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들이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완화를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10월10일 제16차 뿌리산업위원회를 열고 화평법, 화관법 적용 유예를 요구했다. 주조·금형·소성가공·용접·열처리·표면처리 등 6대 뿌리 업종의 영세기업들이 화평법의 화학물질 등록의무로 인해 수천억원이 소요되는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다고 하소연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들은 일본, 타이완처럼 정부가 직접 화학물질 등록에 필요한 시험분석 데이터를 만들어 배포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화관법이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기준을 대기업과 영세 중소기업 구별 없이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는 것도 차등 적용하고, 2019년 말까지 취급시설 기준을 지키기 어려운 사업장에 대해서는 유예기간을 연장해줄 것도 요구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7월 말 제30차 중소기업환경정책협의회에서도 환경부를 상대로 유해화학물질 소량 기준 상향 조정과 취급시설 차등 적용, 유해화학물질 영업허가 기술인력 기준 완화, 일회용 봉투·쇼핑백 등에 대한 이중규제 완화,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환경개선보조금 지원 등을 요구한 바 있다.
영세 중소기업들이 건당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 들어가는 화학물질 등록의무를 이행하는 것이 상당히 무리가 따른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고, 환경부가 컨설팅이니 무엇이니 하면서 시험분석 및 등록 비용을 부풀리는 오류를 빠르게 시정했어야 하나 아직까지도 미적거리고 있을 뿐 무엇 하나 속 시원하게 해결한 것이 없다.
만약, 해결할 의지가 있었다면 화학단체들이 화학물질 시험분석 및 등록을 대행하게 함으로써 중복을 개선하거나 같은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중소기업들을 모아 시험·등록함으로써 비용과 시간을 대폭 절감토록 하는 방법이 있었다.
그런데도 환경부는 법을 지키지 않으면 형사적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았을 뿐 화평법을 안착시키면서 중소기업들이 무리없이 등록할 수 있는 방안을 전혀 제시하지 않았고 그러할 생각도 없었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은 날 잡아 먹어라 발을 뻗으면서 더이상 화평법을 지키지 못하겠다고 나가떨어지는 형국이다. 앞으로 어찌할 것인가? 중소기업 CEO 대부분을 범법자로 내몰 것인가? 아니면 중소기업이 요구하는 데로 유예해줄 것인가? 난감하기 이를 데 없다.
그리고 기껏 제시하는 것이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에 대한 심사절차 간소화이다.
그것도 고작해야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은 공정안전보고서를 고용노동부에, 장외영향평가서와 위해관리계획서를 환경부에 제출해야 하는 행정적 부담을 통합서식 작성과 공동심사를 통해 경감시켜주겠다는 것이다.
이미, 아니 오래전에 시행했어야 할 정책을 미적거린 후 이제야 생색내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 심사절차 간소화 조치에 고마워하는 중소기업은 없을 것이다. 지극히 형식적이고 실효성도 별로 없으며 피부에 와닿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시험·등록을 면제해줄 수도 없고 무한정 유예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더 큰 문제는 화평법 취지를 왜곡할 가능성이 크고 법을 위반해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환경부는 스스로의 과오를 인정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즉각 제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