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화학산업은 그린 리커버리(Green Recovery) 전략을 강화하며 해외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30년 카본 피크아웃, 2060년 카본 뉴트럴(탄소중립) 실현이라는 목표 아래 이산화탄소(CO2) 배출량과 배출원단위를 기준으로 환경규제를 강화하며 화학산업 확대를 저지하고 있다.
화학산업은 2022년 매출액 기준으로 글로벌 시장의 40%를 차지했고 현재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석유화학제품, 배터리 소재를 중심으로 내수시장 포화가 심화된 것으로 파악된다.
화학기업들은 구조적 요인과 환경규제 강화 움직임에 맞추어 수출 확대, 생산기지 이전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설비투자는 주로 동남아 지역에서 확대하고 있다.
환경규제 강화로 신증설 투자 억제
중국 화학산업은 1990년대 이후 30년 동안 확대일로를 걸어왔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화학산업 뿐만 아니라 제조업 전반을 대상으로 환경규제를 강화하며 최근 신증설 투자 장벽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 석유‧화학공업연합회(CPCIF)에 따르면, 중국은 화학산업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전체 제조업 배출량 중 10%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화학산업 확대 억제를 목표로 현재 에틸렌(Ethylene) 생산능력 80만톤 이상의 NCC(Naphtha Cracking Center)와 PTA(Purified Terephthalic Acid) 100만톤 이상 플랜트에 신증설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앞으로도 정부가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준으로 한 규제를 추가함에 따라 영향을 받는 플랜트가 더욱 다양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 3대 국영 석유기업들은 대규모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프로젝트와 포집 이산화탄소를 원료로 사용하는 저환경형 화학제품 생산 프로젝트를 잇달아 공개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2026-2027년 포집 이산화탄소 및 그린수소를 원료로 사용하는 그린 암모니아(Ammonia), 그린 메탄올(Methanol)을 각각 400만톤 이상 상업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페트로차이나(PetroChina)는 CCUS를 통한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분을 2025년 약 2400만톤으로 확대하고 정부가 탄소중립 목표연도로 정한 2060년 23억톤을 초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CNOOC(중국해양석유)는 하이난성(Hainan)에서 포집 이산화탄소와 수소로 합성가스를 제조한 후 원료로 투입해 초산(Acetic Acid) 80만톤, 액상 암모니아 22만톤을 상업화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석유화학, 수요 부진 장기화에 가동률 하락
중국 화학기업들은 해외진출에 생존을 걸고 있다.
석유화학, 전기자동차(EV)용 배터리 소재 내수시장이 이미 포화됐고 생분해성 수지,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차세대 배터리 분야까지 경쟁이 심화돼 공급과잉을 피하기 위해서는 해외진출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2023년 9월 신규 주택 가격 상승을 타고 제조업 PMI(구매관리자지수)가 5개월만에 50을 상회했다. PMI는 50 이상이면 경기 확장, 50 미만이면 경기 위축을 나타낸다.
그러나 화학산업은 장기간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요 전방산업인 디스플레이는 패널 가동률이 8월 80% 수준을 정점으로 하락해 조정 단계에 들어갔고 반도체는 D램이 바닥을 쳤으나 낸드 플래시 메모리 가동률이 여전히 낮아 관련 소재 물류까지 정체가 심각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석유화학제품 자체도 국제유가 상승과 정기보수, 설비 트러블 등으로 업스트림은 가격 상승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으나 소비자가 주로 사용하는 유도제품을 중심으로 물류 정체가 심하고 빨라야 2024년 춘절 연휴 이후 수요 회복이 이루어질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CPCIF에 따르면, 중국 화학산업 최종 이익은 2023년 1-6월 2050억위안(약 42조3000억원)으로 50% 급감했다.
