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SR이 엘라스토머(Elastomer) 사업을 에네오스(ENEOS)에 매각한다.
1957년 설립된 JSR은 합성고무를 중심으로 일본 석유화학산업의 발전을 견인했으나 최근 엘라스토머 사업을 에네오스에게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JSR은 2016년 무렵부터 엘라스토머 사업 구조개혁을 검토했으며 라이프사이언스 사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자 다양한 선택지 가운데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파악된다.
JSR, 에네오스에게 엘라스토머 사업 매각
JSR은 2010년대 후반 들어 엘라스토머 사업 구조개혁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엘라스토머 사업은 자산이 2600억엔 이상이고 종업원이 3000명에 육박하나 최근 5년간 투하자본이익률(ROIC)이 가중평균자본비용(WACC)
을 하회했기 때문이다.
ROIC 악화는 성장 사업이라면 단기적인 관점에서 크게 문제시되지 않을 수 있으나 엘라스토머 사업은 사업환경 변화를 감안하면 성장 사업으로 보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엘라스토머 사업은 설비투자 등 자본적 투자가 급증하면서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헝가리에 신규 공장을 건설하고 타이 생산능력을 2배 확대했으며 일본에서는 노후설비에 대한 대책을 진행하는 등 2015-2020년 자본투자가 약 1100억엔으로 2009-2014년에 비해 2.2배 폭증했고, 감가상각비가 110억엔을 돌파해 수익이 악화될 수밖에 없었다.
합성고무 출하 감소도 엘라스토머 사업 침체를 견인했다.
합성고무 출하량은 2016년 약 69만6000톤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후 2018년 타이에 SSBR(Solution Polymerized-Styrene Butadiene Rubber) 10만톤 플랜트를 신규 건설해 상업가동을 시작했음에도 2019년 약 61만2000톤으로 감소했다.
타이 플랜트가 안정적으로 가동하고 있으나 신흥기업이 잇따라 대두되고 일본 타이어 수요 침체의 영향으로 ESBR(Emulsion SBR) 등 범용제품이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2020년에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영향이 겹쳐 출하량이 약 53만5000톤에 그쳤다.
부타디엔 약세에 SSBR 증설 경쟁까지…
주원료인 부타디엔(Butadiene) 가격 하락도 엘라스토머 사업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
부타디엔 가격은 톤당 1500달러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측됐으나 2019년 미국과 중국의 무역마찰 등에 따라 일시적으로 1000달러가 무너졌고 2020년에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300달러대 중반까지 폭락했다.
주요 수익원인 SSBR은 범용화가 진행되고 있다.
일본산 SSBR은 2013년 무렵까지 매우 높은 프리미엄을 받았으나 증설 경쟁이 본격화됨과 동시에 LG화학 등 국내기업이 기술수준을 대폭 향상시켜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부가가치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
JSR 자체를 둘러싼 경영환경도 크게 변화하고 있다.
JSR 설립 이후 최대주주 자리를 지키던 타이어 생산기업 브리지스톤(BridgeStone)은 2019년 12월까지 JSR 지분을 발행주식 총수의 3% 이하로 감축했으며 미국 ValueAct Capital은 2020년 3월까지 JSR 지분의 약 7%를 취득했다.
JSR은 2011년부터 10년간 시가총액이 약 2배로 성장했으나 전자소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화학기업 중에서는 JSR 이상으로 성장한 곳도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영자원 부담이 크고 극적인 ROIC 개선이 어려운 엘라스토머 사업의 구조개혁에 착수함으로써 기업가치를 더욱 향상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에네오스, 아시아 화학소재 메이저를 목표로…
에네오스는 장기적으로 아시아를 대표하는 에너지·화학소재 생산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는 가운데 JSR의 엘라스토머 사업이 1550억엔에 달하는 사업가치를 보유한 것으로 판단하고 인수를 결정했다.
