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산업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되면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향방을 우려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은 공약으로 조 바이든 행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대대적으로 수정하고 외국기업에 보조금을 주는 IRA를 폐지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미국 정치·산업적 역학상 IRA 폐지는 불가능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에 대비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국내 배터리 3사 중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2024년 3분기 IRA상 첨단제조세액공제(AMPC)로 각각 4483억원, 608억원을 수령하며 전기자동차(EV) 캐즘(Chasm: 일시적 수요 정체)에도 영업이익 흑자를 유지했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미국 대통령 선거 시나리오별 한국산업 영향과 대응 방향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후보가 재집권하면 IRA 배터리 분야 지원 정책의 축소 개편 가능성이 높다”며 “친환경 자동차 구매세액공제 및 AMPC 등의 축소 혹은 폐지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전기자동차 보조금이 축소될 가능성은 있어도 IRA 폐지와 같은 극단적 상황은 현실화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법안 폐지는 의회 의결 사안이고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의 주요 북미공장이 미시간·테네시·조지아 등 공화당 우세지역에 몰려있어서 정치역학상 IRA 폐지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전현욱 SK온 IR담당은 “IRA 관련 투자가 공화당 집권 주에 집중돼 있고 공화당 하원의원 18명과 하원 의장이 IRA 폐기 반대 의사를 밝혔으며 젊은 공화당원들이 기존 당원들과 달리 환경보호에 관심이 많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IRA에 반대했던 미국 석유기업들조차 입장을 선회해 트럼프 캠프에 IRA 유지를 요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IRA 전면 폐지는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는 “전기자동차나 배터리 생산자들에 대한 보조금(AMPC)은 큰 변동이 없을 것”이라며 “소비자에게 가는 택스 크레딧(세액공제)은 변동이 있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삼성SDI 역시 최근 영업실적 발표와 함께 “다른 완성차기업(OEM)들과 합작법인, 단독공장 등 다양한 방향으로 미국 내 추가 생산기지 확보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자동차 외에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중장기 성장동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일부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반중국 정책이 K-배터리에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중국 견제 및 미국 제조업 재육성 정책 강화로 탈중국 공급망 재편이 확대될 수 있고, 국내기업들이 미국에서 중국에 대한 경쟁 우위를 확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 완성차·배터리산업은 북미 투자액이 60조원에 달하고 IRA 혜택은 국가 간 신뢰의 문제이기 때문에 보조금 완전 폐지는 예상하기 어렵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제재에 더 강한 드라이브를 걸 것이기 때문에 국내기업이 반사이익을 최대한 끌어올 수 있도록 양국 간 우호관계 설정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