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네시아가 대규모 석유화학 프로젝트를 잇달아 추진하고 있다.
CAP(Chandra Asri Petrochemical)는 자바섬(Java) 서부 반텐주(Banten)의 칠레곤(Cilegon)에 NCC(Naphtha Cracking Center)를 건설하고 있다.
생산능력은 에틸렌(Ethylene) 90만톤, 프로필렌(Propylene) 49만톤, C4 유분 13만4000톤, 방향족(Aromatics) 원료용 분해 휘발유(Gasoline) 42만8000톤 등이며 수요의 절반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석유화학제품 국산화를 앞당길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Make in Indonesia 4.0 정책에서 석유화학 수입의존도 해소를 10대 과제 가운데 하나로 설정하고 있다.
CAP, 타이오일‧SCG 업고 에틸렌 110만톤도 건설
인도네시아에서는 CAP, 롯데티탄(Lotte Chemical Titan) 등이 대규모 석유화학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석유화학 국산화에 기여할 프로젝트로 주목받고 있으며 한때 자금 조달난으로 연기됐으나 최근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2021년 7월 말 No.2 에틸렌 크래커 프로젝트(CAP2)를 추진하고 있는 CAP의 신주 발행에 타이 석유공사 PTT 그룹의 타이오일(Thai Oil)이 15% 출자를 결정했고, SCG(Siam Cement Group)의 화학 자회사도 추가 출자를 결정했다.
CAP2 프로젝트는 타이의 양대 그룹으로부터 투자금을 확보함에 따라 실현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CAP는 타이오일과 원료 나프타(Naphtha) 공급 및 석유화학제품 판매권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9월에는 CAP가 신주 예약권 할당을 통해 자금 조달을 마무리했다. 조달액은 11억달러(약 1조2500억원)이며 투자 결정을 조건으로 SCG Chemicals과 타이오일 양사가 총 4억달러를 출자한다. 타이오일 출자액은 2억7000만달러로 파악된다.
CAP2 프로젝트는 나프타를 원료로 에틸렌 110만톤, 프로필렌 60만톤, C4 유분 40만톤의 스팀 크래커를 건설하며 분해 휘발유 90만톤도 생산한다. 이밖에 LDPE(Low-Density Polyethylene), HDPE(High-Density PE), PP(Polypropylene) 등 다운스트림 플랜트와 부타디엔(Butadiene) 추출설비, 방향족 회수장치 등도 건설할 계획이다.
CAP는 2020년 경기 악화를 이유로 CAP2 프로젝트의 의사결정 연기를 선언한 바 있고, 아직도 총투자액 50억달러를 전액을 조달하지 못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확보한 자금으로도 실현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2022년 최종투자판단을 내리면 2025-2026년 상업가동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원료용 나프타 조달처 다양화에 총력
CAP는 최종투자 판단 이전에 원료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021년 10월 아람코(Saudi Aramco) 산하 ATC(Aramco Trading)와 CAP2용 원료 공급 가능성을 검토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CAP2 프로젝트에는 원료용으로 나프타 280만톤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된다.
CAP는 타이오일과 에틸렌 원료용 나프타 및 LPG(액화석유가스) 공급계약을 체결했으며 다른 무역상이나 국영 석유기업 NOC 등으로부터도 조달받을 예정이다.
2020년 1월에는 아부다비(Abu Dhabi) 국영 석유기업 ADNOC과 나프타 공급 관련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ATC와의 양해각서는 CAP2 건설‧운영을 담당하는 100% 자회사 Chandra Asri Perkasa를 통해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티탄, 에틸렌 100만톤 LINE 프로젝트 재개
롯데티탄은 2010년 롯데케미칼(당시 호남석유화학)이 인수한 말레이지아 석유화학기업으로 인도네시아에서 PE 45만톤 플랜트를 가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바섬 서부에 NCC를 건설하는 LINE(Lotte Chemical Indonesia New Ethylene)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에틸렌 100만톤, 프로필렌 52만톤 크래커를 가동함으로써 기존 PE 플랜트와의 수직계열화를 추진하며 PP 25만톤 플랜트와 부타디엔 14만톤 추출설비도 건설할 예정이다.
총 39억달러 가운데 롯데티탄이 51%, 롯데케미칼은 49%를 출자하고 롯데케미칼이 운영을 맡을 예정이다.
2016년 상업 가동할 예정이었으나 부지 선정에 오랜 시간이 소요됐고 2018년 말 인도네시아 철강 메이저 크라카타우 스틸(Krakatau Steel)의 칠레곤 부지를 매입했으나 현지 정부와의 협상이 지연되며 난항을 겪었다.
또 롯데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형제의 난과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연루돼 8개월간 법정 구속되면서 프로젝트가 잇따라 연기됐다.
신동빈 회장이 석방된 후 경영 일선에 복귀하자마자 2018년 12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기공식에 참석하며 강력한 프로젝트 재개 의지를 나타냈고 롯데건설을 중심으로 지반공사를 진행했으나 EPC(설계·조달·시공) 선정을 앞둔 2020년 초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발생하면서 표류가 불가피했다.
