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대표 박상규)이 SK E&S와 합병해 초대형 에너지기업으로 거듭난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은 CIC 형태로 추진될 예정이다. 양사의 기존 사업은 물론 조직과 인력 구성까지 그대로 유지하는 형태의 결합으로 앞서 2015년 SK와 SK C&C도 CIC 방식으로 합병한 바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정유·석유화학, SK E&S는 천연가스 분야에서 독자적인 사업영역을 구축한 만큼 합병 후에도 독립경영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SK E&S의 경우 민간 최초로 액화천연가스(LNG) 밸류체인을 완성한 만큼 합병 후 사업구조 개편 시 실익이 크지 않을 것으로 평가됐다.
SK E&S는 1999년 도시가스 지주회사로 출범한 이후 LNG 발전사업에 도전장을 내밀고 201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LNG 밸류체인 구축에 나섰고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변동에도 2022년 1조7111억원, 2023년 1조3317억원 등 2년 연속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시장 관계자는 “SK E&S는 민간기업 최초로 완성한 LNG 밸류체인을 차별적인 경쟁력으로 보유한 만큼 특정 자회사를 떼어내는 등 합병 이후 무리한 개편 시 기존 사업의 경쟁력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SK E&S는 CIC 경영을 통해 기존 LNG 밸류체인의 경쟁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SK이노베이션이 보유한 역량과 연계해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은 거대 에너지기업으로 거듭나며 석유에서 LNG, 신재생에너지, 배터리, 수소까지 이어지는 에너지 밸류체인의 수익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엑손모빌(ExxonMobil) 등 글로벌 에너지기업들이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인수합병(M&A)으로 규모화하는 트렌드와도 부합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어스온의 해외 가스전 등 자원 탐사·개발 역량을 활용해 SK E&S의 LNG 원료 확보 경쟁력을 높이거나, SK이노베이션 사업장에 필요한 LNG 또는 신재생에너지 수요를 SK E&S가 공급할 수 있고 국내외 고갈 가스전을 활용한 이산화탄소(CO2) 포집·저장(CCS) 사업도 규모의 경제로 사업성을 높일 수 있다.
SK E&S가 추진 중인 에너지 솔루션 사업에서 SK온의 ESS(에너지저장장치) 배터리를 활용해 그리드 ESS 사업과 전기자동차(EV) 충전 인프라 확대에 속도를 내거나, SK에너지가 보유한 국내 화물차 휴게소 등 주요 부지에 수소충전소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수소 사업을 확대하는 방안도 기대된다.
양사는 7월18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합병의 목적과 향후 계획 등을 설명할 예정이다. (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