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탄소섬유는 PAN(Polyacrylonitrile)계를 중심으로 글로벌 수요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2020년 초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으로 항공기용 수요가 격감했으나 전반적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항공기용 수요가 회복되며 증가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기업들이 온실가스 감축에 매진하는 등 탄소중립 대응을 강화하면서 탄소섬유 신증설을 가속화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도 글로벌 수요 증가세
PAN계 탄소섬유는 글로벌 수요가 2020년 9만1500톤에서 2021년 11만2600톤으로 23.0% 급증했고 2022년에도 12만8000톤으로 14.0%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항공‧우주용 수요는 2019년 1만4300톤을 기록한 후 2020년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여행객이 감소하고 보잉(Boeing) 787 품질 문제 영향을 받아 8700톤으로 격감했으나 최근 회복 궤도에 오른 것으로 파악된다.
전체 수요 증가를 견인하는 것은 산업용 수요로 2017년 최초로 7만톤을 돌파했고 2021년 8만7900톤에 이어 2022년에도 증가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스포츠‧레저용 수요는 2019년 9400톤에서 2020년 1만600톤으로 늘었고 2021년 1만5200톤으로 40% 이상 급증했으며 2022년에도 상당한 수준의 성장세를 유지한 것으로 추정된다.
스포츠‧레저용은 원래 수요 증가율이 작은 편이었으나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청년층이 골프에 관심을 가지는 등 야외 스포츠가 각광받으며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산업용, 풍력발전 블레이드 중심 성장 가속화
산업용 수요는 주로 풍력발전 블레이드가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풍력발전 블레이드는 최근 1개당 길이가 100m를 넘는 대형제품 도입이 본격화되며 기존에 주로 투입됐던 GFRP(Glass Fiber Reinforced Plastic)로는 무게를 감당할 수 없어 강성 보강을 위해 CFRP(Crabon Fiber Reinforced Plastic)로 대체되고 있다.
풍력발전 블레이드용 탄소섬유는 2022년 수요가 4만톤 이상으로 급증해 전체 수요의 30%를 차지한 것으로 파악된다.
풍력발전용 탄소섬유는 강도보다는 열변형을 막을 수 있는 강성이 요구돼 주로 라지토우(Large Tow)가 사용되며 도레이(Toray)의 자회사 졸텍(Zoltek)이 글로벌 시장의 5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졸텍은 최근에도 신증설 투자를 계속 진행하고 있으며 2023년에는 멕시코에 건설한 신규 생산라인을 가동할 계획이다.
중국도 라지토우 탄소섬유 신증설을 적극화하고 있어 2022년 말 생산능력이 3만5000톤에 달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도레이는 글로벌 수요가 2024년 6만톤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시장점유율 50%대를 유지하기 위해 차기 신증설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2025년까지 진행할 차기 경영계획 기간에 투자 계획을 구체화할 예정이며 경쟁기업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품질 경쟁력을 활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산업용 수요는 풍력발전 외의 다른 용도 역시 대부분 증가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압력용기 용도는 금속이나 수지 라이너에 탄소섬유를 감아 내부의 가스 압력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파괴로부터 용기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천연가스 자동차, 소형 가스전 등에서 대형 압축 천연가스 탱크용으로 채용이 확대되고 있다.
다양한 배출원에서 메탄(Methane)을 회수해 연료로 사용하고 있는 유럽‧미국에서는 연료탱크용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자동차용, 수소사회 전환과 함께 용도 확장
장기간 탄소섬유 시장 성장을 견인해온 자동차용은 활용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미츠비시케미칼(Mitsubishi Chemical)은 2023년 봄 이전에 이태리 SMC(Sheet Molding Compound) 공장을 가동하고 고급 자동차나 전기자동차(EV)용 공세를 강화할 예정이다. 특히, 신흥 전기자동차 생산기업이 차체 설계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반영할 때가 많아 CRFP의 특성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제안함으로써 신규 시장 개척을 견인할 방침이다.