2023년으로 한차례 연기됐던 상업가동 시점도 2025년까지 밀리게 됐다.
롯데케미칼은 2021년 10월 인도네시아 법인에 7022억원, 롯데티탄에 7300억원을 출자했으며 12월부터 LINE 프로젝트 착공에 나서 2025년 상업 가동을 확정했다.
전체 투자액은 총 4조4000억원 수준이며 상업가동 이후에는 매출액 20억6000만달러(약 2조3550억원)를 예상하고 있다.
원료 수입의존도 높아 경쟁력은 의문
그러나 CAP와 롯데티탄 프로젝트는 경쟁력이 우려되고 있다.
나프타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원료부터 일관생산하는 수입 석유화학제품과의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인도네시아는 섬들이 동서 방향으로 나열된 형태여서 자국산이라 해도 해상으로 수송해야 해 수송 코스트 절감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는 바로 인근에서 원료를 조달하는 방법 외에는 없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석유화학 원료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정부도 NCC 신증설 이외의 방도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ake in Indonesia 4.0 정책에서는 나프타 수요의 90% 이상을 수입하고 있는 현재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인도네시아산 석유‧천연가스 이용을 장려하고 있다.
그동안 연료 메이저들의 경쟁 때문에 진전되지 않았으나 앞으로는 산업지역 할당 최적화를 통해 현지 스팀 크래커와 원료 자원을 연결하는 작업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최종적으로 바이오화학산업을 육성함으로써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생산량 기준으로 세계 5위의 농업대국이며 연구개발(R&D) 능력을 강화한다면 수입의존도가 높은 현재 상황에서 벗어나 바이오‧고기능성 화학제품 생산 허브로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휘발유에 대한 바이오연료 의무 혼합비율을 올리고 바이오 플래스틱 사용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인구 보너스 황금기 맞아…
Make in Indonesia 4.0 정책은 2018년 인도네시아 정부가 발표한 성장전략이며 2030년 세계 10위권 글로벌 공업대국으로 등극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생산성을 2배 이상 높이고 제조업 활성화를 통해 수출을 촉진함으로써 국내총생산(GDP) 10%대 성장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인도네시아는 글로벌 GDP 순위에서 2000년 27위, 2016년 16위로 성장했다. 
자금 확대가 소비자 지출을 자극했고 기업활동이 활성화되면서 투자가 추가적인 자금 확대를 낳는 선순환이 이루어진 영향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개인 소비와 정부 지출, 투자가 모두 GDP 성장에 기여한 반면 수출은 전혀 늘어나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에는 무역수지가 적자일 때도 있어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다만, 인도네시아는 인구 보너스에 따른 성장 황금기로 기대가 큰 편이다.
인구 보너스에 따른 성장 황금기는 전체 인구에서 생산연령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확대되는 시기를 가리키며 중국, 싱가폴, 타이는 황금기 종료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으나 황금기 당시에는 각각 연평균 9.2%, 7.3%, 5.8% 성장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아직 성장률이 5.4% 수준이지만 앞으로 10년 이상 황금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제조업 혁신으로 선순환 촉진
인도네시아 정부가 새로운 성장전략을 공개한 배경으로 현재 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2016년 정보통신 기술에 대한 투자액이 GDP 기준 1.3%에 불과할 정도로 기술에 대한 투자가 미진했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당시 싱가폴이 GDP의 6.6%, 타이는 2.4%, 인디아는 2.2%를 기술에 투자했으나 인도네시아는 인근 국가들에 비해 투자 비중이 크지 않았다. 
인프라 투자가 둔화되면 생산성이 올라가지 못하고 수출이나 해외투자 기회도 줄어들 수밖에 없어 인도네시아는 통화가치가 약화되고 자본 조정비용이 높아지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투자가 줄어드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는 노동생산성도 자금 확대 수준만큼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의 경제 성장은 대부분 서비스업 확대에 따른 것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제조업 활성화가 필수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Industries 4.0 정책을 통해 제조업의 새로운 트렌드인 정보화를 통해 혁신할 예정이며 Make in Indonesia 4.0 전략을 Industries 4.0을 위한 로드맵으로 활용하고 있다.
Industries 4.0 정책은 식품‧음료, 섬유‧의류, 자동차, 화학, 전자 등을 중점 분야로 설정하고 있다.
식품‧음료 분야에서는 농업부터 유통에 이르기까지 서플라이체인 전체를 효율화해 생산성을 높일 계획이며 섬유‧의류 분야에서는 기술 도입과 수직계열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자동차 분야에서는 철, 플래스틱, 전자부품 생산을 강화하면서 기술 도입을 통해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최종적으로는 전기자동차(EV) 생산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화학 분야에서는 바이오매스 등 자체 자원을 활용함으로써 기초화학 원료부터 일관생산하는 체제를 구축할 예정이며, 전자 분야에서는 글로벌기업을 유치함으로써 인도네시아기업 육성을 도모할 방침이다. (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