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사성 물질을 사용해 암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테라노스틱스(Theranostics) 등 차세대 암 치료 관련 연구개발(R&D)이 활성화되고 있다.
방사성 의약품은 방사선을 방출하는 방사성동위원소와 특정 암세포를 표적하는 화학물질이 결합된 의약품으로 정상세포를 손상시키는 일 없이 암세포만 공격할 수 있고 영상 검사와 병용하면 투약 환자를 선별함으로써 정밀한 암 치료를 실현하는 첨단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유럽, 미국 제약 메이저가 신흥기업을 인수하며 관련 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으며 일본 역시 방사성 의약품 메이저와 스타트업이 사업화를 준비하고 있다.
알파‧베타선 활용해 암세포만 공격
최근 치료(Therapeutics)와 진단(Diagnosis)를 조합한 테라노스틱스가 차세대 암 치료제의 필두로 부상하고 있으며 시장은 아직 초기이지만 2030년에는 5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방사성 의약품은 방사선을 방출하는 방사성 핵종을 이용한 의약품으로, 본래 미약한 에너지를 가진 감마선과 X선을 사용한 체외진단 의약품이 약 90% 이상으로 주류를 이루고 있다.
최근 들어 알파선과 베타선을 방출하는 새로운 핵종 제조기술이 개발되고 치료제 응용이 본격화되고 있다.
알파선과 베타선은 감마선, X선보다 강한 전자와 입자를 방출하며 최대 도달거리가 마이크로미터 단위로 극도로 짧은 특성을 이용해 치료제에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알파선 에너지는 주변 세포 1-2개만 파괴할 수준으로 최대 도달거리가 짧아 암세포가 아닌 다른 세포에 방사선을 방출하지 않기 때문에 부작용 발생 확률이 매우 낮다는 장점이 있다.
암세포에 핵종을 전달하려면 암세포의 특이적 단백질에 결합하는 펩티드와 항체를 활용해야 하며, 핵종과 하나의 구조체를 형성하도록 해 표적으로 삼은 암세포만을 노릴 수 있다.
핵종을 진단 가능한 상태로 변환한 후에는 암세포가 어떻게 집적돼 있는지 영상 검사로 확인할 수 있으며 치료 효과가 기대되는 환자를 선별해 임상실험의 효율을 높이고 투약 낭비를 줄임으로써 보다 정밀한 의료를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아산병원, 방사선 치료접근성 향상 가속화
국내에서는 서울아산병원이 최초로 테라노스틱스 전문센터를 개소했다.
서울아산병원 암병원은 2023년 말 테라노스틱스의 임상 적용을 선도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테라노스틱스센터를 개소하고 운영을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현재 신경내분비종양 치료용 방사성 의약품이 사용 승인됐고 전립선암 치료용 방사성 의약품은 사용이 승인되지 않은 상태이며, 서울아산병원 암병원 테라노스틱스센터는 테라노스틱스 적응증 확대를 위한 글로벌 임상시험에 참여하고 있다.
가천대 길병원,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삼성서울병원, 미림진 및 오송 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신약개발지원센터와의 공동연구를 통해서는 WARS1을 타깃으로 하는 패혈증 테라노스틱스 개발 가능성을 규명했다.
WARS1은 사이토카인 스톰을 일으키는 최상위 염증유발인자로, 경증 패혈증 마우스에 WARS1을 주입하면 사이토카인 스톰을 일으키고 장기 손상이 일어나 패혈성 쇼크로 사망에 이르게 하기 때문에 과염증성 패혈증 치료 표적임을 확인했다.
중증 패혈증 마우스는 혈중으로 고농도의 WARS1을 분비하고 사이토카인 스톰을 일으켜 72시간 안에 모두 사망하나 WARS1 중화항체(Therapy)를 투여해 WARS1을 제거하자 사이토카인 스톰이 억제됐고 항생제 병용투여로 90%의 마우스가 생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파선 아스타틴 활용해 암 치료 다양화
일본에서는 2021년 설립된 스타트업 알파퓨전(Alpha Fusion)이 알파선의 아스타틴(Astatine)을 이용한 갑상선암 치료제 후보로 임상1상을 진행하고 있다.
협력관계에 있는 오사카(Osaka)대학이 의사 주도 치료를 실시하고 승인신청 전단계인 임상2상과 임상3상은 알파퓨전이 단독으로 추진해 2020년대 후반에는 승인을 취득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스타틴은 17족(할로겐) 원소로 화학적으로 취급이 용이하며 저분자 화합물이나 중분자인 펩티트 등 리간드에 직접 결합이 쉬워 다양한 암 치료에 응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알파퓨전은 기초연구에서 여러 후보물질을 확보한 상태이며 오사카대가 조만간 전립선 암 치료제 후보로도 의사 주도 임상실험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방사성 핵종은 시간 경과와 함께 물리적으로 붕괴되는 반감기가 있고 아스타틴의 반감기는 7.2시간으로 극히 짧은 과제가 있다.
