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화학이 배터리 소송을 지루하게 끌면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LG그룹 구광모 회장이나 LG화학 신학철 부회장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LG화학은 2020년 6월 서울중앙지검에 산업기술보호법,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SK이노베이션을 고소했다고 한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한 것으로도 모자라 국내에서 경찰에 이어 검찰 수사까지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LG화학의 주장대로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인력 및 영업비밀을 탈취했다면 처벌을 받겠지만 ITC, 경찰, 검찰까지 동원하는 총력전을 펼칠만한 가치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LG화학은 검찰 고소가 신속한 사실 규명을 위한 의견서 개념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합의가 불가피한 가운데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에서 검찰 고소를 통해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의심받고 있다. 경찰에 고소한 지 1년이 넘었으나 사실관계 규명이 쉽지 않고 SK이노베이션이 생각처럼 무릎을 꿇지 않자 검찰을 동원하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화학사업을 영위하는 당사자로서 갈데까지 가 승부를 보겠다는 결의는 순수해 보이지도 않고 또 민망하기 그지없다.
아마도 SK이노베이션이 영업비밀 탈취를 인정하고 거액을 배상하는 선에서 타협할 것으로 기대한 모양이나 특허 침해나 기술 탈취는 판단이 쉽지 않아 경찰이나 검찰이 처리하기 어렵고 결국에는 ITC가 결론을 낸 후 처벌이든, 배상이든, 타협이든 가능할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하지만, LG화학이 글로벌 전기자동차 배터리 시장을 장악해가고 있는 마당이어서 자동차기업들이 보는 시각은 결코 호의적이지 않다.
포드와 폭스바겐이 ITC에게 SK이노베이션이 미국에서 전기자동차 배터리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부품을 들여오는 것을 금지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서를 제출한 것도 SK이노베이션과 계약관계에 있기도 하지만 LG화학의 독과점적 횡포를 우려한 방어 차원의 행동으로 해석되고 있다.
만약, SK이노베이션이 패소하면 SK이노베이션은 미국으로 배터리 셀, 모듈, 관련 부품 및 소재를 수입할 수 없어 미국사업을 접어야 하고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전기자동차 배터리를 공급받을 예정인 포드와 폭스바겐은 수급 불확실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LG화학의 생각과 목표가 무엇인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으나 과연 전기자동차용 배터리를 두고 법적 싸움에 시간을 낭비할 필요성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배터리 시장의 흐름이 리튬이온전지에서 전고체전지로 전환되고 있기 때문으로,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과 소송을 벌일 때 누가 가장 좋아하면서 손뼉을 칠지는 자명하다. 전고체전지 개발에서도 일본이 가장 앞서가고 있다.
일본 정부와 도요타자동차가 전고체전지 개발을 선도하고 있는 가운데 도레이, 스미토모케미칼, 히타치, 교세라 등이 전고체전지 및 소재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고 3-4년 후에는 상업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삼성SDI가 전고체전지를 2027년까지 상용화하겠다고 발표하는데 그치고 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법적 싸움과는 별개로 전고체전지 개발을 서둘러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출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