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이 플래스틱 순환을 본격화하고 있다.
일본은 2022년 1월 플래스틱 폐기물 감축과 재활용 촉진을 목표로 플래스틱자원순환촉진법 시행에 들어갔다. 일본 정부는 법률이 플래스틱 소재 설계부터 폐기물 처리에 이르기까지 자원순환 시스템 구축에 국가와 민간이 협력하는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본 화학기업들은 단일소재화 등 수평적인 재활용을 고려한 소재 개발에 주력하고 있고, 지방자치단체들도 플래스틱 쓰레기 일괄회수를 추진해 전체적으로 순환경제 구축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플래스틱자원순환촉진법 시행으로 재활용 탄력
기존의 일본 재활용 관련 법률은 자동차, 가전제품을 중심으로 사업자에게 회수‧재활용을 의무화했으나, 플래스틱자원순환촉진법은 감량
화(Reduce), 재이용(Reuse), 재활용(Recycle)을 의미하는 3R에 재생가능(Renewable)을 추ㅠ 4R을 기본원칙으로 자동차, 가전에 한정하지 않고 모든 분야에 적용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해양 플래스틱 쓰레기, 기후변화, 바젤협약에 따른 폐플래스틱 수출입 규제에 대응해 플래스틱자원순환촉진법을 시행함으로써 폐기물 감축, 순환 시스템 구축을 본격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플래스틱자원순환촉진법은 친환경형 설계, 일회용 플래스틱 사용 감축, 회수‧재활용을 중점항목으로 설정하고 있다. 특히, 해체나 재활용이 용이한 친환경형 설계가 핵심이며, 플래스틱 관련기업들은 수평적 재활용을 전제로 단일소재화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폐기물은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고 있어 분리종류, 회수방법 등 여러 기준을 전국적으로 통일하기 어려웠고, 용기‧포장재에 사용된 플래스틱은 용기포장리사이클법이 적용돼 칫솔, 완구 등은 독자적인 경로로 재활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플래스틱자원순환촉진법은 플래스틱 쓰레기를 분리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전환했고, 개별 행정단위가 직접 재활용 사업자와 위탁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도쿄도(Tokyo)는 재활용 사업자와의 위탁계약을 고려해 수거한 플래스틱 자원의 기계선별과 재활용에 대한 실증시험을 추진하고 있다. Mitsubishi Chemical Holdings(MCH), 쇼와덴코(Showa Denko), PS재팬(PS Japan)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수평적 재활용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플래스틱 쓰레기를 자체적으로 회수하는 제조사업자를 대상으로 폐기물처리법 상의 허가를 의무화하지 않는 특례도 마련했다.
카오(Kao)와 라이온(Lion)은 2020년 가을부터 이토요카도(Ito-Yokado) 히키후네(Hikifune) 지점에서 리필형 파우치 회수에 대한 실증시험을 진행하고 있고, 산토리홀딩스(Suntory Holdings)는 교에이산교(Kyoei Sangyo)와 함께 PET(Polyethylene Terephthalate) 병 재활용 공정의 일부 생략을 목표로 기술 개발을 진행하는 등 배출량 감축, 재자원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고베(Kobe) 지방정부는 2022년부터 수평적인 Bottle to Bottle 재활용을 추진하고 있다.
고베는 리필형 파우치 재활용, 자체적인 회수시설 개설 등 선진적으로 자원순환 시스템을 도입했고 회수되는 PET병 5000톤 가운데 용기포장리사이클협회 공급물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나머지는 MR(Material Recycle)을 통해 병으로 재생할 계획이다.
일본은 전국적으로 가정에서 배출된 병을 용기포장리사이클협회가 회수해 재활용기업에 인도하는 시스템이 정착됨으로써 재활용 방법을 선택할 수 없고 대부분 섬유 등 병 이외 용도로 재생하고 있다.
고베 지방정부는 회수한 병의 품질에 차이가 있는 등 문제점을 파악하고 양질의 재활용을 위해 독자적인 루트를 구축하고 있다. 교토(Kyoto) 등도 2022년 4월부터 비슷한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화학기업, 친환경형 소재 설계에 집중
플래스틱 자원순환, 폐기물 감축에 있어서는 환경 영향을 고려한 플래스틱 소재 설계가 필수적으로 요구되고 있고, 일본 정부는 플래스틱자원순환촉진법을 통해 4R을 고려한 설계지침을 규정하고 적합제품 인증 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화학기업들도 플래스틱 감량화, 재활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술 개발을 적극화하고 있다.