또 치료제를 현재는 오사카대 설비로 제조하고 있으나 임상2상 이후 실험 확대 및 상용화, 국제 전시회 공개를 위해 제조설비를 확대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따라 도시바(Toshiba)나 JGC, 스미토모중공업(Sumitomo Heavy Industries) 등 출자기업을 활용해 신규 생산기지를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악티늄, 반감기 길어 수출에 용이
방사성 의약품 메이저 메디피딕스(Medi Physics)는 알파선의 악티늄(Actinium)을 이용한 신약 개발 기술 αStartz를 정립했다.
메디피딕스는 본래 진단약을 주력 공급하며 반감기 문제로 해외 사업에 제약이 있었으나 악티늄의 반감기가 약 10일로 길어 치바(Chiba) 사업장에서 글로벌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러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췌장암에서 주로 발현되는 MUC5AC 항체에 진단용 지르코늄(Zirconium)과 치료용 악티늄을 조합한 후보물질 개발에 진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단약 후보는 미국에서 진행하고 있는 임상1상에서 암 집적을 가시화하는데 성공했고 신약 후보는 비임상실험을 마치고 임상실험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메디피딕스는 앞으로 후보물질과 신약 개발기술을 무기로 글로벌 제약 메이저와 연계를 통해 상용화에 나설 계획이다.
이미 여러 메이저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라이선스 도입이나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등 다양한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펩티드림, 글로벌 메이저와 협력 강화
테라노스틱스는 2010년대 후반부터 세계 각국에서 연구가 본격화되고 있으며 미국을 중심으로 신흥기업 설립이 잇따르고 있다.
2016년 핵 의학 관련 국제학술지에 투고된 논문에서는 악티늄을 활용한 치료 연구에서 전신에 암이 전이된 전립선 암 환자에게서 암 덩어리가 모두 소멸된 것이 확인됐다는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이후 알파선이 암 피료에 유효하다고 확신한 유럽‧미국 제약 메이저들이 인수합병(M&A)에 나섰고 2023년 BMS(Bristol Myers Squibb), 일라이릴리(Eli Lilly),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가 수십억달러대의 M&A 거래를 진행했다.
일본 스타트업 펩티드림(Peptidream)은 자체 개발한 암세포 표적 결합 펩티드를 활용해 글로벌 메이저와의 연계를 강화하면서 테라노스틱스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노바티스, 제넨텍(Genentech) 등과 공동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2020년에는 악티늄 의약품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미국 방사성 의약품 전문기업 레이즈바이오(RayzeBio)와 연계했다. 레이즈바이오는 2023년 BMS가 인수했다.
펩티드림은 2022년 후지필름도야마케미칼(Fujifilm Toyama Chemical)로부터 방사성 의약품 사업(현재 PDR Pharma)을 인수해 일본에서 방사성 핵종 연구개발 및 제조 기능을 확보했다.
유럽과 미국에서 파트너 확대를 통해 확보한 수익창출 기회를 활용해 일본에서도 자체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연구개발 프로젝트는 악티늄을 핵종으로 사용한 치료제 후보로 간세포암과 신장세포암을 대상으로 한 초기임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PDR Pharma의 매출액을 현재 160억엔 수준에서 5-7년 후 400억엔대로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링크메드, 구리 동위원소로 진단‧치료 추진
일본 양자과학기술연구개발기구(QST)가 2022년 설립한 스타트업 링크메드(Linqmed)는 베타선을 방출하는 구리 동위원소(Cu-64)를 진단과 치료 모두에 사용하는 독자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기존 테라노스틱스 연구개발에서 활용하는 알파선은 진단에 적합하지 않아 감마선과 베타선 등 다른 핵종으로 바꾸어야 할 필요가 있고, 결국 진단약과 치료제의 체내 약제 분포가 달라지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진단과 치료를 동일 화합물로 진행하면 약제 분포 과제를 해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데이터 공유 시험항목을 간략화해 개발을 가속화할 수 있다.
2024년에는 악성 뇌종양을 대상으로 한 임상3상을 의사 주도 실험으로 진행할 예정이며 2027년 승인 취득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방사성 의약품은 원료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일본산 원료 공급기반을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치바에 Cu-64 치료제 공장을 건설하며 협력 파트너인 시라토리제약(Shiratori Seiyaku)과 원료 공급, 이와부치약품(Iwabuchu Yakuhin)과 물류에서 연계하며 다이쇼제약(Taisho Pharmaceutical)과 펩티드림 등과도 협력할 예정이다.
Cu-64를 치료제로 사용하는 제조기술을 활용해 연구 시즈를 갖춘 제약기업과 공동으로 신약을 개발하는 플랫폼 사업도 진행할 예정이다.
매출을 2035년 300억엔으로 확대하고 2045년에는 글로벌 시장에서 약 3000억엔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윤화 책임기자: kyh@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