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제는 친환경 및 지속가능성 트렌드에 따라 수요가 변화하고 있다.
용제는 하나의 용액을 만들기 위해 용해, 추출, 흡수, 세정 등 물리적 처리로 용질을 녹일 때 사용하는 성분으로 작용에 따라 추출제, 흡수제, 세정제 등으로 부르거나 용질을 녹인 매질이라는 의미에서 용매라고 부르기도 한다. 용매는 알코올, 에테르, 시너, 보일유 등 다양한 종류가 있으며 인쇄잉크, 수지용제, 접착제, 의약, 농약, 섬유, 전자소재 및 기계용 세정제 등 광범위하게 이용된다.
한국·타이완 등 아시아를 중심으로 시장이 성장하고 있으며 글로벌 생산기업들은 고순도 용제를 사용하는 전자소재 분야에 주력하고 있다.
IPA, LG‧이수에 SK지오센트릭 가세
IPA(Isopropyl Alcohol)는 페인트용 안료의 주재료인 합성수지의 용해를 돕고 도장할 때 적절한 점도를 조절해주며 인체에 무해하고 작업 후 잔여물이 없다.
또 무극성 물질을 용해하며 얼룩을 남기지 않고 쉽게 증발하는 특징이 있어 반도체, LCD(Liquid Crystal Display) 등 IT 부품 세정제로 많이 활용하며 시약 원료 등의 용제로도 사용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IPA는 특정국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높은 품목으로 분류되며 2022년 타이완산 수입액이 800만달러로 전체의 44.9%를 차지했다.
국내 생산능력은 LG화학 여수공장 20만5000톤, 이수화학 울산공장 6만톤으로 26만5000톤 수준이며 주요 수요기업은 엠에스, 대명케미칼 등으로 파악된다.
LG화학은 국내 IPA 생산기업 중 유일하게 아세톤(Acetone) 베이스 IPA와 프로필렌(Propylene) 베이스 IPA를 모두 생산하며 고순도 HP-IPA(High Purity IPA)도 생산하고 있다.
이수화학은 IPA 생산기술을 자체 개발해 2008년 상업생산을 시작했으며 국내와 아시아‧북미‧유럽에 페인트, 잉크, 세척제 등 산업용 뿐만 아니라 의약품, 손소독제 원료 등 광범위한 용도로 공급하고 있다.
이수화학은 IPA를 포함한 정밀화학 부문 매출액이 2023년 3분기 1346억4000만원으로 전체의 11.5%를 차지했고 평균 가동률은 100.0%로 확인됐다.
SK지오센트릭은 2024년 국내시장에 가세할 것으로 예상된다.
SK지오센트릭은 일본 도쿠야마(Tokuyama)와 총 1200억원을 50대50으로 공동 투자해 IPA 생산법인 STAC를 설립했으며 2024년 상업가동을 목표로 울산공장 2만평방미터 부지에 반도체용 세정제인 고순도 IPA 3만톤 플랜트를 건설하고 있다.
SK지오센트릭은 합작 투자에서 원료 수급과 공정 운영, 마케팅을 전담하고 도쿠야마는 IPA 생산 관련기술을 제공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MEK, 친환경 트렌드 대응 시급하다!
MEK(Methyl Ethyl Ketone)는 지속가능성 트렌드의 영향으로 석유화학 전반에서 수요가 점차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MEK는 독특한 냄새를 가진 액체로 부틸알코올 산화 과정을 통해 제조하며 알코올이나 물에 용해되는 성질과 휘발성이 강해 니트로셀룰로스(Nitrocellulose), 질산셀룰로스, 비닐수지(Vinyl Resin), 인쇄잉크, 페인트, 윤활유 등의 용제나 가황촉진제, 세정제로 투입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중국산 수입 의존도가 68.8%에 달했으며 국내에서는 생산하지 않고 있다.
페인트, 코팅제 등에 적용하면 건조 속도를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고 플래스틱 및 섬유용 용해제나 세정제로 가공성을 향상하거나 열과 압력에 대한 내성을 강화할 수 있다.
