 전반적인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중소 화학기업 관계자는 “대부분 중소기업이 등록비용 부담으로 화평법을 이행하기 어렵고 극소수의 대기업만이 화학물질 등록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대부분 중소기업으로 이루어진 정밀화학은 석유화학에 비해 다양한 화학물질을 다루고 있어 등록건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다”고 밝혔다.


등록절차 간소화할 예정이나…
중소기업들은 위해성이 낮은 화학물질도 위해성 평가 자료를 제출하는 등 과다한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있어 화평법을 이행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환경부는 유사한 특성을 가진 화학물질을 통합해 시험자료를 생산·구매할 수 있도록 조치함으로써 비용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입장이다.
환경부는 “예를 들면, Ni, Ni(OH)2, NiCl2, NiO 등을 니켈화합물로 통합해 등록할 수 있도록 관련규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유사물질 통합등록과 함께 통합등록이 가능한 화학물질, 등록절차 등이 포함된 가이드라인은 2018년 6월 시행령 개정을 통해 제시할 예정이다.
또 UN(화학물질 분류·표시 국제조화시스템, Global Harmonized System of Classification and Labeling of Chemicals)에서 유해성이 있다고 분류되지 않은 물질은 시험자료 제출을 최대 47개에서 15개로 간소화할 방침이다.
제조과정에서 소멸돼 인체에 노출될 우려가 거의 없는 화학물질(중간체)은 EU(유럽연합)와 같이 유통량 1000톤 미만은 시험자료 제출 면제, 1000톤 이상은 자료 15개 항목만 요구할 예정이다.
하지만, 국내기업들이 주로 제조, 유통, 생산, 수입하고 있는 화학물질들은 1차 510종에 포함돼 2018년 6월 등록절차를 간소화해도 무용지물이라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화평법에서 요구하는 등록자료수가 많아 등록비용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대부분 화학기업들이 1차 등록으로 많은 등록비용을 지불할 것”이라고 밝혔다.
<허웅 선임기자: hw@chemloc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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