하지만, 국영 플랜트 엔지니어링 메이저 China National Chemical Engineering은 상반기 매출액이 20% 이상, 영업이익은 10% 이상 급증했고 다른 엔지니어링기업들도 대부분 호조를 나타내 화학산업 내 설비투자 및 생산 과잉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시장 관계자들은 앞으로 공급과잉이 장기화되며 중국 전체 에틸렌 가동률이 2025년 90%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동남아‧동유럽 중심으로 해외진출 가속화
현재 중국 화남지역에서는 중국 국영기업 뿐만 아니라 유럽, 미국, 중동기업들까지 화학 플랜트 건설을 추진하고 있으나 대부분 수요는 동남아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페트로차이나는 남중국해에 면한 광시좡족자치구(Guangxi) 친저우(Qinzhou)에 대규모 화학 플랜트를 조성하고 있으며 RCEP(역내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를 활용해 아세안(ASEAN) 공세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친저우에서는 Shanghai Huayi도 플래스틱 원료를 비롯해 생분해성 수지, 에폭시수지(Epoxy Resin) 생산설비와 MTO(Methanol to Olefin) 플랜트를 건설하고 있다.
페트로차이나와 Shanghai Huayi 모두 2025-2026년경 전면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투자액은 각각 300억위안(약 6조원) 이상에 달하고 있다.
Hengyi Petrochemical은 2024년 완공을 목표로 친저우에 카프로락탐(Caprolactam)에서 나일론(Nylon) 6로 이어지는 일관 플랜트를, Tongkun 역시 2025년 완공을 목표로 PTA 300만톤 플랜트를 건설하고 있다.
해외진출도 가속화하고 있다. 수출 확대만으로 부족할 만큼 내수시장 포화 상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Hengyi Petrochemical은 인도네시아, Tongkun은 브루나이에 석유정제-석유화학 일체화 단지를 건설할 예정이며 Tongkun은 PTA 원료용 P-X(Para-Xylene)도 인도네시아에서 생산해 수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밖에 Rongsheng Petrochemical은 정부의 합섬원료 투자 억제 정책에 따라 중국 투자가 어려워지자 말레이지아로 선회하고 있다.
배터리 소재 역시 유럽연합(EU)이 중국 정부의 보조금 정책을 이유로 중국산 전기자동차에 대한 수입 관세를 인상할 예정이어서 관세 회피가 가능한 동남아나 동유럽 등으로 생산기지 이전 및 진출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PEEK‧PI, 국산화 기술 개발 “활발”
중국 화학기업들은 슈퍼 EP(엔지니어링 플래스틱)를 중심으로 한 고부가제품은 국산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EP 중에서도 최고수준의 기능과 물성을 갖춘 케톤(Ketone)계 국산화가 가장 활발한 것으로 파악된다.
지린(Jilin)대학은 최근 빅트렉스(Victrex), 사빅(Sabic) 등 글로벌 PEEK(Polyether Ether Ketone) 메이저들과 동일하게 구핵치환 반응을 활용하는 중합기술 개발에 성공했고 Zhongrun Chemical과 킹파과학기술(Kingfa Sci & Tech), Shandong Haoyun 등에게 라이선스해 수백에서 2000톤 수준을 상업 생산할 예정이다.
글로벌 최대 PEEK 메이저 빅트렉스는 랴오닝성(Liaoning) 판진(Panjin)에서 중국기업과 합작 프로젝트를 통해 PEEK 플랜트를 건설하고 있다.
PEEK 뿐만 아니라 절연 소재나 FPC(플렉서블 프린트 기판)에 사용되는 PI(Polyimide)는 한국, 일본, 미국이 높은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으나 중국기업들이 국산화 투자를 확대하면서 글로벌 시장 판도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PI 생산기업들은 유럽, 미국, 일본에 비해 수율이 낮고 10마이크로미터 이하 초박형 필름 생산이 안정적이지 않으나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전기‧전자 분야에서 채용실적을 늘려가고 있다.
Valiant가 PI수지, Aoshen은 PI섬유, Rayitek Hi-Tech Film과 Anhui Guofeng New Materials은 PI필름을 생산하고 있으며 모두 증설 투자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