그러나 인화성 물질로 높은 증기압을 보유해 폭발성 화재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열, 불꽃, 불안정한 물질과 접촉을 피해야 할 뿐만 아니라 접촉 시 피부와 눈에 심각한 질환을 유발하는 등 인체에 유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부는 MEK를 2009년부터 급성중독을 일으키는 10대 화학물질 중 하나로 분류했고 환경부가 제4류 위험물인 동시에 유해화학물질로 지정해 전체 함유량이 25% 이상이면 사고대비물질로, 85% 이상이면 유독물질로 분류하고 있어 국내 사용량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2022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유해화학물질 관리 강화 및 사고 예방을 위해 건축자재를 생산하는 예산공장에서 최종제품 식별 번호 인쇄를 위해 사용하던 MEK 포함 잉크를 레이저 프린터 사용으로 대체했다고 밝혔다.
LX하우시스는 유성잉크로 인쇄한 벽지에 MEK, 톨루엔(Toluene) 등 유해물질이 남아있을 수 있음에 따라 2004년부터 100% 수성잉크만을 사용해 환경부의 표지인증을 받는 등 친환경성을 입증하고 있다.
반면, 주로 기능화학제품 사업에서 수익을 올리고 있는 일본 마루젠석유화학(Maruzen Petrochemical)은 MEK 수요가 전반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판단 아래 2023년 10월 신증설 투자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장재, 식품기업 중심으로 MEK 퇴출
MEK는 포장재 용도에서도 친환경 트렌드에 따라 수요가 점차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주요 종합 식품 생산기업인 SPC그룹은 2023년 6월 베이커리와 푸드 주요제품군에 녹색인증 포장재를 도입하며 MEK 사용을 중지했다.
SPC삼립은 포켓몬빵, 산리오빵, 삼립호빵 등 1600여개 품목에 MEK, 톨루엔 등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고 친환경기술로 생산한 녹색인증 포장재를 적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SPC그룹은 녹색인쇄라고 불리는 플렉소 인쇄 방식을 통해서도 유기용제 사용량을 절감하고 있다.
플렉소 인쇄는 안전성이 높은 수성잉크만 사용하는 양각 인쇄방식으로 기존 그라비아 인쇄에 비해 잉크 및 유해화학물질인 유기용제 사용량을 대폭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총 휘발성 유기화합물(TVOCs) 방출량을 약 29% 줄일 수 있어 친환경 비닐 포장재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SPC삼립은 플렉소 인쇄를 2023년 6월까지 140여 품목의 포장재에 적용한 후 12월까지 적용품목을 50% 이상 확대했으며, 파리바게뜨는 2023년 7월 식빵 포장재에 플렉소 인쇄 방식을 적용하고 식빵 전제품을 비롯한 베이커리 26종에 녹색인증 포장재를 사용했다.
국내 대표 제과기업 오리온그룹 역시 2017년 MEK, 초산에틸(Ethyl Acetate) 등 인체에 유해한 휘발성 유기화합 용제를 사용하지 않은 환경친화적 포장재 개발에 성공해 식품용 포장재 분야에서 최초로 환경부 녹색기술인증을 획득했다.
2021년 안산공장에 총 120억원을 투자해 플렉소 인쇄설비를 설치했으며 기존제품 및 신제품에서 적용을 확대해 유기용제 사용량을 연간 800톤 가량 줄일 방침이다.
환경부, 실리콘 실란트 변환 추진
정부의 실리콘(Silicone) 실란트(Silant) 대체 추진 역시 국내 MEK 수요 감소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부는 2023년 11월 기준 실리콘 실란트를 경화 시 MEKO(Methyl Ethyl Ketoxime) 성분이 검출되는 옥심(Oxime) 타입에서 친환경 알콕시(Alkoxy) 타입으로 대체하도록 법제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실란트의 경화 부산물인 MEKO는 하이드록실암모늄설페이트(Hydroxylamime Sulphate)와 MEK를 주원료로 제조한다.
