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AN(Polyacrylonitrile)계 탄소섬유는 시장 구조가 급변하고 있다.
최근 풍력발전용 수요가 예상 이상으로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주목받아온 풍력발전기 블레이드의 경량화 및 강성 향상을 위한 수요는 물론이고 낙뢰 시 피뢰침 역할을 하거나 도전성을 살릴 수 있는 융설 및 융수 용도가 새롭게 창출되면서 블레이드용 외에도 풍력발전 분야에서만 수요가 수백톤 발생하고 있다.
글로벌 탄소섬유 수급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타격으로 항공기용 수요가 주춤한 사이 산업용이 급증하면서 최근 40년 동안 가장 극심한 타이트 상태를 나타내고 있다.
2021년 수요 9만3300톤으로 14% 급증
탄소섬유 메이저인 도레이(Toray)는 글로벌 탄소섬유 수요가 2020년 8만1600톤으로 전년대비 3% 증가했고 2021년에는 더욱 가파른 성장이 지속되며 9만3300톤으로 14% 급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20년에는 상반기에 코로나19 사태로 산업용 수요가 격감했으나 하반기부터 회복세가 두드러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탄소섬유의 주요 용도 가운데 하나이고 가장 수익성이 높은 항공기용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수요가 급감했으나 2020년 하반기부터 산업용 수요가 회복돼 전체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가파른 증가세를 나타낸 풍력발전기 블레이드용 수요는 2019년 2만6000톤에서 2021년 4만3000톤으로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레이는 최근 풍력발전 설비가 대형화되는 가운데 블레이드 무게 때문에 처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슈퍼캡 용도에서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탄소섬유 수요는 원래 항공‧우주용 20%, 스포츠‧레저 10%, 산업용 60-70% 수준이나 2021년에는 항공기가 10%대로 축소되고 스포츠 10%에 산업용이 80% 수준으로 급상승하는 등 크게 변화하고 있다.
산업용은 압력용기, 토목‧건축, 컴파운드, 경주용 자동차, 초호화 자동차가 주 용도이며 최근 풍력발전용 비중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
2019년까지는 1개 용도에서 수요가 증가하거나 감소해도 1000톤 미만에서 움직이는 정도였으나 풍력발전용은 3만-4만톤에 달해 상대적으로 변동이 심해지고 있다.
2021년에는 세계적으로 풍력발전기가 88GW 정도 도입됐고 절반은 중국이 설치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기존에는 중국이 유리섬유를 사용한 GFRP(Glass Fiber Reinforced Plastic)로 블레이드를 제조하고 탄소섬유는 유럽‧미국이 더 많이 사용했으나 유럽‧미국 풍력발전기 생산기업들이 최대 소비국인 중국 투자를 확대하면서 중국 및 아시아도 탄소섬유 블레이드 사용이 증가하고 있다.
2022년에는 풍력발전 도입량이 80GW로 감소하나 이후 연평균 100GW 수준으로 늘어나고 세계 각국의 환경규제 강화로 성장 가속화 시기가 앞당겨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풍력발전 블레이드 투입량 확대가 요인
탄소섬유는 첨단소재로 중국에 수출할 때 엄격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점에서 여러 곳에 발주하는 경향이 있으며 수요가 실제보다 부풀려진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도레이는 2021년 수요가 과잉 영향을 제거했음에도 14% 급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풍력발전용 탄소섬유는 대부분 고성능 레귤러토우(Regular Tow)보다 코스트가 낮은 라지토우(Large Tow)를 사용하나 최근에는 공급이 부족해 레귤러토우도 상당량 투입되고 있다.
도레이는 라지토우를 생산하는 자회사 졸텍(Zoltek)을 통해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2021년 초에는 라지토우와 레귤러토우의 중간적인 물성을 가져 자동차부품용으로 공급해온 Z600 그레이드 전용 플랜트를 라지토우용으로 개조해 수요 증가에 대응하고 있다.
