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IRA 시행 앞두고 공급망 다변화 … 삼성, 중국기업 지분 매각
국내 2차전지 생산기업들이 리튬 등 원료 공급망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자동차(EV)용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리튬과 코발트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해 캐나다 광물기업 일렉트라(Electra Battery Materials), 아발론(Avalon Advanced Materials), 스노우레이크(Snow Lake Lithium)와 각각 업무협약(MOU)을 맺고 배터리 핵심 원재료인 황산코발트·수산화리튬 등을 공급받기로 했다.
일렉트라는 2023년부터 3년 동안 황산코발트 7000톤을 공급하기로 했으며, 아발론과 스노우레이크는 수산화리튬을 각각 2025년부터 5년
동안 1만1000톤, 10년 동안 2만톤을 공급하기로 합의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GM(General Motors), 스텔란티스(Stellantis), 혼다(Honda) 등 자동차 생산기업들과 합작형태로 2차전지 공장 건설을 추진하며 안정적인 수요기업을 확보하고 있다.
SK온은 오스트레일리아의 글로벌리튬(Global Lithium Resources)과 리튬의 안정적 수급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글로벌리튬은 서오스트레일리아에서 리튬 원료인 스포듀민 광산을 개발하고 있으며 SK온에게 장기간 안정적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SK온은 글로벌리튬이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 지분을 매입할 기회를 얻은 것으로 파악되며 글로벌리튬과 함께 광물 채굴, 리튬 중간재 생산 등 배터리 밸류체인의 추가 사업 기회를 모색할 계획이다.
SK온은 오스트레일리아 레이크리소스(Lake Resources) 지분 10%에 투자하고 친환경 고순도 리튬 총 23만톤을 장기공급받는 계약도 체결했다.
리튬 공급은 2024년 4분기부터 시작해 최대 10년간 이어질 예정이다. 첫 2년은 매년 1만5000톤, 이후 매년 2만5000톤을 공급받는 조건이며 기본 5년 계약에 추가로 5년을 연장할 수 있다.
칠레 SQM과도 수산화리튬 5만7000톤을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배터리 원료 리튬은 수요가 급증하고 중국산 의존도가 높아 수입선을 다변화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탄산리튬 수입량은 2022년 1-9월 기준 칠레산이 3만1456톤으로 84.3%를 차지했으며 중국산은 2767톤으로 7.4%에 불과했다. 중국산 탄산리튬 수입량은 전년동기대비 4.7% 감소했다.
그러나 국내에서 생산하는 배터리와 하이니켈 양극재에 필요한 수산화리튬은 중국산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산 수산화리튬 수입은 2022년 1-9월 3만9737톤으로 26.2% 증가했으며 전체 수입량의 79.1%에 달했다.
국내기업들이 중국을 벗어나 오스트레일리아 및 북미기업들과 협약을 맺으며 원료 공급망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미국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투자계획이 발표됨에 따라 미국 시장 확보를 위해 중국산 의존도를 최대한 낮추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국내 2차전지 전문가들과 시장 관계자들은 일찌감치 배터리 원료의 중국산 의존도가 높다는 점을 국내 2차전지산업의 한계점, 혹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은 바 있다. 국내기업들은 IRA 법안이 통과되고 미국-중국 갈등이 심화되자 탈중국에 속도를 내고 있고 최근에는 유럽에서도 IRA와 유사한 법안이 추진되고 있어 대응이 요구된다.
삼성SDI는 2018년 중국 간펑리튬(Ganfeng Lithium)이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할 당시 574억원을 투자해 2347만5600주를 사들였으나 2022년 9월 1662만2000주를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 관계자는 “지분매각 자금은 다른 공급망 투자에 활용할 계획”이라며 “IRA 법안과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으나 시장 관계자들은 배터리 원자재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을 다변화하기 위한 대응책으로 해석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2차전지 생산기업 뿐만 아니라 직접적으로 리튬이 필요한 양극재 생산기업을 중심으로 중국을 제외한 국가의 리튬 광산을 확보하거나 폐배터리 재활용을 통한 리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아르헨티나 염수 리튬 상용화 공장 2단계 투자를 결정했다. 수산화리튬 2만5000톤을 생산할 계획이며 투자액이 약 1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코프로는 어센드엘리먼츠(Ascend Elements)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며 양극재 제조를 위해 리사이클 배터리 원료를 공급받을 예정이다.
미국에서 전처리된 폐배터리 원료는 에코프로 포항 캠퍼스에서 니켈, 코발트, 리튬 등 핵심광물로 추출돼 배터리 단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원자재를 회수해 경제적인 이득을 얻고 중국 등 배터리 자원 보유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방침이다.
정부에서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칠레 대통령과 만나 지속가능한 광업 및 밸류체인 협력 업무협약을 맺었다. 칠레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있어 IRA 법안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홍인택 기자)
황수창
2022-11-12 09: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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