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산업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 이후 호황을 이어갔으나 2022년 하반기부터 불황이 심화되고 있다.
그러나 반도체 경기가 장기간 불황에 허덕이지는 않고 2023년 하반기 또는 2024년 상반기에는 반등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반도체 관련기업들은 기술 개발을 고도화하고 있다. 특히, 칩을 절단한 후 봉지 보호까지 하는 패키징 등 후공정의 중요성이 주목받고 있다. 웨이퍼 위에 칩을 형성하는 전공정은 첨단 로직이 물리적 한계에 도달한 것으로 평가되나 후공정은 전망이 밝기 때문이다.
일본 화학기업들은 전공정에 강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앞으로 떠오를 후공정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투자를 적극화하고 있다.
전공정에서 세계 최대 생산능력을 갖춘 TSMC(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가 경제산업성의 지원을 받아 이바라키현(Ibaraki)의 쓰쿠바(Tsukuba)에 후공정 연구개발(R&D)센터 설립을 결정함에 따라 일본의 후공정 소재 및 제조기술 개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 첨단 반도체를 국가전략기술로 육성
정부는 최근 국가전략기술 범위를 확대한 2022년 세제개편 안을 마련하고 조세특례제한법의 국가전략기술인 반도체·2차전지·백신 연구개발에 중소기업은 40-50%, 중견·대기업은 30-40%의 세액공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세제 혜택을 받는 반도체 기술 범위도 확대해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PIM(Processing In Memory)을 포함했다. PIM은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를 차례로 거치는 기존 데이터 처리 시간을 단축한 하이브리드 칩으로, 중앙처리장치(CPU)와 메모리가 대용량 데이터를 주고받을 때 발생하는 병목현상 해결의 열쇠로 꼽힌다.
고속 고용량 데이터 처리가 기본인 AI(인공지능) 반도체 발전을 위해서는 PIM 투자를 병행할 것이 요구된다.
또 에너지의 효율적 전력 변환에 사용되는 고전압 아날로그 IC와 초고전압(UHV) 기술, T-Con(Timing Controller)과 전력반도체(PMIC) 등도 반도체 관련 핵심 기술에 추가했다. 파운드리향 IP 설계·검증 기술과 시스템 반도체 테스트 기술도 신규로 포함됐다.
D램을 중심으로 한 메모리 반도체는 데이터 저장,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시스템 반도체는 데이터 연산을 담당하고 있으나 차세대 반도체인 PIM은 프로세서와 메모리가 하나의 칩으로 만들어져 데이터 저장·연산을 혼자 실행할 수 있다.
앞으로 PIM이 상용화하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출력해야 하는 고성능 인공지능, 초대형 데이터센터 분야에서 큰 발전이 기대된다.
정부가 메모리 반도체를 넘어 차세대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 PIM과 같은 지능형 메모리를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해 세제 혜택을 강화하는 이유이다.
일본, 12사 참여 컨소시엄에서 첨단기술 개발
반도체 미세화 기술은 전공정 뿐만 아니라 후공정에도 영향을 미치며 협피치, 다층화에 대응할 수 있는 고기능 소재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레조낙(Resonac: 구 Showa Denko Materials), 신코전기(Shinko Electric Industries), 디스코(Disco) 등 일본 반도체 소재 및 장비 생산기업 12사는 컨소시엄 조인트(JOINT) 2를 형성하고 반도체 칩과 인터포저(반도체 칩과 패키지 기판 사이에 끼워넣는 중계기판)의 전기적 접속을 실현하는 미세 돌기(Bump) 접합기술, 반도체 칩끼리 평면 방향으로 접속시키는 극세배선 기술, 높은 신뢰성을 갖춘 대형 패키지 기판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기능과 사이즈가 상이한 반도체 칩을 하나의 패키지 내부에 통합시키는 헤테로지니어스 인티그레이션(Heterogeneous Integration: 이종집적) 실장기술 개발 상황을 공개했다.
미세돌기 접합은 실리콘(Silicone) 인터포저를 사용하는 2.5D 실장과 수지제 인터포저를 사용하는 2.1 실장용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피치 폭 20마이크로미터(2.5D 실장)/40마이크로미터(2.1D 실장) 등을 실현했다.
2026년 최종 목표로 최첨단 3나노미터 이후 양산에 필요한 피치 폭 10마이크로미터/20마이크로미터를 개발하기 위해 우선 15마이크로미터/30마이크로미터 기술 확립에 나설 계획이다.
극세배선 기술은 재배선층(구리와 절연층 배선층)의 인터포저와 미세화 대응을 위한 수지제 인터포저 사이에 실리콘 칩을 넣은 칩 포함 실리콘 포저를 대상으로 개발하고 있다.