Japan Polypropylene(JPP)은 PP(Polypropylene) 베이스 장식필름을 개발하기 위해 자동차부품 1차 하청기업을 포함 수요기업들과 논의를 거듭하고 있다.
자동차는 전동화가 진행되고 외장재로 사용되는 강판이 플래스틱으로 대체되면서 장식필름을 사용함으로써 도장을 생략하는 흐름이 정착되고 있으며 자동차부품의 단일소재화가 요구되고 있다.
JPP는 재활용을 전제로 친환경형 설계를 도입함으로써 주방, 세면대, 욕실 등 물을 사용하는 장소에서도 비즈니스 기회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화학소재 생산기업들은 대부분 내열성, 내구성, 내약품성 향상 등 수요처 요구에 맞춘 플래스틱 개발에 힘을 기울이고 있으며 최근에는 자원순환 관점까지 포함시킨 연구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미쓰이케미칼(Mitsui Chemicals)은 2019년 일본 정부가 발표한 플래스틱 자원순환 전략에 대응해 플래스틱전략운영위원회를 출범했으며 2030년을 목표로 하는 장기 경영계획에서 자원순환 대응 강화를 기본전략으로 설정했고, MCH는 2021년 가을 식품 포장재를 담당하는 필름 부문에 순환경제 섹션을 마련했다.
일본 화학기업들은 플래스틱자원순환촉진법이 시행됨에 따라 감량화, 재활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플래스틱제품을 적극적으로 투입하고 있다.
스미토모케미칼(Sumitomo Chemical)은 리필형 파우치의 수평적 재활용을 실현하기 위해 2022년부터 고강성 PE(Polyethylene) 브랜드 Sumikuru를 생산할 계획이며 연포장재에 사용되는 나일론(Nylon)을 대체함으로써 필름층을 100% PE로 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Japan Polyethylene(JPE)이 공급을 시작한 메탈로센(Metallocene) HDPE(High-Density PE)는 세제 등 소형 병의 강성, 강도를 유지하면서 무게를 10% 줄일 수 있어 감량화로 이어질 수 있는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세제, 샴푸 등 파우치는 단일소재화를 위한 개발이 가속화되고 있으나 육류기름이 묻거나 오염된 식품용 필름은 MR이 어려워 CR(Chemical Recycle)을 고려한 플래스틱으로 통일하자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MCH는 햄, 소시지 등 가공육류 포장에 사용되는 공압출 필름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폴리올레핀(Polyolefin)계로 구성된 재활용 가능 필름을 개발해 Diamiron 브랜드로 공급하고 있다.
MCH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공압출 기술을 적용해 나일론, EVOH(Ethylene Vinyl Alcohol Copolymer), 폴리올레핀 등을 적층함으로써 다양한 성능을 부여한 무연신 다층필름이며 나일론, PET 등 복층 패키지에 필수적인 소재를 폴리올레핀으로 대체함으로써 재활용 수율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CH는 식품 폐기, 이산화탄소(CO2) 배출, 플래스틱 폐기물 등 다양한 관점에서 자원순환에 힘을 기울이고 있으며 플래스틱자원순환촉진법 시행을 계기로 지자체, 시민들과 함께 회수 실증시험을 추진할 방침이다.
MR 용이한 단일소재화 실증시험 가속화
해양 플래스틱 쓰레기, 탈탄소화, 원료 및 재생소재 조달 안정성 등 포장재를 둘러싼 사회적인 과제는 서로 연관성이 상당하나 아직은 일원적인 대응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다만, MR은 순환경제를 구축하기 위해 소비자의 이해를 얻기 쉬운 요소로 유럽에서는 생활필수품 생산기업이 재활용 가능성이 높은 단일소재 포장재 채용을 가속화하고 있다.
일본 화학소재 생산‧가공기업들도 최근 3년간 잇따라 대응제품을 투입했으며 단일소재로 이루어진 간이포장, 수축필름을 중심으로 MR 실증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복층필름 재활용을 시도하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일본은 고도의 배리어성을 보유한 복합소재를 이용한 기능성 포장재가 보급됨에 따라 포장재의 갈라파고스 시장으로 평가되고 있다.
일본기업들은 오래전부터 PP, PE만으로 이루어진 간이포장재를 사용했으나 최근에는 유럽에서 새롭게 형성된 단일소재 개념을 받아들여 배리어성 포장재 분야에서도 단일화를 제안하고 있다. 