대부분 건축용 실리콘 첨가제로 투입되고 일부는 유성페인트의 표면 응결 방지용 첨가제로 사용되나 유럽은 발암의심물질로 분류하고 대부분의 실리콘 실란트를 알콕시 타입으로 대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내시장은 옥심 타입의 장점이 우수해 쉽게 전환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실리콘 실란트 관계자는 “옥심 타입도 MEKO 발생량이 미미해 인체에 큰 영향을 주지 않으나 환경부가 유럽의 환경법을 따라가는 추세여서 몇년 안에 관련법이 제정되면 실리콘 실란트가 전부 알콕시 타입으로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옥심 타입은 실리콘 경화 시 우수한 품질을 나타내고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나 알콕시 타입은 보관기간이 짧고 가격이 옥심 타입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IPA 고순도화에 MEK 부진…
일본은 최근 전자용 고순도제품 수요 증가에 대응해 고순도 IPA 생산에 주력하고 있으며, MEK는 주요 수요처인 한국이 수입량을 줄이면서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다.
에네오스(Eneos), 도쿠야마, 미쓰이케미칼(Mitsui Chemicals)이 IPA를 생산하며 수출량은 전체 생산량 20만톤 이상 가운데 약 50%에 근접하는 9만톤 전후로 집계된다.
IPA는 한동안 코로나19 영향으로 손소독제용 수요가 꾸준했으나 코로나 특수가 종료되면서 생산량이 2022년 21만3528톤으로 전년대비 2.
9% 감소했고 2023년 1-4월 5만9775톤으로 전년동기대비 23.1% 급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은 2022년 8만9636톤으로 6.3% 감소했고 2023년 1-6월 3만970톤으로 37.8% 격감했다.
전자소재용 등 고순도제품 수요가 많은 타이완 수출은 2만2795톤으로 3.5% 증가했으나 싱가폴이 1만1841톤으로 18.8%, 말레이지아가 1만2192톤으로 14.9%, 필리핀이 1만151톤으로 10.9% 감소했으며 건축 페인트용 수요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타이 역시 9123톤으로 9.0% 줄었다.
MEK는 마루젠석유화학, 에네오스, 이데미츠코산(Idemitsu Kosan)이 생산하며 중국과 함께 주요 공급국 포지션에 있으나 최근 한국 수출이 급감하며 공급 감소가 예상되고 있다.
생산량은 2022년 5만3513톤으로 43.0% 격감했다. 다만, 수출은 2023년 상반기 7만444톤으로 61.4% 폭증했고 한국 수출은 3만7571톤으로 29.8% 급증한 것으로 파악된다.
초산에틸 호조에 글리콜에테르계도 안정 성장
일본은 에스테르(Ester)계 용제 수입이 감소하고 있다.
주력 에스테르계 용제인 초산에틸이 호조를 나타내고 있으며 PO(Propylene Oxide)계, PG(Ethylene Glycol)계 등 글리콜에테르(Glycol Ether)계 용제 시장이 안정적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초산에틸은 레조낙(Resonac)이 원료 에틸렌(Ethylene)에 초산(Acetic Acid)을 직접 부가하는 독자적인 기술을 채용해 10만톤을, 다이셀(Daicel)
이 바이오 메탄올(Methanol)을 원료로 환경부하 저감 그레이드를 중심으로 7만5000톤을 생산하고 있다.
2사 생산량이 전체 수요의 약 60%에 투입되고 나머지 40%는 수입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중국산이 전체 수입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산 수입량은 2022년 9만2551톤, 2023년 상반기 3만7715톤을 기록했다.
글리콜에테르계 용제는 PO계가 전자소재용 고기능제품을 중심으로, EO계는 페인트, 잉크, 세정 용도에서 수요가 유지되고 있다.
PO계 용제는 PGME(Propylene Glycol Monomethyl Ether)와 PGME에 초산을 반응시킨 PGMEA(Propylene Glycol Ether Acetate)가 대표적이며 일본 PGME 시장은 수입 비중이 높고 미국, 중국산 수입이 약 50%를 차지한다.
수출은 한국, 중국이 중심이며 전자용이 주력이기 때문에 고순도 그레이드 위주로 수출하고 있다.
EO계 용제는 EGBE(Ethylen Glycol Monobutyl Ether)가 대표적이며 약 80%가 페인트에 투입되고 있다.
최근 친환경 대응을 위해 PO계 대체가 진행됐으나 현재는 대체 수요가 적으며 용해력과 가격경쟁력상 안정적인 수요를 유지하고 있다. (김진희 기자: kjh@chemlocus.com, 윤우성 기자: yys@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