풍력발전기 블레이드는 일반적으로 MW당 1톤의 탄소섬유를 사용하며 세계 최대 풍력발전기인 15MW급은 3장의 블레이드에 각각 5톤씩 사용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도레이는 수급타이트에 맞추어 원료가격 급등분을 적절히 반영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포뮬러 방식 도입에 나서고 있다.
다만, 미국-중국 무역마찰이 심화되면서 탄소섬유 수출이 어려워진 점은 성장 저해 요소로 우려하고 있다.
도레이, 풍력발전‧자동차용 장악 총력전
도레이는 탄소섬유 복합소재 사업에서 2020회계연도(2020년 4월-2021년 3월)와 2021회계연도 상반기(2021년 4-9월) 영업적자를 기록했으나 하반기(2021년 10월-2022년 3월)에는 풍력발전용 수요 급증을 타고 흑자 전환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도레이는 글로벌 탄소섬유 수요가 2020년 산업용 급증을 타고 8만톤 이상에 달했고 2021년 9만3000톤으로 14% 증가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수요 증가를 견인한 풍력발전용은 원래 코스트가 낮은 라지토우의 주력 시장이었으나 레귤러토우까지 동원해도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할 만큼 수급타이트가 심각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글로벌 탄소섬유 생산능력은 2020년 15만7000톤에서 2021년 18만3600톤으로 확대됐으나 공칭능력 대비 실제 생산 가능한 양은 60% 수준이고 신규 진출한 곳들은 전용 생산라인을 갖추지 않고 여러 두께의 그레이드를 혼합 생산하는 설비를 갖춘 사례가 많아 공급 확대가 수급타이트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풍력발전은 수년 전부터 가장 저렴한 발전방식으로 주목받으면서 해상풍력을 중심으로 블레이드 대형화가 진행돼 탄소섬유 수요 증가를 견인하고 있다.
예전에는 1개 용도에서 탄소섬유 수요가 증감하는 폭이 최대 1000톤 수준이었으나 풍력발전용은 수만톤에 달할 만큼 파급 효과가 크고 전체 탄소섬유 시장의 구조가 변화하고 있어 앞으로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도레이는 자회사 졸텍을 통해 헝가리, 멕시코 등에서 라지토우를 생산하고 있으나 최근 아시아 지역이 최대 수요지로 떠오름에 따라 아시아에서 생산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수요를 빠르게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리는 신규공장 건설보다는 기존의 아크릴 섬유 공장을 인수해 탄소섬유로 전환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도레이는 자동차 분야에도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최근 전기자동차(EV) 소재로 모터 봉지용으로 탄소섬유를 채용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모터가 고속으로 회전하기 때문에 사고 방지를 위한 탄소섬유 강도 향상이 요구됨에 따라 고부가가치 소재에 대한 니즈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료전지자동차도 수소탱크와 전극 관련 용도에서 수요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2019년 1000톤 수준이었던 자동차용 탄소섬유 수요는 2021년 3000톤을 넘어서고 2025년 2만3000톤으로 확대됨으로써 2025년 이후에는 항공기용보다 대형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 국산화를 경계하라!
도레이는 중국이 이미 세계 최대의 풍력발전, 전기자동차 소비국으로 부상했고 언젠가는 항공기 분야에서도 최대 소비국으로 떠오를 것으로 판단하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탄소섬유 국산화를 추진하며 국제적 표준 지위가 중국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다양한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 탄소섬유 생산기업들은 대규모 신증설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그동안 세계 최대 시장점유율을 확보하며 기술 트렌드를 주도했으나 중국이 영향력을 확대하면 사실상 표준(De Facto Standard) 지위를 잃을 수 있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도레이는 중국의 급부상에 따라 풍력발전용 뿐만 아니라 다양한 용도에서 중국기업의 영향력 확대를 포함한 여러 리스크에 대한 대비를 서두르고 있다. (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