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 석유화학 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동남아시아에서는 2020년 상반기에 NCC(Naphtha Cracking Center) 정기보수를 집중 실시할 예정이어서 에틸렌(Ethylene) 가격이 반등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중국 제조업 감산이 장기화된다면 화학제품 수요가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석유화학기업과 무역상들은 2019년 9월 사우디 석유 생산설비가 드론 공격을 받은 이후 강세를 계속했던 나프타 가격을 포함해 여러 요인이 겹침에 따라 석유화학 수급·가격 예측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 사태에 정기보수 연장으로 대응
동남아에서는 2020년 상반기에 타이, 싱가폴, 말레이지아 등에서 에틸렌 크래커들이 잇따라 정기보수를 실시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타이 PTT Global Chemical(PTTGC)이 No.1 NCC 정기보수를 진행하고 있고 3월 No.2 정기보수에 착수해 4월 말 완료할 계획이다.
여름에는 롯데티탄(Lotte Chemical Titan), 엑손모빌(ExxonMobil Chemical)도 정기보수를 예정하고 있다.
아시아 NCC들은 아세안(ASEAN) 수요가 2019년 이후 계속 감소세를 나타냄에 따라 수익성 보전을 위해 에틸렌 가동률을 낮추고 있다.

엑손모빌은 싱가폴 크래커 가동률을 낮추었으며 정기보수 일정도 장기간으로 늘려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기보수와 감산 움직임이 겹치면서 에틸렌 가격은 상승세로 전환됐다.
현물가격은 2019년 12월 CFR SE Asia 톤당 620-630달러를 저점으로 상승해 2020년 1월 말에는 800달러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상승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나프타(Naphtha) 가격이 2월 말 C&F Japan 430달러로 폭락했고 국제유가도 배럴당 50달러 초반으로 폭락하면서 톤당 700달러를 방어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하반기에는 에틸렌 공급과잉 확대 불가피
아시아‧태평양 석유화학기업 대부분은 2020년 상반기에는 올레핀 수급이 타이트하나 하반기에는 완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기보수 행진이 일단락되고 말레이지아 페트로나스(Petronas)가 추진하고 있는 석유정제‧석유화학 컴플렉스 건설 프로젝트인 RAPID(Refinery & Petrochemical Industries Development)가 에틸렌 120만톤 크래커를 상업 가동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타이에서도 PTTGC가 신규 60만톤 크래커를 완공하고 공급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울러 최근 코로나19 감염증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진행되고 있는 중국 제조업의 감산 상황이 장기화된다면 화학제품 수요가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하락요인으로 대두되고 있다.
미국-중국 무역마찰에 따른 타격을 피해 서플라이 체인을 동남아로 옮긴 중국기업들이 많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영향이 중국에만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자동차 부품과 포장 소재에 사용하는 PP(Polypropylene)는 최근 원료 프로필렌(Propylene)과의 스프레드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태이며 앞으로도 상황이 호전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이외에도 시장의 불확실성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산재하고 있다.
나프타는 아람코(Saudi Aramco)의 석유 생산설비 2곳이 드론으로 피격당한 이후 2019년 하반기에만 30% 이상 급등했다.
드론 피격 사건이 올레핀이나 합성수지 가격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나프타는 급등함으로써 나프타를 다량 사용하는 NCC 가동 석유화학기업들은 에틸렌-나프타 스프레드를 충분한 수준으로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감염증 확산으로 나프타와 원유 스프레드도 축소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미국-중국 무역마찰과 관련해서는 양국이 2020년 1월 1단계 무역합의에 성공했으며 중국이 미국산 프로판(Propane)에 부과한 관세를 30%에서 25%로 낮추었다.
여전히 높은 수준의 관세율이지만 중국의 PDH(Propane Dehydrogenation) 가동률과 경쟁력이 향상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 중국의 올레핀 수급이 주목되고 있다.
일본, 풀가동 체제가 끝나간다!
일본은 2020년에도 에틸렌 풀가동 체제를 이어나갈 수 있을지 의문시된다.
일본은 2019년 에틸렌 평균 가동률이 실질적 풀가동 기준인 95% 이상을 상회했으나 2020년에는 가동률 상승요인과 하락요인이 혼재하고 있어 풀가동 체제 유지 가능성이 낮게 나타나고 있다.
정기보수가 2019년에 비해 많아 가동률이 상승할 수도 있으나 올레핀과 유도제품 시황이 악화되고 있고 일본은 물론 세계경제 성장이 둔화되면서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는 점에서 생산량을 크게 늘리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2019년 10월 발표한 전망에서 교역량 증가율이 2019년 1.2%에서 2020년에는 2.7%로 크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4월 발표한 2019년 2.6%, 2020년 3.0%에서 하향 조정한 것으로, 미국-중국의 추가관세 부과 움직임과 함께 글로벌 경제성장률이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을 하회하는 슬로우 트레이드 상황이 이어지면서 무역마찰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교역 증가율이 더 둔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합성수지 약세로 에틸렌 공급과잉 전환
일본은 2019년 에틸렌 생산량이 641만7100톤으로 전년대비 26만1000톤 증가했고 평균 가동률은 95.4%를 기록했다.