연료전지자동차(FCV) 시장도 성장하고 있다.
도레이는 2050년경 세계 전체 에너지 중 50%가 수소로 전환될 것으로 판단하고 수소사회 도래에 대비해 연구개발(R&D)을 적극화하고 있다. 2019년 1000톤으로 추정된 수소 관련 탄소섬유 수요가 2025년이면 2만3000톤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최근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탄소섬유는 수소탱크와 카본 페이퍼, GDL(가스 확산층) 등에 사용되고 있다.
수소탱크는 승용차 1대당 50kg 정도, 트럭이나 버스 등 상용차는 1000kg 이상 투입되기 때문에 자동차 생산대수에 따라서는 1개 차종만을 위한 전용 생산라인 건설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수소탱크용 탄소섬유는 높은 인장강도를 갖추어야 하며 공급체제 안정화가 요구되기 때문에 일본 메이저 3사가 장악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카본 페이퍼는 탄소섬유 부직포에 수지를 함침시킨 다음 열처리해 수지를 탄화시킨 C/C 컴포지트로 탄화 시 발생하는 기공을 활용함으로써 가스를 투과시킬 수 있다. GDL은 카본 페이퍼 표면에 촉매층 등을 후가공한 전극 기재로 수요기업이 원하는 사양에 맞추어 제조해야 한다.
도레이는 현재 일본과 한국에서 카본 페이퍼를 생산하며 GDL은 일본에서만 생산하고 있으나 글로벌 수요가 상당해 2025년에는 유럽‧미국에서도 생산할 수 있도록 투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항공기 수요는 뚜렷한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보잉787용 납품대수가 월 74기로 최대를 기록했던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나 최근 787용 수주가 연평균 400기 이상으로 회복돼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열가소성 타입인 CFRTP(Carbon Fiber Reinforced Thermoplastic)를 다량 사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차세대 항공기 프로젝트도 진행되고 있어 항공기용 CFRTP 관련 기술과 채용실적을 갖추고 있는 테이진(Teijin), 도레이 등이 영향력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UAM(도심형 항공 모빌리티)가 인명 구조 관련 용도에 투입되며 항공기에 채용됐던 소재가 UAM에도 채용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풍력발전, 수직축 도입으로 수요 폭증 기대
대표적인 재생가능 에너지 발전인 풍력발전은 앞으로도 성장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는 육상과 해상 풍력발전 모두 수평축형 풍차를 사용하나 일본 벤처기업 Albatross Technology는 중량물을 하부에 배치한 수직축형 풍차를 만들어 발전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본은 정부가 2040년까지 풍력발전 도입량을 최대 40GW로 확대하겠다고 선언함에 따라 MW당 13톤, 총 59만톤에 달하는 CFRP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Albatross Technology는 아직 경제성이나 발전량을 고려할 때 기존 부유식을 적용해 진출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으나 대형 부유식 발전기를 설치할 때 대형 크레인선이 필요하고 유지보수 비용이 크기 때문에 과제가 많은 것으로 나타나 회전 원통 부체로 지지된 수직축이 특징인 부유축형 풍차(FAWT)를 제안하고 있다.
FAWT는 중량이 수평축형의 절반이며 부체를 소형화‧저코스트화할 수 있고 해수가 축으로 작용해 풍차 중량을 직접 지지하기 때문에 대형화에도 대응이 가능한 것으로 파악된다. 또 기울어져도 성능이 저하되기 어렵기 때문에 정격풍속 20도 경사를 허용하며 오히려 기울어질수록 바람을 맞는 면적을 늘릴 수 있어 효율 향상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접은 우산 형태로 육상에 조립하고 해상에는 세워두면 되기 때문에 크레인선이나 해안 강화가 불필요해 공사기간도 단축할 수 있다.