정유기업들은 석유 수요가 감소함에 따라 신규 수익원 확보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에네오스 역시 새로운 성장사업을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다운스트림에 해당하는 유도제품 시장에 진출함으로써 포트폴리오 전환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본은 석유제품 수요가 연평균 2-3% 감소해 2040년 무렵 절반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ENEOS Holdings는 중기 경영계획에서 가시마(Kashima) 정유공장의 휘발유(Gasoline) 생산 중단을 추진하는 등 연료유 대신 석유화학제품 생산비중을 높이는 대책을 가속화하고 있다.
JSR이 강점을 보유한 저연비 타이어용 SSBR은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수요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중장기적으로는 연평균 8%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JSR 생산제품은 성능이 뛰어나 기존 수요기업 뿐만 아니라 다른 타이어 생산기업도 채용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SSBR은 과거에 비해 프리미엄이 줄었으나 에네오스는 JSR의 엘라스토머 사업 인수를 통해 연구개발(R&D)과 판로 측면에서 모두 안정적인 성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고기능성 소재를 생산하는 그룹 계열사와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계열사는 타이어 연비 향상에 기여하는 실란커플링제, 타이어 그립성능을 향상시키는 점탄성 엘라스토머를 개발해 타이어 생산기업을 대상으로 영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2021년 4월 조직개편에 따라 그립성능에 도움이 되는 석유수지 사업을 편입했다.
2020년 매출액은 200억엔 안팎으로 조직개편에 따라 석유수지 등 수백억엔에 달하는 화학제품 일부를 편입했으나 아시아를 대표하는 화학소재 생산기업으로 성장하는 데에는 역부족이라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최근 저연비 타이어의 핵심인 SSBR을 확보함에 따라 경쟁력을 대폭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코스트 감축에 물류 합리화로 수익성 개선
에네오스는 2023년 엘라스토머 사업의 이익이 130억엔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JSR이 772억엔의 감손손실을 계산했기 때문이다. 매각의 전제조건으로 JSR이 진행하고 있는 60억엔의 코스트 감축도 이익으로 이어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아울러 JSR은 종이봉투를 이용한 소규모 포장제품의 최소 발주량을 1톤 이상으로 설정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는 등 물류 합리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조기 퇴직자를 모집하는 등 구조개혁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시적으로 영업이익이 190억엔에 달한 바 있는 JSR의 엘라스토머 사업은 원료인 부타디엔 폭락으로 주춤했으나 최근 부타디엔 가격이 1000달러 수준을 회복해 나프타(Naphtha)와의 스프레드가 개선됨에 따라 2020년 1-3월 13억엔 흑자를 기록했다.
에네오스는 앞으로 합성고무 수요가 회복되고 JSR이 헝가리에 신규 건설한 SSBR 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함에 따라 130억엔의 이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롯데케미칼 등 국내 화학기업도 JSR의 엘라스토머 사업 인수를 검토했으며 일본 화학기업, 해외 사모펀드도 2019년 말부터 2020년 초에 걸쳐 인수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본격 협상은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에네오스는 인수작업을 완료하고 일련의 설비투자 및 구조개혁을 진행함으로써 엘라스토머 사업을 새로운 주요 수익원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일본, 적극적인 구조개혁으로 위기극복
석유화학은 석유위기, 리먼 브라더스 사태 등 많은 역경을 극복하며 화학산업의 성장을 이끌었으며 최근에는 코로나19 대응제품부터 식품포장, 전자기기, 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에 필수소재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중국 등 신흥기업이 등장하고 환경의식이 향상됨에 따라 터닝포인트가 다가온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일본 석유화학산업은 적극적인 구조개혁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원료가 없고 코스트도 높은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고기능·고부가가치제품으로 전환하는 등 차별화를 추진함과 동시에 생산설비 폐기 등도 과감하게 단행하고 있다.
핵심설비인 NCC(Naphtha Cracking Center)는 2014년 미츠비시케미칼(Mitsubishi Chemical)이 가시마 소재 1기를, 2015년 스미토모케미칼(Sumitomo Chemical)이 치바(Chiba) 설비를, 2016년 아사히카세이(Asahi Kasei)가 미즈시마(Mizushima) 설비를 가동 중단함에 따라 12기로 감소했다.
