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네오스, 비 정유사업 확대 본격화 … 헬스케어, 신 성장동력 주목
일본은 에네오스(Eneos)가 JSR의 합성고무 사업을 인수한 것을 계기로 정유기업의 화학사업 진출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유기업이 석유화학 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이며 앞으로 석유화학산업의 주역이 화학기업이 아닌 정유기업이 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미 몇년 전부터 정유기업들이 석유화학을 포함한 비 정유 사업으로 진출하며 정유 사업의 비중을 낮추어왔으나 일본은 에네오스가 처음이어서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SSBR(Solution Polymerized-Styrene Butadiene Rubber) 등 합성고무를 생산하는 JSR 엘라스토머(Elastomer) 사업은 2020회계연도(2020년 4월-2021년 3월) 매출 1432억엔에 코어 영업이익 114억엔을 거두었다.
요카이치(Yokkaichi), 치바(Chiba), 가시마(Kashima) 등 일본공장과 타이, 헝가리 등 해외공장을 포함해 총 5개 공장을 가동하고 있으며 직원 수가 3000명을 넘고 있다.
앞으로 JSR이 설립할 신규기업이 엘라스토머 사업을 인수하고 에네오스가 2022년 4월 지분 전량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완전 자회사화할 예정이다.
에네오스는 합성고무와 에멀전, LiB(리튬이온전지) 바인더 등을 생산하는 JSR의 엘라스토머 사업을 인수해 기능소재 사업부에 편입시키고 전기자동차(EV)에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기능을 갖춘 타이어 소재를 공급함으로써 다운스트림인 석유화학과 고기능 소재 사업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수액은 제3자 평가를 참고해 양사가 합의한 1150억엔을 기본으로 인수 완료시점의 부담이나 운전자본 등을 반영한 후 확정할 방침이다. 에네오스는 현재 JSR이 추진하고 있는 구조개혁을 통해 약 60억엔에 달하는 코스트 감축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에네오스는 타이어용 첨가제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JSR의 SSBR 사업과 연계해 차세대 혹은 차차세대 전기자동차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동차산업에서 전기자동차 보급이 본격화되면서 배터리를 탑재하는 차체 중량이 늘어나 타이어에 미치는 부담이 확대되고 있어 연비 절감형 타이어가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LiB 바인더 사업에서도 전기자동차 시장 성장에 따른 수혜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에네오스와 JSR은 과거 석유정제에서 얻은 유분에서 합성고무 원료인 부타디엔(Butadiene)을 목적 생산하는 공동연구를 진행한 바 있으며 앞으로도 양사 기술진이 코스트 과제 해결에 힘을 합칠 예정이다.
원료 전환과 공동구매 등으로 조달 코스트를 낮춤으로써 에네오스의 윤활유 사업 수익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양한 방면에서의 시너지 극대화를 통해 2023년 130억엔의 수익을 추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에네오스는 연료유 수요 감소에 대비해 사업 영역을 석유화학 등 다운스트림으로 확장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츠비시케미칼(Mitsubishi Chemical)과는 가시마에 정유 및 석유화학 LLP(Limited Liability Partnership)를 설립할 예정이다.
JSR 등 일본 화학기업들은 반도체 소재 등 정보전자 소재 분야에서 높은 기술력을 갖추고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으며 의약품‧의료 등 헬스케어 분야를 신 성장동력으로 주목하고 경영자원을 집중 투입하고 있다.
반면, 전통 사업인 석유화학 분야는 아예 매각하거나 사업 교환 등 근본적인 재편을 추진하는 등 구조개혁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JSR의 합성고무 사업처럼 석유화학 사업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소속 직원 수도 많은 곳은 장기간에 걸쳐 구축한 수요기업과의 신뢰 관계나 공급책임 등을 고려하면 무조건적인 철수는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원료와 유틸리티 등 파이프라인으로 연결된 컴플렉스는 자본관계가 복잡해 철수나 양도 과정에서 관계자들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다.
JSR과 에네오스도 엘라스토머 사업 인수합병(M&A) 협상 과정에서 장기간에 걸친 신뢰 관계와 경영진, 직원 들의 의사를 반영해 과제들을 극복하기로 합의했다. 3개로 분산된 JSR의 엘라스토머 사업장을 에네오스가 모두 인수하고 직원들의 고용 상태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JSR과 에네오스의 M&A 사례는 다른 일본 정유‧화학기업들에게 대표적인 참고 사례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JSR 사업장에 에네오스가 인수하는 엘라스토머 사업 뿐만 아니라 JSR이 앞으로 강화할 새로운 사업도 공존할 예정이라는 점에서 포트폴리오 개혁을 준비하고 있는 관련기업들에게 좋은 예시가 될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JSR은 반도체 소재 등 디지털 솔루션 사업과 재생의료 등 생명과학 사업을 주요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2024년 사상 최대 코어 영업이익인 600억엔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엘라스토머 사업은 캐시카우였으나 최근까지 2년 연속으로 772억엔에 달하는 적자를 내 미래 성장을 위해 매각을 결심했다. (강윤화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