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석유화학 시장이 중국 경제의 성장률 둔화에 따라 크게 흔들리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마찰이 심화되면서 중국의 미국 수출이 크게 위축되고 이어서 중국산업이 침체될 수밖에 없기 때문으로, 중간소재로 사용되는 석유화학이 치명타를 입고 있다.
석유화학, 중국 리스크 “일파만파”
석유화학의 핵심인 에틸렌(Ethylene)은 수요가 감소하면서 6월 초 FOB Korea 톤당 770달러로 폭락했다.
스팀크래커의 4-5월 정기보수 집중과 함께 한화토탈의 노조 파업으로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900달러 선에서 등락했으나 MEG(Monoethylene Glycol), SM(Styrene Monomer) 제조용 수요 감소에 이어 PE(Polyethylene) 가동률이 하락하면서 수요가 크게 줄어들고 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PE는 2019년 들어서도 1100달러 선에서 등락함으로써 양호한 흐름을 이어갔으나 중국 수요가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산 셰일가스(Shale Gas) 베이스 저가제품이 대량 유입되면서 폭락세로 전환됐다.
LDPE(Low-Density PE)는 5월 중순까지 1000달러대 후반에서 등락했으나 6월 초 1000달러가 무너졌고 LLDPE(Linear LDPE)도 1000달러대 초반에서 900달러대 초반으로 폭락했다. HDPE(High-Density PE) 역시 필름(Film) 그레이드를 중심으로 한 초강세 현상이 물러나고 1000달러가 붕괴됨은 물론 900달러마저 위험해지고 있다.
MEG는 폴리에스터(Polyester) 체인 전반이 침체의 늪에 빠져들면서 CFR China 500달러가 붕괴될 위기를 맞고 있음은 물론 생산할수록 적자가 쌓이는 최악의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폴리에스터 체인은 MEG에 이어 PTA(Purified Terephthalic Acid)가 CFR China 700달러대 초반으로 크게 하락했고 P-X(Para-Xylene)은 2018년 내내 1100달러 이상으로 기세가 등등했으나 최근에는 700달러대 후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SM도 PS(Polystyrene), ABS(Acrylonitrile Butadiene Styrene) 생산이 줄어들고 한화토탈이 105만톤 플랜트를 재가동하면서 FOB Korea 1000달러가 붕괴됐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마찰에 따라 중국의 전자제품, 자동차부품, 선물용품 생산이 침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프로필렌(Propylene)은 아직도 FOB Korea 900달러 수준으로 강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PP(Polypropylene)가 급락에 이어 1000달러대 초중반으로 폭락함으로써 900달러가 무너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본, 중국수요 여전하고 간접수출만 영향
반면, 중국 경제가 침체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석유화학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한정적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일본 석유화학공업협회 회장인 모리카와 코헤이 쇼와덴코(Showa Denko) 사장은 2019년 3월20일 일본 석유화학공업협회 정례회의에서 중국의 경기둔화에 대해 “석유화학산업에 직접적인 영향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면서도 “예의주시해야 할 상황”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어 “앞으로 석유화학제품과 관련된 일상용품까지 타격을 받게 될지 혹은 영향이 미치기 이전에 중국 경기둔화 상황이 종료될지 살펴보아야 한다”면서 “석유화학 수요와 세계경제 전망을 가름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경기가 2018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부진양상을 나타내며 기계 분야를 중심으로 아시아 각국의 제조업이 악영향을 받고 있지만 석유화학은 큰 타격을 받지 않고 있다는 주장으로 해석된다.
