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자컴퓨터는 고전 컴퓨터의 비트(0 또는 1) 대신 큐비트(0이면서도 1)로 연산하는 신개념 컴퓨터로 화학제품, 신약 개발에 활용이 기대되고 있다.
고전 컴퓨터의 비트 10개는 2를 10번 곱한 1024가지 경우의 수를 나타낼 수 있으나 최적값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한번에 하나씩 1024번 연산을 반복해야 하는 반면, 양자컴퓨터의 큐비트 10개는 1024가지 경우의 수 연산을 한번에 끝냄으로써 최적값을 찾아낼 수 있고 경우의 수가 무한대로 많은 빅데이터 연산, 특히 바이오 기술 분야에서 유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양자물리학 원리 적용한 신개념 컴퓨터
현존하는 세계 최강 슈퍼컴퓨터는 IBM의 서밋으로 초당 33경번의 연산능력과 함께 77만5000개의 중앙처리장치(CPU), 3만4000개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갖추고 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유행을 계기로 8000여개 화합물을 분석해 치료제 후보물질 7개를 추렸지만 이를 능가하는 성과를 내놓지는 못했다. 각국 연구진들도 기존 약물 재활용 이상의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언제 더 강력하게 출현할지 모르는 미지의 바이러스 퇴치 기술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슈퍼컴퓨터보다 수십억배 이상 빠른 양자컴퓨터가 주목받고 있다. 
양자컴퓨터는 양자물리학의 원리를 적용한 신개념 컴퓨터로 비트 단위로 계산하는 기존 컴퓨터와 달리 큐비트 단위를 이용해 정보처리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고, 수조개에 달하는 인체 내 세포와 단백질, DNA 등의 상호작용 분석에서 슈퍼컴퓨터보다 월등한 성능을 자랑하고 있다.
구글(Google)은 2019년 10월 양자컴퓨터 시커모어(Sycamore)를 내놓으며 일반 슈퍼컴퓨터보다 15억배 빠른 성능을 가졌다고 발표했다. 구글이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함께 2015년 12월 슈퍼컴퓨터보다 1억배 빠른 컴퓨터라고 소개한 지 4년이 안돼 연산성능을 15배 강화했다.
Market Research Future에 따르면, 세계 양자컴퓨터 시장은 2019년 8억200만달러에서 2023년 28억2200만달러로 5년간 3배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슈퍼컴퓨터 8억4000만년을 단 1초에…
양자컴퓨터는 인공지능(AI)과 동전의 앞뒤 관계인 빅데이터 최적화 문제를 가장 잘 풀 수 있는 꿈의 컴퓨터로 평가되고 있다.
양자컴퓨터 성능을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최적화 문제는 배송으로, 택배기사가 출발해 하루 5곳을 돈다고 가정하면 가능한 경우의 수가 120가지(5×4×3×2×1)이고 최단거리를 찾아내는 것이 어렵지 않으나 배송지가 늘어날 때마다 경우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해결이 어렵다. 10곳이면 362만8800가지(10×9×…×2×1), 15곳이면 1조3076억7436만8000가지로 15곳까지는 슈퍼컴퓨터로도 0.001초 안에 최단거리 계산을 끌어낼 수 있다.
30곳이 되면 슈퍼컴퓨터로도 8억4000만년 이상 걸리나 구글이 2019년 공개한 15억배 빠른 양자컴퓨터 시커모어를 사용하면 30곳 배송 문제를 1초 안에 풀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송 문제는 가로축을 배송지(A, B, C…), 세로축을 방문 순서(1, 2, 3…)로 정한 행렬 형태로 나타낼 수 있고 행렬 각 항을 큐비트로 대응시키면 바둑판 같은 격자 모형(아이징 모형)이 된다.
양자컴퓨터 칩세트(프로세서)를 뜯어보면 격자 모형으로 돼 있고 격자 모형은 함수로 나타낼 수 있으며 함수의 최소값을 구하는 것이 양자컴퓨터의 연산 결과이다.
미국 주도로 글로벌 개발 경쟁 본격화
양자컴퓨터의 구동은 아날로그와 디지털 방식이 있으며 최초의 상용 양자컴퓨터인 미국 D-웨이브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
아날로그 양자컴퓨터는 극저온에서 작동하는 초전도 자석을 활용하고 있으며 분자구조 시뮬레이션(양자화학)에 특화돼 있다.
양자컴퓨터가 신약 개발을 앞당길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이다.