블레이드는 일정한 단면이기 때문에 인출성형 CFRP로 연속성형할 수 있고 사용이 완료된 블레이드를 다른 용도에서 재이용함으로써 폐기물이 나오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아울러 100% CFRP로 제조하면 경량화 효과가 크고 코스트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는 슈퍼캡에만 사용하는 탄소섬유를 풍차 전체로 확대 적용하면 탄소섬유 수요가 더욱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Albatross Technology는 2022년 9월 벤처캐피탈로부터 총 1억엔의 자금을 조달했으며 소형으로 해상 실험에 나설 계획이다. 2024년부터 실험을 시작해 상용화 가능성을 모색하며 풍차 제조는 연속 인발성형에 강점을 갖춘 Fukui Finetech이 맡는다.
일본·중국, 경쟁적으로 신증설 추진
탄소섬유 시장에서는 일본에 맞선 중국의 신증설이 급부상하고 있다.
사이노펙(Sinopec)은 251건의 탄소섬유 관련 특허와 46건의 탄소섬유 복합소재 특허를 바탕으로 35억위안을 투입해 라지토우 1만2000톤 설비를 2024년 완공할 예정이고, Zhongfu Shenying Carbon은 항공우주용 레귤러토우(Regular Tow)를 생산할 계획이다.
사이노켐(Sinochem)은 자회사를 통해 소재 메이저와 손잡고 PAN계 탄소섬유와 CFRP 일관생산 플랜트를 건설할 예정이다. 총 60억위안을 투자해 탄소화 라인 6개를 도입하고 프리커서 3만톤, 탄소섬유 1만톤, CFRP 5000톤을 상업 가동할 계획이다. 도레이의 고강도제품 T800 및 T1000 수준의 고기능 탄소섬유를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상정보망에 따르면, 중국은 탄소섬유 생산능력이 2021년 3만9400톤, 실제 생산량은 2만4300톤, 소비량은 5만2500톤으로 아직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스포츠·레저(37%), 풍력발전(36.5%), 건설(5.3%) 순으로 탄소섬유 수요 비중이 크고 항공우주(3.7%)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중국기업들의 공격적인 신증설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기업들도 증설을 추진하면서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도레이는 2025년 가동을 목표로 미국, 한국, 유럽공장에 레귤러토우 라인을 1개씩 추가 건설할 예정이고, 미츠비시케미칼은 탄소섬유를 생산할 때 발생하는 중간재를 재이용함으로써 PA(Polyamide) 6, PA66 외에 PP(Polypropylene), PC(Polycarbonate) 등 수지에 배합한 컴파운드를 출시하며 원가를 절감하면서도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다.
효성, 탄소섬유 정부지원만 믿는다!
효성첨단소재(대표 이건종)는 일본과 중국이 신증설을 통해 원가 절감에 나서자 고부가 포트폴리오 확장으로 대응하고 있다.
효성첨단소재는 2022년 7월 탄소섬유 2500톤 증설을 완료해 현재 생산능력이 6500톤에 달하고 있으며 2023년 4월 2500톤 라인을 추가 가동하고 2025년 1만4000톤, 2028년 2만4000톤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국내 탄소섬유 생산능력은 효성첨단소재, 도레이첨단소재, 태광산업을 포함해 1만2700톤으로 파악된다.
한국산 탄소섬유는 2022년 평균 수출가격이 톤당 2만2135달러로 전년대비 6.6% 상승했고 수출량도 7700톤으로 1.2% 증가했다. AN(Acrylonitrile)은 2022년 평균 1710달러로 24.2% 급락함으로써 수익성이 개선된 것으로 파악된다.
효성첨단소재는 2022년 탄소섬유 사업을 영위하는 산업자재부문 영업이익이 3029억원으로 19.0% 증가했다.