그러나 2020년에는 임시 정기보수 1기를 포함해 총 6기의 에틸렌 크래커가 정기보수를 예정하고 있다.
가동일수를 반영해 2019년 평균 가동률과 비교하면 2020년에는 생산량이 2018년과 유사한 610만톤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정기보수를 실시한 크래커가 2기에 불과했던 2019년에 비해서는 정기보수를 많이 진행하기 때문에 가동률이 올라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일본 석유화학공업협회 회장인 모리카와 코헤이 쇼와덴코(Showa Denko) 사장은 정례회견에서 “가동률이 95%를 하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피력했다.
LDPE(Low-Density Polyethylene), HDPE(High-Density PE), PP, PS(Polystyrene) 등 4대 합성수지 수요가 일본과 해외에서 부진 양상을 나타내고 있고 나프타 수급이 타이트하다는 점에서 가동률 하락 가능성을 제기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시아는 2019년 올레핀 유도제품 현물가격이 크게 하락했다.
LDPE는 CFR NE Asia 톤당 1100달러 이상에서 900달러대 후반, HDPE는 1300달러 초반에서 800달러대 중반으로 폭락했다.
자동차 생산대수 감소로 수요가 줄어들면서 PP는 900달러대 초반으로 2018년 10월 중순에 비해 350달러 정도 폭락했다.
합성고무는 타이어용 SBR(Styrene Butadiene Rubber)이 1300달러대 중반으로 150달러 정도 하락했다.
크래커 가동률 하락에도 나프타는 강세
합성수지가 수요 부진으로 약세를 나타내고 있는 반면 나프타는 수급타이트로 강세를 계속하고 있다.
2020년에는 나프타와 유도제품 스프레드가 축소되면서 스팀크래커 가동률 상승을 저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19년에는 아시아 수급 상태를 나타내는 나프타-브렌트유(Brent) 스프레드가 9월 중순을 경계로 큰 폭으로 확대됐다.
9월 초 일시적으로 마이너스 스프레드를 포함해 톤당 수달러에서 40달러 정도에 그쳤으나 9월 중순 이후 60달러 후반부터 평균 70달러로 확대됐고 80달러 이상을 넘보는 수준으로도 벌어졌다.
나프타는 등락을 반복하고 있어 폴리올레핀(Polyolefin) 생산기업들의 2020년 1월 전후에 걸친 가격인상 작업이 영향을 받고 있다.
중동의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중동산 나프타 공급이 감소했을 뿐만 아니라 중동 정유공장의 정기보수에 비해 아시아 스팀크래커의 정기보수가 적다는 점도 수급타이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월평균 120만-140만톤 정도 유입되고 있는 유럽산도 유럽 정유공장의 가동상황, 휘발유용 미국 수출 등에 따른 유럽산 나프타 가격 변화, 동북아시아 지역과의 가격 차이 영향으로 증가와 감소를 반복하고 있다.
동북아시아와 유럽의 나프타 가격 스프레드는 2020년 1월 말 톤당 4달러 정도로 최근 수년간 평균 16달러를 크게 하회했다.
올레핀 약세로 크래커 수익성 악화
나프타 강세와 반대로 올레핀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에틸렌은 2019년 CFR NE Asia 톤당 800달러대 후반으로, 1100달러대를 형성한 1분기 이후 1000달러를 밑돌았다. 10월에는 한때 600달러대를 형성했으며 대체로 700달러에서 800달러대 초반에서 움직였다.
나프타와의 스프레드는 2019년 초 이후 200달러대 중반을 회복했으나 400-600달러를 나타냈던 2019년 초에 비해서는 절반 수준에 그쳤다.
프로필렌(Propylene)은 900달러대 중반을 상한으로 완만한 하락세를 이어가 2020년 2월 800달러 수준으로 하락했고, 2019년 초 1200달러에 근접했던 부타디엔(Butadiene)도 11월 이후 하락세를 나타내 2월 중순에는 800달러대 초반을 형성했다.
올레핀이 잇따라 하락하면서 나프타와의 스프레드가 축소됨으로써 스팀크래커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12월 중순에는 브렌트유가 상승했으나 나프타는 하락함으로써 일반적인 상황과는 정반대 움직임을 나타냈고 올레핀도 하락했다.
이에 따라 나프타-브렌트유 스프레드가 톤당 20달러로 축소됐으나 에틸렌-나프타 스프레드는 200달러대 후반으로 확대됐다.
아시아에서는 가동률 조정을 시작했다.
LG화학은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에틸렌 23만톤 크래커를 단기 가동중단했고, 인도네시아 Chandra Asri Petrochemical(CAP)과 싱가폴 소재 스팀크래커들도 1월 가동률을 5-10% 정도 낮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일본 역시 스팀크래커의 가동률을 유지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강윤화 선임기자: kyh@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