중간영역에서 니즈 파악이 쉬운 위치에 있는 돗판인쇄(Toppan Print)와 Dai Nippon Printing(DNP)은 2018년 이후 잇따라 단일소재로 생산한 배리어성 필름을 시장에 투입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PP, PE 베이스 기초소재나 실란트 등으로 단일화했으며, 무기계나 알루미늄 증착층에 산소‧수증기에 대한 배리어성을 부여해 나일론, PET와 복합적으로 구성하는 필름을 대체할 계획이다. 과자 등 건조제품과 중간 정도의 배리어성이 필요한 세제, 머리용품 등 액체 커버에 중점을 둠으로써 유니레버(Unilever), 립톤(Lipton) 등 생활필수품 메이저들이 일부 채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내열성을 부여해 레토르트용 라인업을 확충하고 있으며 플래스틱자원순환촉진법이 시행됨에 따라 단일소재 채용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포장재 가공기업들이 고도의 배리어성 포장재에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원재료를 공급하는 화학기업들은 광범위한 영역에서 포장재의 단일소재화를 위한 R&D에 주력하고 있다.
DIC는 세계적으로 흔하지 않은 우레탄(Urethane)계 산소 배리어성 접착제를 전략제품으로 설정하고 스낵, 세제 등 중간 정도의 배리어성이 필요한 용도를 대상으로 제안하고 있다. 기존 배리어성 접착제는 높은 배리어성이 요구되는 용도에 알루미늄 증착을 보강하는 목적으로 투입됐으나 2022년 4월 출시한 신규 시리즈는 배리어성 코팅제와 조합해 기능성을 부여했다.
플래스틱자원순환촉진법이 시행됨에 따라 단일소재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나일론-LLDPE(Linear Low-Density PE)로 구성되는 PE 단일화, PET-CPP(Chlorinated PP) 필름으로 구성되는 PP 단일화를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다.
식품 접촉 소재는 안전성 검증작업 진행
일본 화학기업들은 MR을 실용화하기 위해 2020년 이후 협업을 통해 실증시험을 추진하고 있다.
프로젝트는 대부분 PIR(Post Industrial Recycle) 방식이며, 인쇄된 단일소재 재생에 착수한 후 회수를 포함 PCR(Post Consumer Recycle) 방식으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DIC는 2021년 제빵 메이저와 공동으로 빵 포장재 MR 실증을 시작했다.
협업하는 재활용기업 공장에 독자적으로 개발한 탈묵‧재펠릿화 공정을 도입해 다층 CPP 등을 대상으로 시험인쇄 필름, 재단 조각 MR을 진행하고 있다. 2022년 가을을 목표로 배송용 트레이 등 성형제품용 시장 투입을 준비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1사와만 폐쇄적으로 협력하지 않고 컨소시엄을 형성해 여러 제빵 메이저들과 제휴할 방침이다.
도요잉크(Toyo Ink)는 박리가 어려운 라미네이트 구성에 대응하고 있으며 이토추(Itochu), 재활용기업과 공동으로 복합소재의 박리‧탈묵 실용화 기술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사전에 박리하기 쉬운 전용 소재를 사용하는 것이 핵심이며, 2019년 개발한 복층필름 박리용 라미네이트 접착제와 탈묵용 앵커코트를 도포해 특정한 조건에서 박리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식품, 생활필수품에 직접 닿는 용도는 재생소재를 사용하기 어려워 DIC는 식품 접촉에 대한 안전성 검증작업을 병행하고 있으며 필름에서 필름으로의 MR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도요잉크는 MR만으로는 과제 해결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복합소재의 약 70%를 차지하는 올레핀을 MR 대상으로 삼고 나머지에서 50%를 차지하는 PET, 20%인 나일론, 잉크‧접착제 바인더 수지 등에 대해서는 CR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화학소재, 3R 이어 5R로 재이용 확대
일본 화학소재 생산‧가공기업은 오래전부터 3R 가운데 필름, 성형용기 박막화를 포함한 감량화에 집중하고 있다.
박막화는 물성 측면에서 한계에 이르렀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나 생활필수품 생산기업들은 여전히 감량화가 가장 중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최근 2개의 R을 추가한 5R이 부상하고 있다.
4번째 R은 재생 가능한 소재를 도입하는 Renewal과 대체소재를 도입하는 Replace로 단일소재, 종이 채용 등 다른 솔루션과 조합하는 방안이 주목받고 있다.
5번째 R은 원상복구를 의미하는 Repair로 일부에서는 실제로 병을 중심으로 적용되고 있는 3R의 재이용과 함께 순환경제의 전제조건으로 포장재 대량 사용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다만, 모든 대책은 개별기업 단독으로 완성할 수 없어 사회와의 연계, 협력을 통한 순환경제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