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경제·환경 정책이 오락가락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이 소득주도성장, 부동산 과잉규제, 탈원전, 법치 파괴로 국민의 오장육부를 긁어놓더니 윤석열 정부도 인사 농단에 이어 부동산 버블 조성, 전력요금 인상 회피, 환경정책 후퇴 등으로 경제·환경적 흐름을 가로막아 국민들이 분노하기 직전이다.
인사·감찰 문제는 논외로 하더라도 부동산 규제를 풀어준 것에 그치지 않고 지나치게 완화함으로써 잠잠하던 부동산 가격이 다시 폭등해 버블을 조성하고 있고, 국제유가가 배럴당 80-90달러를 오르내리는 상태에서 전력요금을 현실에 맞게 조정하지 않고 차일피일 미루더니 산업용, 그것도 대기업 공급용만을 올리는 꼼수를 마다하지 않고 있으며, 각종 일회용품 사용규제도 뚜렷한 명분 없이 철회함으로써 세계적인 환경보호 흐름을 역행하고 있다.
환경부는 식당·카페·편의점의 일회용 컵, 플래스틱 빨대, 비닐봉지 사용금지를 해제했다. 플래스틱 빨대, 비닐봉지는 계도 기간을 연장해 한동안 단속하지 않는다고 하나 물 건너간 것으로 보아 무방할 듯하다.
말로는 고물가·고금리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하나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참패한 후 여론 잠재우기용 선심 정책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인사·감찰·경제 정책의 실패를 지극히 정상적 환경보호 정책 폐기로 덮겠다는 심산이다.
한국은 2018년 기준 일회용 컵 사용량이 294억개에 달하는 등 플래스틱, 일회용품 천국으로 인식되고 있다. 국민의 환경의식 수준이 크게 뒤떨어져 스스로의 편의만 생각해 행동할 뿐 지구환경이나 생활환경 파괴에 대해서는 자폐아 수준에 그쳐 일회용품 사용이 홍수를 이룸으로써 환경파괴가 극에 달하고 있다.
도시의 길거리를 걷다 보면 폐비닐을 중심으로 폐기물이 발길을 가로막는 것이 일상이고, 농어촌도 농사용 폐비닐과 폐농약병이 거리와 논밭에 널부러져 있다. 생업과 편의를 위해 비닐과 병을 사용했으면 스스로 수거해 처리하는 것이 당연한데도 국가가 알아서 처리하겠거늘 하는 심정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그런데도 11월24일 일회용품 단속과 과태료 부과를 앞두고 갑자기 백지화했다. 더군다나 커피 전문점에서 다회용 컵 사용이 익숙해지는 시점에서 별다른 대안도 없이 정책을 뒤집은 것이다.
제주도와 세종시는 일회용컵 보증금제도를 통해 2023년 8월 기준 430만개 수준을 감축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일회용컵 회수율도 초기 10%대 수준에서 2023년 8월 62.3%로 크게 상승했다. 일부에서는 컵 1개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3g으로 계산해 9개월간 약 10만kg의 탄소 배출이 줄어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더군다나 유럽연합(EU)은 2021년 7월부터 빨대를 비롯해 플래스틱제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했고, 뉴질랜드는 2023년 7월부터 일회용 플래스틱 빨대 사용을 금지했으며, 베트남조차도 2025년부터 호텔이나 관광지에서 플래스틱제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할 예정이다.
선진국에 진입했다고 큰소리치는 사람들이 환경보호를 외면하고 있다는 평가를 듣는 것은 치욕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이 국민소득 3만달러대에 진입한 후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도 정치와 국민의식의 후진성에서 찾아야 할 시점인지 모르겠다.
일회용품 사용규제는 반드시 되살려야 한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2024년 4월 총선이 끝나면 철회를 철회해야 할 것이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도 회수를 중심에 놓을 것이 아니라 가격 차별화를 통해 스스로 결정하게 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일회용컵 커피 한잔은 3000원, 컵을 가져오면 2000원으로 가격을 다르게 해 소비자 스스로가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 스스로 판단하고 실천하도록 유도해야 성공한다.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면 실패가 없다.
<화학저널 2023년 11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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