탄소섬유 증설을 완료한 후 가동률을 100% 끌어올렸음에도 불구하고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풍력발전 블레이드에 투입되는 산업용 그레이드, CNG(압축천연가스) 고압용기, 케이블용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중국에서 태양광 잉곳 성장로용 단열재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기존에는 태양광용 단열재로 피치(Pitch)계 탄소섬유를 사용했으나 쿠레하(Kureha) 등 일본기업들의 증설 제한으로 PAN계 탄소섬유의 태양광용 단열재 시장 침투율이 높아지고 있다.
폴리실리콘(Polysilicon), 잉곳은 2022년 고공행진을 이어갔으나 가격 부담이 완화되면서 태양광 모듈 수요가 증가하고 단열재용 탄소섬유 역시 수요 호조가 가속화되고 있다.
효성첨단소재는 2022년 10월 세계에서 3번째로 인장강도 6.4GPa, 탄성율 295GPa 이상 수준의 T1000급 초고강도 탄소섬유 개발에 성공했으며 항공기, 인공위성 등 판매가격이 높은 탄소섬유로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계획하고 있다.
초고강도 탄소섬유 개발은 산업통상자원부 지원으로 이루어졌고, 산업부는 2022년 12월 이창양 장관 주재로 4차 산업전략 원탁회의를 열어 우주항공·방산 시대에 대응한 탄소복합소재 경쟁력 강화전략을 발표했다.
저가 전구체 및 저에너지 공정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국내 탄소복합소재 관련기업에게 2조1000억원을 투자하며 재활용 기술 개발 및 인프라, 민간 중심의 회수 및 활용 관리체계를 확보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2023년 1월12일 총사업비 1046억원으로 탄소소재 기술 개발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시켰으며 대규모 연구개발(R&D) 지원 및 인프라 구축, 실증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정부 지원으로 최근 초고강도 탄소섬유 개발에 성공했으나 미국, 일본기업들과 비교하면 갈 길이 멀다”며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산업 생태계 조성에 장기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탄소중립 트렌드 타고 리사이클 투자 확대
탄소섬유산업은 탄소중립 관련 투자가 본격화되고 있다.
일본 화학섬유협회가 발표한 탄소섬유 지속가능성 비전 2050에 따르면, 탄소섬유 생산기업들은 최근 수요기업들이 탄소섬유를 사용할 때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감축시킬 수 있다는 점을 홍보하는 동시에 생산현장 사용 연료 전환이나 공정 개선 강화, 리사이클 등을 통해 탄소중립 실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도레이는 원료 바이오화와 리사이클 투자를 시작할 계획이다. 
지속가능성 비전 2050에서 글로벌 탄소섬유 수요가 2030년 20만톤, 2050년에는 50만톤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탄소섬유 제조 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것보다 탄소섬유를 사용할 때 감축하는 편이 용도 다양화에 도움이 되지만 세계적인 탄소중립 트렌드를 타고 제조 시 배출량을 제로(0)화하기 위한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최종적으로는 이산화탄소 포집‧이용(CCU)이나 포집‧저장(CCS) 기술과의 조합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나 리사이클 탄소섬유 생산기술이나 활용기술이 먼저 개발돼 시장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탄소섬유를 1kg 신규 생산할 때마다 이산화탄소가 20kg 배출되는 반면, 리사이클 탄소섬유는 2.6kg만 배출되기 때문에 리사이클 탄소섬유 시장 확대는 온실가스 감축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리사이클 탄소섬유 대부분은 사이징 소재가 사용돼 단섬유로 회수되기 때문에 용도 개척에 제한이 있으나 회수방법을 개량한다면 용도 확장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 독일기업으로부터 리사이클 탄소섬유 사업을 인수한 미츠비시케미칼 등 주요 생산기업들이 리사이클 사업 추진을 적극화하고 있으며 벤처기업의 양산 투자도 진행되고 있다.
리사이클 탄소섬유는 글로벌 수요가 2026년 2억2000만달러 이상으로 2021년에 비해 76%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윤화 선임기자: kyh@chemlocus.com, 홍인택 기자: hit@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