이후에는 석유화학제품 가격이 상승해 미츠비시케미칼, 스미토모케미칼, 미쓰이케미칼(Mitsui Chemicals), 아사히카세이, 쇼와덴코(Showa Denko), 도소(Tosoh), ENEOS Holdigns 등을 포함한 주요 9사의 석유화학 관련사업 영업이익이 2016년 총 4164억엔에서 2017년 5229억엔으로 25% 증가했다. 
그러나 2018년에는 미국과 중국의 대립, 글로벌 경제 침체로 석유화학제품 가격이 급락함으로써 총 영업이익이 2018년 3623억엔으로 30%, 2019년 733억엔으로 80% 격감했으며 2020년에는 코로나19까지 발생해 70억엔에 그쳤고 9사 중 4사가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2021년에는 코로나19 백신 보급이 시작되면서 글로벌 경제가 회복되고 석유화학제품 가격이 상승세로 전환됨에 따라 영업이익이 1385억엔으로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석유정제‧석유화학 제휴가 키포인트
화학기업들은 2050년 100억명에 달하는 세계인구의 안전한 식생활과 건강, AI(인공지능)를 비롯한 디지털 사회를 뒷받침하기 위해 헬스케어, ICT(정보통신기술)에 경영자원을 투입해 새로운 성장을 추구하고 있다.
석유화학 사업은 개별기업 또는 업계단체에 따른 구조개혁으로 시황이 크게 변화해도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 체질로 개선됐으나 근본적인 구조개혁은 아직 완료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석유화학 컴플렉스는 원료 등을 공급하는 파이프라인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다양한 관계자의 이해를 조절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자본의 벽에 부딪히는 사례도 많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석유화학·석유정제설비를 일괄적으로 가동함으로써 코스트를 낮추는 사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에네오스, 이데미츠코산(Idemitsu Kosan), 코스모에너지(Cosmo Energy Holdings) 등 일본 석유정제기업도 NCC를 직접 운영하거나 일부 다운스트림을 생산하고 있으나 올레핀(Olefin), 폴리올레핀(Polyolefin), 아로마틱(Aromatic) 등 범용제품에 그치고 있다.
일본 석유정제기업은 1980년대 중반 17사에 달했으나 글로벌 석유 메이저 재편, 1996년 특정 석유제품 수입 잠정조치법(특석법) 폐지에 따른 경쟁 심화 등의 영향으로 인수합병 등에 따른 구조개혁이 가속화됐다.
여기에 일본 정부는 2009년 에너지 공급구조 고도화법을 제정해 정유공장 통폐합 등에 따른 설비 효율화를 촉진했다.
연료유는 전기자동차(EV) 보급이 확대되고 저출산 고령화가 진행됨에 따라 2040년 수요가 절반 가까이 줄어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석유정제 시장은 에네오스, 이데미츠코산, 코스모에너지, 타이요오일(Taiyo Oil) 4사로 재편한 후 과당경쟁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회에 적합한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화학제품 생산을 확대하고 있는 석유정제기업은 석유화학을 성장사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범용제품 뿐만 아니라 다양한 유도제품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따라서 에네오스는 JSR의 엘라스토머 사업을 인수함으로써 근본적인 구조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돌파구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순환경제에 대한 대응도 중요해지고 있다.
에네오스는 미츠비시케미칼과 가시마에서 LLP(유한책임사업조합)를 설립하고 폐플래스틱 CR(Chemical Recycle) 등 제휴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가시마에서 석유정제와 석유화학을 강화함과 동시에 순환경제에 기여하는 성공모델을 만들어 다른 석유정제·석유화학 컴플렉스에도 적용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석유정제, 석유화학은 각각의 기술과 설비, 인프라를 융합함으로써 완전히 새로운 솔루션을 발견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CR 기술 및 이산화탄소(CO2), 수소·암모니아 이용이 필수적이어서 석유정제, 석유화학의 적극적인 제휴가 요구되고 있다. (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