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싱가폴이 동남아시아의 중심으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
싱가폴 정부는 무역마찰이나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등 전염병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싱가폴 혹은 인근 동남아 국가에 공장을 건설하는 화학기업 등 제조기업에게 잠재적 수요기업을 소개하거나 각종 우대 조치를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연구개발(R&D)이나 물류 기능 등 다방면에서 경쟁력을 갖춘 싱가폴은 물론이고 경제 성장이 기대되고 있는 인근 국가의 강점을 활용해 국경을 넘어선 보완적 서플라이 체인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동남아 제조연합 출범 “산업단지 연계 확대”
싱가폴 투자개발청(EDB)과 싱가폴 기업청(ESG)은 2021년 2월 동남아 제조업 연합(SMA)을 출범시켰다.
부동산 투자기업 CapitaLand, 에너지‧도시개발 메이저 Sembcorp 등 싱가폴 정부계 2곳과 민간 투자기업인 Gallant Venture 등 5개 관련기업 및 기관이 참여하고 있으며 본격적인 활동에 착수했다.
EDB는 주로 해외기업, ESG는 싱가폴 중소기업의 투자를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으며 나머지 3곳은 말레이지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미얀마 등 인근 국가의 산업단지에 투자하거나 보유하고 있는 관련 자산을 통해 서플라이 체인 구축을 돕고 있다.
참여기관들이 각자의 노하우를 활용해 동남아 지역의 산업단지나 관계당국과 연계해 정보를 공유하고 있으며 싱가폴에 공장을 두고 있는 제조업 관련기업이 다른 동남아 국가로 진출하기를 희망하면 투자 시 절차를 간소화해주거나 원료 공급기업 혹은 수요기업을 매치시켜는 활동을 펼칠 방침이다.
미국-중국 무역마찰 장기화로 의료, 하이테크 시장 등은 디커플링을 겪고 있고 미래에 코로나19 외에도 또다른 전염병 대유행이 찾아올 수
있다는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어 동남아 지역에서 공장을 건설하거나 생산기지를 분산시켜 역내 완결형 제조망을 만들고자 하는 제조업 관련기업이 늘어나고 있어 적극 지원하고 있다.
SMA는 싱가폴 정부와 CapitaLand가 출자하고 있는 말레이지아 조호르(Johor)의 누사자야(Nusajaya) 기술단지에 투자하는 제조업 관련기업을 대상으로 물류 업무와 디지털 기술 도입 면에서 우대조치를 펼칠 예정이다.
Gallant Venture가 출자한 인도네시아 빈탄(Bintan)과 바탐(Batam)의 산업단지에서도 비슷한 메리트를 제공할 계획이다.
제조업 관련기업들은 SMA의 활동을 통해 산업단지의 장점과 이점 등을 충분히 누릴 수 있게 되고 투자 프로세스도 간소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세안의 제조‧물류 허브 기능 “여전”
싱가폴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제조‧물류 허브로 떠오르고 있다.
2020년 고정자산투자(공장과 연구개발 시설에 대한 투자)가 최근 10년 사이 최대치를 갱신했고 2021년에도 프랑스 제약기업 사노피(Sanofi)와 미국 반도체 메이저인 인피니언(Infineon Technologies) 등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어서 증가가 확실시되고 있다.
일본 스미토모케미칼(Sumitomo Chemical)은 PDH(Propane Dehydrogenation)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탄소세 도입 등으로 화학기업들의 생산 코스트 부담이 확대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으나 싱가폴 정부가 지속가능한 순환형 에너지‧화학산업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진출기업들의 경쟁력 유지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싱가폴의 경영 코스트는 다른 국가에 비해 높은 편이고 산업용지에도 제약이 많아 싱가폴에서만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 아니라 동남아 인근 국가까지 포함시켜 서플라이 체인을 구축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현재는 정부계 관련 산업단지와만 제휴하고 있으나 앞으로 인근 국가와의 연계를 더욱 확대함으로써 동남아 생산망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글로벌 R&D 허브 부상 “야망”
싱가폴은 글로벌 연구개발 허브로 도약하겠다는 일념 아래 대규모 투자에도 나서고 있다.
싱가폴 정부는 사상 최대 예산인 250억S달러(약 25조원)를 투입하는 국가 연구개발 5개년계획 RIE2025를 시작했다. 250억S달러는 싱가폴 GDP(국내총생산)의 1%에 해당하며 과거의 5개년계획에 비해 약 30% 늘어난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다.
중점 4개 영역을 집중 육성하고 제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며 국가‧사회의 지속가능성과 디지털화에 기여할 수 있는 혁신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코로나19 사태 극복과 국민의 건강 증진, 고용기회 창출 등에 도움이 되는 투자도 다수 준비하고 있으며 기초연구에 예산의 30%를 배정한데 이어 연구 성과를 상업화하는 프로젝트도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세계 무역 시장의 허브 역할을 해온 싱가폴의 영향력이 약화됐다는 판단 아래 연구개발을 강화함으로써 글로벌 허브로 재도약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RIE2025는 △제조·무역과 연결성 △건강‧잠재능력 △도시과제 해결 기술과 지속가능성 △스마트 국가와 디지털 경제 등 4개 영역에 무게를 두고 있다.
모두 이전 5개년계획에서도 중점영역으로 설정했고 더욱 심화시킨 분야이지만 제조·무역과의 연결성은 연구개발을 활용해 최근 약화됐던 허브 기능을 회복하고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어서 주목되고 있다.
앞으로 항공, 해운, 물류, 도매산업을 효율화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건강‧잠재능력 영역은 코로나19 사태로 실업 혹은 건강 악화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가 크다는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물류 허브 뛰어넘는 연구개발 허브 부상 목표
RIE2025는 기초연구를 중시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체 예산의 30%에 해당하는 73억S달러를 과학기술연구청(A*STAR)과 대학 등의 기초연구를 위해 사용하고 기초과학 기술의 가능성을 점검하는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전도 유망한 연구를 선별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아울러 각종 과제들이 날로 복잡해지고 있어 학제적 연구도 강화할 예정이다.
각종 기금으로 젊은 연구자들을 지원하고 해외에서 활약하고 있는 싱가폴 연구자를 국내로 영입하는 제도도 도입하기로 했다.
싱가폴 정부는 최근 연구 성과를 신제품 혹은 서비스 형태로 상업화하는데 많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일례로 과학기술연구청에서 진단기술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조직은 코로나19의 PCR 검사 키트 등 다양한 진단기술 실용화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2015년 설립한 Nanyang Technological University(NTU)발 벤처기업이 주도하고 있는 조직 및 적층제조기술 혁신 클러스터(NAMIC)도 항공, 해운 분야에서 기술개발기업과 수요기업을 연결하고 있으며 3D 프린팅 기술의 실용화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RIE2025는 기존에 일정 성과를 올려온 분야를 중심으로 연구 성과를 사회에 환원하는 대상을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진단기술 노하우를 제약, 의료기기 등 다른 의료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데 활용하고 로보틱스 건조환경(Built Enviroment)에 응용해 그동안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영역 개척에도 활용할 방침이다.
싱가폴은 코로나19 사태로 아시아의 물류 허브라는 기존의 역할이 약화되고 있으나 RIE2025 전략을 통해 세계와 아시아의 기술, 이노베이션, 기업활동 연결에 주력함으로써 새로운 의미에서 허브 기능을 회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강윤화 선임기자: kyh@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