현재 라인 & 스페이스(배선 폭과 배선 간격)를 2마이크로미터/2마이크로미터까지 개발했고 최종적으로 500밀리미터각 대형 기판에서 라인 & 스페이스 1마이크로미터/1마이크로미터를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형 패키지 기판은 100밀리미터각 시험제품을 통해 평가를 진행하고 있으며 최종 목표인 140밀리미터각을 위한 대형화도 추진한다.
패키지 기판소재에 절연소재 중심으로 개발 강화
미츠비시가스케미칼(Mitsubishi Gas Chemical)은 헤테로지니어스 인티그레이션용으로 반도체 패키지 기판소재를 개발하고 있다.
유리전이온도(Tg)가 섭씨 300도 전후로 기존제품을 능가하고 열팽창률이 낮은 차세대제품으로 기판 대형화와 함께 증가하고 있는 왜곡 개선 니즈를 충족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도체 패키지 기판 재배선용 배선 미세화에 대응할 수 있는 감광성 절연필름도 개발하고 있다.
재배선층용 절연 소재는 JSR, 도레이(Toray), 후지필름(Fujifilm), 스미토모베이클라이트(Sumitomo Bakelite) 등이 개발하고 있다.
JSR은 피치 사이즈에 맞추어 네거티브형 혹은 포지티브형 재배선 소재를 라인업했다. 파인피치용 포지티브형 재배선 소재는 라인 & 스페이스가 1마이크로미터 전후인 패턴을 형성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레이는 저온경화 포지티브형 재배선 소재에 강점을 나타내고 있으며 고주파 대응 기기용 저유전 특성을 갖춘 재배선 소재도 개발하고 있다.
후지필름은 전공정에서 사용하는 구리 배선용 CMP(화학적 기계연마) 슬러리 메이저로 후공정에서도 미세화가 진전되고 다층화 흐름으로 절연층 평탄화 니즈가 확대됨에 따라 후공정 재배선층용 CMP 슬러리를 개발하고 있으며 2023년 완성할 계획이다.
후공정용은 전공정과 마찬가지로 콜로이달실리카(Colloidal Silica)를 연마립으로 삼는 CMP 슬러리이지만 후공정에서는 연마 대상이 PI(Polyimide) 등 절연 소재로 바뀌기 때문에 연마 레이트 최적화 등이 요구된다.
아울러 후공정용 포스트 CMP 클리너(CMP 후 세정제)도 개발하고 있으며 CMP 슬러리 분야 최대 메이저로서 후공정 분야에서도 CMP 니즈를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반도체 봉지재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스미토모베이클라이트는 컴프레션 몰드용 과립상 에폭시(Epoxy) 봉지재를 생산하고 있으며 과립 사이즈가 5마이크로미터인 소입경 필러를 개발했다.
최첨단 분야의 협갭 웨이퍼 레벨 패키지 컴프레션 몰드로는 일반적으로 액상 봉지재를 사용하고 있으나 5마이크로미터에 불과한 작은 사이즈라면 액상 타입 수준의 봉지 성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언더필름까지 일괄 봉지시킬 수 있는 강점을 살려 공급을 확대하고 액상 타입 대체를 가속화할 예정이다.
미쓰이케미칼(Mitsui Chemicals)은 반도체 칩을 겹침으로써 고성능화하는 3차원 실장용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
반도체 미세화 기술 진전으로 돌기 크기나 피치가 협소화되는 가운데 칩 끼리 구리 배선과 절연막을 직접 접합시키는 하이브리드 접합이 기존 납땜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접합기술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하이브리드 접합은 접합 전 표면 연마 시 발생하는 파티클(미립자)이 세정 후에도 완전히 제거되지 않아 접합 불량을 일으킬 수 있다는 과제가 남아 있다.
미쓰이케미칼의 저온접합 소재는 표면에 남은 파티클을 감싸는 형태로 절연막을 형성하며 접합 후 열을 가하기 전 상태에서도 높은 접합강도를 발현할 수 있어 임시 고정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접합 소재에서 배출되는 아웃가스가 없고 절연막에 보이드(구멍)가 벌어져 위치 정확도에 영향을 미칠 우려도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AGC는 반도체 패키지 기판이나 인터포저, 안테나 기판 등 핵심 소재용으로 극세공 가공한 유리기판을 제안하고 있다.
반도체 패키지 기판 대형화에 대응할 수 있는 신뢰성, 저유전특성, 대면적화가 가능한 특성 등을 갖춘 소재로 반도체 패키지의 헤테로지니어스 인티그레이션 기술과 5G(5세대 이동통신) 이후 고속 대용량 통신이 보급되는 2025-2026년을 목표로 제안할 계획이다. (강윤화 책임기자: kyh@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