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유화학을 비롯해 정유, 철강, 시멘트 생산기업 관계자들은 12월10일 잠을 이루지 못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산화탄소를 비롯해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밀어붙일 것으로는 생각했지만 갑자기 탄소중립 선언으로 대못을 박을 것으로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2월10일 청와대에서 가진 2050 대한민국 탄소중립 비전 선언에서 “산업과 경제, 사회 모든 영역에서 탄소중립을 강력히 추진해 나가겠다”고 선언하고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에너지 공급원을 전환하겠다”고 강조했다.
10월 국회 시정연설에서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을 때도 불과 몇개월 사이에 대국민 선언을 단행하고 산업계에 선전포고할 것으로는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방송 6곳을 통해 전국에 생중계했고 영어로 번역해 해외까지 송출된 마당이니 되돌릴 수도 없는 지경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철강, 석유화학을 비롯해 에너지 다소비 업종이 많아 탄소중립이 쉽지 않은 도전”이라며 철강과 함께 석유화학을 꼭 집어 강조함으로써 앞으로 어떠한 압박이 들어올지 불을 본 듯하다.
대표적인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수화불화탄소, 과불화탄소, 육불화유황 배출량을 줄이도록 정책적 압박이 강화될 것이고, 이산화탄소에 대해서는 법적인 제재를 추가 동원할 것이 확실하다.
석유화학기업들이 1년 3-4개월만 견디면 그런대로 넘어갈 수 있겠지라며 소홀히 대응하기에는 너무 멀리 왔다는 느낌이 든다. 우리나라가 제조업 강국이어서 IMF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꿋꿋이 버틸 수 있었다고 강조하고 싶겠지만 문재인 정부에서는 결코 먹혀들 리 만무하다.
산업계에서 석탄화력발전을 점점 줄이면서 원자력발전을 활성화시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것을 제안하고 싶겠지만 현실성이 없다는 것이 일반적 의견이다. 현실적으로 탈원전을 외치는 마당에 원전을 다시 살릴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고, 석탄화력발전을 줄이기도 싶지 않다.
산업계가 탄소중립 선언의 대가를 뒤집어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관계자가 “2050년 발전부문의 탈탄소화를 이루려면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80% 수준까지 확대해야 하고 총 500조원 이상의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산업연구원 관계자도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30년간 온실가스 배출량을 10%씩 줄여야 하고 감축과정에서 제조업 생산이 최대 44%, 고용이 최대 134만명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다.
따라서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경쟁력 하락을 감수하고 에너지 및 원료 전환을 서둘러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폐업을 각오하지 않는 이상 탄소중립 정책을 외면하고 살아남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먼저, 대표적인 에너지 다소비 업종이라는 오명을 벗어던질 수 있도록 프로세스 근간을 뜯어고치는 노력이 요구된다. 장기간 에너지 소비효율을 높이도록 노력했고 더이상 할 것이 없다고 주장하고 싶겠지만 외부에서 볼 때는 전혀 아니다.
아울러 나프타나 LPG가 화석원료라는 점에서 대체원료 개발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스팀 크래커에서 유도제품까지 모든 공정을 바이오화할 수는 없겠지만 일단 나프타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
탄소중립은 궁극적으로 가야 할 길이라는 점에서 철저한 대비책을 세워 경쟁력 하락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