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디아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제조업 육성, 무역적자 감축, 은행의 불량채권 문제 해결 등 과제가 산적해 있는 가운데 석유화학을 중심으로 중화학 육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제조업 육성이 순조롭지 않아 고전하고 있다. 인디아 정부는 GDP(국내총생산)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2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으나 아직 15%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인디아는 제조업 육성을 통해 실업문제 해결을 시도하고 있으나, 2018년 전체 실업률이 6%에 달했고 도시지역 청년층은 8-9%로 10%에 육박해 모디 수상 정부가 고심하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Pandemic: 세계적 전염병 대유행)이 심화돼 확진자가 미국을 추월함으로써 경제성장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천연가스·재생에너지 활용 확대
인디아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견인할 수 있는 분야로 제조업을 주목하고 2019년 9월 Make in India 정책을 지원하기 위해 법인세 감면을 결정했다.
법인세율을 35%에서 25%로 낮추고 2019년 10월 이후 설립되는 제조법인에 대해서는 2023년 3월 말까지 생산을 시작한다는 조건 아래 17% 세율을 적용할 방침이다.
무역적자를 감축하고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1차 에너지 균형 및 전원 구성 최적화가 요구되고 있어 천연가스, 태양광발전 등 재생에너지 이용을 확대하고 있다.
인디아는 1차 에너지원 투입비율이 석탄 45%, 석유 25%에 달하나 천연가스는 6%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인디아 정부는 대기오염을 경감하기 위해 석탄 및 중유 비중을 낮추면서 2030년까지 천연가스 비중을 15%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무역적자 감축과 관련해서도 에너지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인디아 석유·천연가스청에 따르면, 2019년 원유 수입량은 약 2억3000만톤으로 세계 3위를 기록했으며 수입액은 인디아 전체 수입액의 30%를 넘어 무역적자의 핵심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원유는 이란, 사우디, 나이지리아 등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액화천연가스(LNG)는 카타르, 러시아, 오스트레일리아 등에서 연평균 2200만톤을 수입하고 있다.
원유 및 천연가스는 대부분 중동산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에너지 수입 다원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특히 미국과의 관계를 중시하고 있다.
2018년 인디아 천연가스공사(GAIL)가 미국산 셰일가스(Shale Gas) 수입을 시작했고 최근에는 미국산 LNG 및 원유 수입을 확대하고 있다.
인디아 정부는 수력, 바이오매스,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능력을 2020년 175GW로 확대하고 최종적으로 450GW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으나 2019년 발전능력은 약 90GW로 전체의 25%에 불과해 2020년 목표도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전원 구성을 최적화하기 위해 태양광발전 확대를 추진하고 있어 대폭적인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태양광은 발전능력이 40GW에 불과하나 앞으로 가스화력발전 수준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미국과 관계개선 통해 에너지 사업 확대
나렌드라 모디 인디아 수상은 2020년 2월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처음 인디아를 방문했을 때 구자라트(Gujarat) 소재 아마다바드(Ahmedabad) 경기장에 12만명을 동원해 성대한 환영식을 개최했다.
양국은 무역문제를 안고 있어 정상회담에서 별다른 성과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됐으나 실제로는 인디아 국방 및 에너지 안전보장에 있어 매우 중요한 회담이 이루어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국영 India Oil(IOC)과 미국 엑손모빌(ExxonMobil)은 트럼프 대통령이 인디아를 방문했을 때 천연가스 공급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의 LNG 생산·물류 시스템 메이저 Chart Industries와 공동으로 파이프라인 공급이 불가능한 지역에 차량, 화물철도, 수상교통 등을 이용해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인프라를 정비할 계획이다.
마하라슈트라(Maharashtra), 구자라트, 서벵골(West Bengal), 오디사(Odisha) 등에서는 국영 및 민간기업들이 LNG 터미널을 건설하는 등 관련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디아는 천연가스 수입이 증가함에 따라 가스 베이스 화학제품 생산을 확대하고 있고, 대표적으로 GAIL은 마하슈트라에서 프로판(Propane) 베이스 화학제품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프로필렌(Propylene)을 생산하는 PDH(Propane Dehydrogenation) 설비와 PP(Polypropylene) 50만톤 플랜트를 건설할 계획이며 기술 라이선스를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릴라이언스, 정유 고도화에 석유화학 확장 박차
인디아 국영 석유기업들은 정유공장 고도화 및 천연가스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원유를 활용해 화학제품 생산을 최대화하는 COTC(Crude Oil to Chemical) 사업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RFCC(Residue Fluid Catalytic Cracker) 등 2차 장치를 도입해 중질유분, 과잉유분을 화학제품으로 전환하는 프로세스로 인디아가 대부분 해외에 수출하고 있는 나프타(Naphtha)를 원료로 활용할 수 있는 이점이 부각되고 있다.
릴라이언스(Reliance Industries)도 COTC를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릴라이언스는 구자라트의 잠나가르(Jamnagar) 정유공장과 다헤지(Dahej) 공장에서 약 186억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잠나가르에서는 에탄(Ethane)과 나프타를 모두 투입할 수 있는 스팀 크래커를 건설하고 기존 FCC(Fluid Catalytic Cracker)를 올레핀(Olefin) 및 아로마틱(Aromatic) 수율이 높은 차세대 타입으로 개조한 후 다양한 화학제품을 생산함으로써 투입원유의 70%를 화학제품으로 전환하는 체제를 구축할 방침이다. 