중국 세관당국에 따르면, 2018년에는 식품포장 소재 등에 투입되는 LDPE, HDPE, PP, PS 등 4대 합성수지 수입이 2017년에 비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폐플래스틱 수입 전면금지 등으로 신규수지 대체수요가 창출됐고 미국과의 무역마찰로 관세가 부과되기 직전에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장기적으로는 무역마찰 영향 불가피
하지만, 일본 석유화학기업들도 미국이 셰일 베이스 석유화학제품의 아시아 수출을 확대하고 있고 미국-중국 무역마찰이 계속되고 있어 앞으로는 어떠한 영향을 받을지 알 수 없다는 우려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2018년 합성수지 수입량 가운데 LDPE가 40% 급증했으나 주로 셰일가스 베이스로 LLDPE가 53%, 고압공법 LDPE가 2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사우디를 비롯해 타이, 싱가폴산의 영향력이 확대돼 그동안과는 다른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산 셰일 베이스가 중국의 보복관세 부과를 피하기 위해 유럽, 중동, 아시아에 구축한 자사설비를 활용해 스와프 거래를 실행함으로써 중국시장에 우회수출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일본기업들은 중국의 석유화학 수요가 여전히 활기를 띠고 있고 세계 최대 소비국이라는 점에서도 큰 변화가 없으나 경기둔화와 미국과의 무역마찰 장기화 등으로 수요 부진이 심각해질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모리카와 코헤이 회장은 “중국의 구매력이 저하됐을 때 아시아 석유화학산업이 실제 어떠한 타격을 받게 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경계심을 나타냈다.
일본, 조달·판매 네트워크 안정화
화학제품 전문 무역상들은 중국 수요가 어떻게 변할지 주시하면서 중국사업을 안정화시키는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일본 전문상사들은 중국 고유의 트렌드 및 문제를 파악하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기업 사이의 상거래를 강화함과 동시에 아시아 전체의 수요 증가에 대응하는 등 비즈니스 형태를 다양화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에서 조달한 화학제품을 중국에서 판매하는 LtL(Local to Local)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환경·안전에 대한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조달·판매 네트워크 안정화를 중요시하고 있다.
일본기업들은 돌발적인 유통흐름 중단에 대한 대응, 현지 수요기업에 대한 제안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비즈니스는 정치적인 영향에 따른 리스크가 항상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에는 2018년 하반기부터 계속된 미국과의 무역마찰이 리스크로 자리 잡고 있으며 환율 변동의 영향, 관세 상승에 따른 코스트 압박을 주시하고 있다.
환경규제 및 공급 중단에도 대비해야…
일본 무역상들은 환경·안전 관련규제를 주시하고 있다.
중국은 2015년 발생한 톈진(Tianjin) 폭발사고 이후 위험제품 취급에 신중을 기하고 있고, 최근에는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을 주목하고 있으며 공장폐수 및 소음 기준치도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조공장 생산제한 및 가동중단, 위험화학제품을 중심으로 한 유통·보관·수송 업무 지연 및 중단이 다발하고 있다.
전문상사들은 중국사업에서 조달·공급 리스크가 확대됨에 따라 규제 통과 및 공급불안 해소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에서는 원료 공급불안이 확산됨에 따라 안정조달·안정공급체제를 확보한 신뢰성이 수요기업에 대한 제안·판매력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일본기업들은 안정조달·안정공급체제 구축을 사업기반 대책으로 설정하고 유통이 중단됐을 때 즉시 대응할 수 있도록 재고를 축적하고 있으며 통관, 물류를 포함한 유통 흐름을 다양화하고 있다.
나베린(Nabelin)은 수요를 확보함과 동시에 유통 흐름을 다양화하기 위해 화학제품 창고 네트워크를 확충하고 있다.
특히, 위험화학제품은 화동 및 화남, 다롄(Dalian), 톈진, 우한(Wuhan) 등 다양한 지역에 창고를 개설했다.
아울러 재고체제를 확충함과 동시에 품목별 등기를 엄격화해 법령을 준수한 확실한 수입제품 등기로 저스트인타임(Just in Time) 체제를 확립했으며 소량부터 재고 배송체제를 구축해 수요기업의 돌발주문에도 즉시 대응하고 있다.
수입과 관련된 통관업무를 신속·원활화하기 위해 품목별로 필요한 라벨을 직접 준비·사용하는 대책도 추진하고 있다.
가토산쇼(Kato Sansho)는 대체제품 확보, 일본산 위험화학제품 수입체제 정비를 선결과제로 설정하고 있다.