양자컴퓨터는 연산능력이 뛰어나 수십억개의 염기쌍으로 구성된 DNA, 수조개의 인체 세포에 작용하는 경우의 수를 쉽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이오븀 등 초전도 금속으로 만든 반지 모양 회로를 영하 273도에 가깝게 냉각하면 좌우 방향으로 회오리치듯 전류가 흐르고, 전류의 방향으로 양자컴퓨터의 기본 연산단위인 큐비트를 구현하며, 큐비트 간 얽힘을 조절하면서 최적화 문제의 해답을 찾아낼 수 있다.
최초의 상용 양자컴퓨터는 2011년 미국 록히드마틴이 도입한 아날로그 방식의 D-웨이브 1이고, NASA와 구글은 2015년 말 1억배 빠른 양자컴퓨터 D-웨이브 2X를 도입했다.
미국은 2018년 글로벌 양자컴퓨터 주도권을 잡기 위해 국가 양자이니셔티브(NQI) 법률을 제정한 후 NASA, 국방부, 국립과학재단(NSF), 국가안보국(NSA), 정보고등연구기획국(IARPA),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 매사추세츠공대(MIT), 스탠퍼드대학 등이 양자컴퓨터를 개발하고 있다.
영국도 2014년 수상 직속 공학‧자연과학 연구위원회(EPSRC) 주도로 국가 양자기술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3억4200만달러를 투자키로 했으며, 일본은 문부과학성 주도로 슈퍼컴퓨터를 능가하는 양자컴퓨터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양자화학 문제 해결에 ICT 최적화 기술 부상
양자컴퓨터는 미래를 바꿀 기술로 5년 이내에 2가지 분야에서 판도를 바꿀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첫째는 양자화학 문제를 양자컴퓨터로 푸는 것이고, 둘째는 복잡한 연산이 필요한 ICT(정보통신기기) 분야 최적화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양자화학 분야에서는 새로운 물질 발견, 개인 맞춤형 신약 개발 등이 화두로 대두되고 있다. 고효율 배터리 개발을 위한 2차전지용 물질 연구, 새로운 OLED(Organic Light Emitting Diode) 물질 연구 등이 대표적이다.
방대한 데이터 처리가 필요한 AI와 서비스 최적화 분야에서도 양자컴퓨팅이 널리 적용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수천만대의 자동차 동선을 실시간으로 추적해 최적화된 자동차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컴퓨팅 자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양자컴퓨터 활용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컴퓨팅 기술은 이론적으로 지금보다 100만배 이상 성능을 개선할 여지가 있지만 현재 메모리 반도체와 CPU 등을 만드는 실리콘 기반 기술이 한계로, 양자컴퓨팅 기술이 요구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 삼성SDS, 현대자동차, LG전자 등이 양자컴퓨터 기술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기술 격차가 커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경쟁력 확보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미국은 2018년부터 5년간 양자컴퓨팅 분야에 12억달러(약 1조4000억원)를, 중국은 5년간 1000억위안(약 16조50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한국은 2019년부터 5년간 큐비트급 양자컴퓨팅 실증기술 개발을 목표로 445억원을 투자한다.
글로벌 IT 강자도 양자컴퓨팅 주도권 다툼
양자컴퓨팅(Quantum Computing)이 차세대 먹거리를 위한 핵심 기술로 부상하면서 글로벌기업의 주도권 싸움도 치열해지고 있다.
구글은 2019년 10월 자체 개발한 양자컴퓨터를 이용하면 슈퍼컴퓨터로 1만년 걸리는 연산(난수 증명 문제)을 200초 만에 풀 수 있다고 발표하고 양자컴퓨터 칩 시커모어가 세계 최강의 슈퍼컴퓨터로 불리는 IBM의 서미트를 눌렀다고 자랑했다.
양자컴퓨터가 기존 슈퍼컴퓨터의 연산능력을 능가하는 양자 우월성(Quantum Supremacy)을 달성한 최초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209년 11월 클라우드 기반 양자컴퓨팅 서비스 애저 퀀텀을 선보였고, 12월에는 아마존 웹서비스(AWS)가 클라우드와 양자컴퓨터를 결합한 브라켓 서비스를 내놓았으며, 반도체 강자인 인텔도 양자 프로세서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양자컴퓨팅 시장에 글로벌 IT 공룡들이 앞다퉈 뛰어드는 것은 수학적 난제에 해당하는 계산문제를 아주 빠르고 적은 전력으로 계산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완벽한 양자컴퓨터를 만들려면 앞으로 10년 정도가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되나 특정분야에서는 현재 기술로도 연산능력이 슈퍼컴퓨터를 앞서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