릴라이언스는 다헤지에서 추진하고 있는 증설 프로젝트를 포함해 생산능력을 대폭 확대함으로써 인디아의 화학제품 수출입 밸런스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릴라이언스가 최근 들어 휴대폰, 소매, 미디어 등 B2C(Business to Consumer) 사업에 적극 투자함에 따라 화학사업을 분리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으나 잠나가르와 다헤지에서 진행하고 있는 대규모 프로젝트는 10-15년이 소요되는 장기계획이며 아람코(Saudi Aramco)에 화학제품 사업 지분 20%를 양도한 것도 원유 조달을 안정화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아람코는 잠나가르에서 처리하는 원유의 약 30% 정도를 공급할 계획이다.
국영 석유기업 Hindustan Petroleum(HPCL)은 민간기업 Mittal Energy(HMEN)와 합작해 2021년 봄 가동을 목표로 펀자브(Panjab)에 석유화학 컴플렉스를 건설하고 있다.
현지 정유공장을 가동함으로써 에틸렌(Ethylene) 생산능력 120만톤의 NCC(Naphtha Cracking Center)를 중심으로 HDPE(High-Density Polyethylene) 40만톤, HDPE/LLDPE(Linear Low-Density PE) 80만톤, PP 50만톤 플랜트를 건설해 원유부터 일관생산체제를 구축할 방침이다.
HPCL 라자스탄(Rajasthan)에도 PP 100만톤, PE 80만톤을 포함한 석유정제·석유화학 통합 컴플렉스를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BPCL, 릴라이언스‧BP 연합 인수 유력
글로벌 석유‧화학 메이저들도 인디아 참여를 서두르고 있다.
인디아 정부는 2019년 가을 국영 석유‧화학기업인 Bharat Petroleum(BPCL) 지분 가운데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52%를 민간기업에게 매도하고 경영권을 이전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인디아에서는 매각을 반대하는 의견이 많으나 아람코, 엑손모빌, 토탈(Total), 셸(Shell) 등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으며, 특히 BP(British Petroleum)와 릴라이언스 연합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양사는 2019년 8월 주유소, 소매 등을 담당하는 합작기업을 설립하기로 합의한 가운데 BPCL 지분 인수에 성공하면 마하슈트라, 케랄라(Kerala), 마디아프라데시(Madhya Pradesh) 소재 정유공장을 확보함으로써 주유소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BPCL은 1976년 인디아 정부가 쉘 계열의 민간 정유공장을 국유화해 설립했으며 인디아 석유정제 시장의 약 15%를 차지하고 있다.
뭄바이 근교에서는 RFCC를 도입해 프로필렌 및 PP를 생산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인디아 정부는 정유공장 고도화를 효율화할 목적으로 민영화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하슈트라에서는 IOC, BPCL, HPCL이 추진하고 있는 세계 최대의 석유정제·석유화학 통합 컴플렉스 건설 프로젝트에 아람코와 Abu Dhabi National Oil(ADNOC)이 투자를 결정했다.
러시아 국영기업 로스네프트(Rosneft)의 자회사 나야라에너지(Nayara Energy)는 구자라트 소재 정유공장에 PP 45만톤 생산설비를 신규 건설하고 있다.
원료 프로필렌은 정유공장에서 가동하고 있는 FCC를 통해 조달할 방침이다.
나야라에너지는 2017년 에사르그룹(Essar Group)으로부터 해당 정유공장을 인수했으며 원유처리능력을 일일 약 40만배럴에서 2배 이상으로 확대하고 석유화학 컴플렉스를 병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화학제품, BIS 인증대상 순차 확대
인디아는 화학제품 순수입국으로 자리를 잡고 있으나 생산능력 확대와 함께 수입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광범위한 분야에 적용되고 있는 인디아 공업규격 BIS 인증을 규제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2018년에는 화학제품 가운데 처음으로 가성소다(Caustic Soda)를 BIS 인증대상에 포함함으로써 담당자의 생산국가 확인, 수출을 위한 품질증명서 제출을 의무화했다.
2020년 8월에는 메탄올(Methanol), 초산(Acetic Acid), 아닐린(Aniline)을 인증대상에 추가했다.
BIS 인증을 의무화할 때에는 사전에 세계무역기구(WTO)에 보고할 의무가 있으며 인디아는 4개 석유화학품목 외에 최근 릴라이언스가 대규모 투자를 완료한 합섬원료 TPA(Terephthalic Acid), EG(Ethylene Glycol), 비료 메이저 Deepak Nitrite이 사업화한 페놀(Phenol), 아세톤(Acetone) 등 10개 이상에 대해 이미 보고를 마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일본 및 타이완기업은 가성소다가 BIS 인증대상에 포함되자 절차를 거쳐 수출을 재개했으나 중국기업 중에서는 복잡한 절차를 피해 인디아 수출을 중단한 곳이 많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