특히, 2018년 상반기에는 취급제품에 대한 서류 마련에 주력했고 이후 생산, 통관, 공급, 수송, 보관, 판매 등 모든 단계에 필요한 라이선스를 커버해 항상 제시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체제품도 제시하고 있으며 BCP(Business Continuity Planning) 관점을 포함한 수요처 지원도 실시하고 있다.
경쟁기업 및 파트너와도 협력 강화
중국에 진출한 일본 전문상사들은 통관, 물류를 포함한 조달 원활화, 재고 확충을 통해 수요처에 대한 안정공급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공장의 가동중단이 계속되고 있어 안정공급이 과제로 부상하고, 미국과의 무역마찰로 통관업무가 정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위험화학제품을 수입하던 일부 상사는 통관업무가 정체됨에 따라 경쟁기업으로부터 대체제품을 융통해 해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대폭적인 규제 이탈로 몇년 전부터 중단됐던 현지 경쟁기업 생산제품의 유통까지 부활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일본기업들은 수익력이 악화될 것으로 판단하고 경쟁기업, 파트너를 포함한 중국기업들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안도파라케미(Andoh Parachemie)는 직원들의 기동력을 적극 활용해 현지 조달원의 라이선스 및 현장 상황을 정기적으로 확인하고 있으며, 현지에 있는 일본기업에 이어 중국기업에 대한 공급 및 일본 수출도 계획하고 있어 영업력과 함께 안정조달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에이알브라운(AR Brown)은 중국에서 자체 브랜드인 방습 절연 코팅소재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상하이(Shanghai) 소재 협력공장에서 조달하고 있으나 상하이 공장에서는 희석제인 범용 시너만 생산하고 주제는 일본제품을 수입해 사용하고 있다.
타이에서는 주제와 희석제를 모두 생산하고 있으나 중국에서는 규제당국이 가동중단 명령을 내리는 사례가 있어 희석제만 생산하고 있으며 제조공정을 포함해 공급체제를 확립함으로써 판로를 안정화하고 있다.
화학제품 물류 확충에 가동중단 명령 선제대응
위험물 창고도 분산해 보관기능 중단에 대응하고 있다.
토모에(Tomoe Engineering)는 출하용 물류까지 포함한 관리를 강화하고 있고, 선전(Shenzhen)에서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컴파운드 가공사업은 자체 트럭을 확충해 운영하고 있다.
폐가스 규제의 영향으로 수송차량에 대한 기준이 엄격해지고 있는 가운데 선전 지방정부가 자체적으로 폐가스 규제를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광저우(Guangzhou) 지역 번호인 차량은 적용이 강화되고 있어 현지 수송기업 중에서는 수송차량 운행이 중단된 사례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토모에는 선전 당국이 정한 기준성능을 충족시키는 자체 트럭으로 안정공급체제를 확립했다.
다른 전문상사들도 현지 조달사업을 중심으로 파트너 선정을 엄격화하고 있다.
제조원 소식, 현장정보 수집을 강화하고 있으며 당국이 공업단지 전체를 대상으로 생산중단 명령을 내리는 사태에 대비해 거래처 공장 외에 주변조건을 포함한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다만, 중국 정부는 최근 환경·안전을 이유로 일률적으로 규제하는 방식을 재검토하고 있으며, 특히 공업단지 전체가 가동을 중단하는 사례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현지 중소기업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의 무역마찰이 계속됨에 따라 정부가 경쟁력 유지를 주요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 비즈니스는 조달, 수송, 보관, 판매, 출하를 포함한 서플라이체인 전반의 안정화가 요구되고 있고, 일본 전문상사들은 통관을 포함해 개별 단계에서 규제를 준수하고 안정공급체제를 확립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화학제품 자체의 공급능력 뿐만 아니라 유통 흐름이 중단됐을 때 대체경로를 통해 수요기업들에게 필요한 상품을 공급할 수 있는 체제 구축이 영업력 강화에 필수요소로 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