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10사 중 9사 영업이익 감소 … 바이오 CDMO 시장침체 심각
헬스케어 사업이 앞으로도 화학기업의 주요 수익원으로 작용할지 주목되고 있다.
일본 화학기업들은 범용 석유화학 사업 의존에서 탈피해 고기능 소재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하고 있으며, 특히 헬스케어와 제약 분야를 강화함으로써 외부환경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구조를 확립하고 있다.
하지만, 2023년 4-9월 주요 화학기업 10사 중 9사의 헬스케어 관련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감소해 계속해서 수익 개선에 도움이 될지 의문시되고 있다.
최근의 헬스케어 수익 악화는 주로 의약품 특허 만료, 후발 의약품 출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 종료 후 침체된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투자 열풍에 따른 것으로 파악된다.
스미토모케미칼(Sumitomo Chemical)은 매년 20억달러 상당의 매출을 올렸던 항정신병 약물 라투다의 미국 독점 판매기간이 2023년 2월 종료된 영향으로 4-9월 매출이 4081억엔으로 35.0%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732억엔으로 적자 전환했다.
테이진(Teijin)은 통풍 환자의 만성적 고요산혈증 치료에 사용하는 페브릭의 후발 의약품이 출시된 영향으로 매출이 707억엔으로 9.3%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82억엔으로 46.4% 급감했다.
도레이(Toray) 역시 혈액투석 환자의 난치성 가려움증 치료약물인 레밋치 후발 의약품이 출시되며 매출이 248억엔으로 4.3%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5억엔으로 적자 전환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종료로 백신, 치료제 연구개발 열풍이 식으면서 한동안 호황을 이어온 CDMO 사업도 타격이 상당한 것으로 파악된다.
후지필름(Fujifilm)과 JSR은 바이오 벤처 위탁사업에서 수익이 악화돼 각각 영업이익이 418억엔으로 6.0% 감소하고 마이너스 81억엔으로 적자 전환했으며, 가네카(Kaneka)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종료 영향을 받아 매출이 462억엔으로 6.5%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59억엔으로 21.3% 감소했다.
아사히카세이(Asahi Kasei)는 영국 CDMO 전문기업 Bionova를 인수한 영향으로 매출이 2665억엔으로 8.6%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198억엔으로 23.2% 감소했다.
미쓰이케미칼(Mitsui Chemicals)은 안경렌즈 모노머 등 비전케어 사업과 부직포 부문에서 출하량이 감소하며 매출액이 1191억엔으로 2.5%, 영업이익은 112억엔으로 18.8% 감소했으며, 세키스이케미칼(Sekisui Chemical)은 코로나19 검사키트 승인이 지연된 영향으로 매출이 437억엔으로 1.9% 증가했음에도 영업이익은 51억엔을 7.3% 감소했다.
반면, 미츠비시케미칼(Mitsubishi Chemical)은 북미에서 근위축성 측색 경화증(ALS) 치료제 라디카바 판매가 호조를 나타내며 헬스케어 관련 매출이 2193억엔으로 8.0%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324억엔으로 620.0% 폭증하며 10사 중 나홀로 수익 개선에 성공했다.
일부는 2023년 말부터 헬스케어 수요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키스이케미칼은 미국에서 검사키트 및 의약품 원제 공급을 확대함으로써 2023회계연도(2023년 4월-2024년 3월) 매출이 959억엔으로 6.9%, 영업이익은 135억엔으로 8.0%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미쓰이케미칼은 부직포 사업을 아사히카세이와 통합했고 비전케어, 오럴케어, 농약 부문이 호조를 나타내며 매출이 3030억엔으로 17.4%, 영업이익은 360억엔으로 23.3%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사히카세이는 연말부터 웨어러블 자동제세동기 보험 상환 개선, 체외 자동제세동기(AED) 판매 확대 등으로 헬스케어 사업이 성장궤도를 되찾으며 매출이 5600억엔으로 12.7%, 영업이익은 464억엔으로 10.8%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장 관계자들도 대부분 바이오 벤처를 중심으로 투자금 확보가 어려워진 의약품 CDMO 사업이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와 같은 높은 성장세는 되찾지 못하지만 코로나 이전에 제기됐던 연평균 10-20% 수준의 성장률은 회복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헬스케어 사업 중 의약품 비중이 큰 곳은 수익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미츠비시케미칼은 2023년 초 노바티스(Novartis)와 다발성 경화증 치료제 로열티 분쟁에서 승소하면서 1258억엔의 보상금을 확보했으나 2022회계연도에 이미 반영했기 때문에 2023회계연도 반동 효과로 매출이 4360억엔으로 18.6%, 영업이익은 580억엔으로 60.0%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스미토모케미칼과 테이진은 기존 주력 의약품을 대체할 신규 의약품 개발 및 출시에 공을 들이고 있으나 뚜렷한 성과가 없기 때문에 영업실적 전망치를 보수적으로 잡고 있다.
스미토모케미칼은 2023회계연도 매출이 1조300억엔으로 13.0%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290억엔으로 적자전환이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테이진은 매출이 1400억엔으로 7.0%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165억엔으로 34.5% 급감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