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의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에 지각변동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 미국 연방의회를 통과한 생물보안법에 따라 미국 정부기관과 제약기업들은 2032년부터 특정 중국 바이오기업과의 거래가 금지될 예정이다.
생물보안법은 중국 바이오기업의 미국 사업 제한이 골자로 BGI그룹과 우시앱텍(WuXi AppTec New Drug Development) 등 중국 바이오기업을 직접적으로 제재 대상으로 지목하고 있다.
중국에는 글로벌 바이오 의약품 CDMO 사업의 3분의 2가 집중돼 있으나 미국 생물보안법에 따라 신약 개발 코스트 부담 확대가 불가피해지고 있다.
특히,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주요 중국 CDMO 메이저들은 수주 감소가 불가피해 해외 진출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생물보안법 여파로 의약품 가격 상승 우려…
글로벌 CDMO 시장은 2010년대 초반부터 중국에 집중되고 있다.
중국은 코스트 뿐만 아니라 인건비, 노동력 확보 등 다양한 면에서 미국에 비해 압도적 우위를 확보하고 있으며 현재 중국에 CDMO 사업을 위탁할 수 없으면 제약 관련 코스트가 2배 이상 높아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Frost & Sullivan에 따르면, 글로벌 바이오 의약품 CDMO 시장은 2022년 300억달러(약 47조원)에서 2030년 1000억달러로 3배 이상 급성장이 예상된다.
미국 바이오기술혁신기구(BIO)는 주요 바이오 의약품 연구개발(R&D)기업의 80%가 중국기업과 거래하고 있고 바이오 의약품 API(원제), 중간체 합성능력은 유럽‧미국에 편재돼 있으나 실제 CDMO 업무의 3분의 2는 중국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중국기업들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당시 호실적을 바탕으로 대형 제약기업들의 수주를 잇따라 확보한 후 바이오 의약품 관련 투자를 확대했으며 세포‧유전자 치료, ADC(항체-약물복합체), 글루카곤양 펩티드-1(GLP-1) 등 다양한 CDMO 니즈에 대응할 수 있는 높은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2024년 5월 미국 의회에 제출된 생물보안법은 우시앱텍의 자회사 우시바이오(WuXi Bio), 게놈 해석을 실시하는 BGI그룹, MGI그룹과 MGI 자회사 컴플리트 지노믹스(Complete Genomics) 등 주요 메이저 5사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고 있어 중국기업들의 영향력 확대에 제동이 걸린 상태이다.
중국, 성장세 둔화 피해 해외진출 가속화
생물보안법 개요가 발표된 후 유럽‧미국 제약기업들은 제재 대상 5사를 피해 다른 CDMO에게 발주하고 있으며 일부는 반사이익이 기대되나 전반적으로는 성장세 둔화가 우려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글로벌 바이오 CDMO 업무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3분의 1 수준으로 크게 줄어들 것으로 우려 하고 있다.
중국 CDMO 생산기업들은 이미 코로나 팬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 종료와 함께 수익 악화로 고전하고 있으며 경기침체까지 겹치면서 코로나 시기에 시작한 투자를 마무리하지 못하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실제 산둥성(Shandong)에서 의약품 원제 공장을 가동할 계획이던 신흥 CDMO 중 한곳은 불경기 때문에 수주가 줄어들면서 최근 공장 운영권을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침체 속에서 메이저가 아닌 중견기업이나 신흥기업들은 투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도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시장 관계자들은 조만간 중국기업 중 생물보안법의 영향을 피하기 위해 해외진출에 나서는 곳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유럽‧미국에서 M&A(인수합병)를 진행하거나 신규 공장을 건설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2023년 매출 중 미국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65%에 달한 우시앱텍은 미국 제약기업 일부가 생물보안법의 의회 통과 직후 제재 대상에서 제외할 것을 강력히 요청하고 나섬에 따라 최종 개정안에서 빠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유럽‧미국 중심 설비투자 본격화
중국 CDMO들은 중장기적으로 생물보안법에 대한 대비책으로 유럽‧미국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안정적인 연속합성 기술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는 아심켐(Asymchem Laboratories)은 2024년 5월 화이자(Pfizer)의 영국 저분자 원제 파일럿 생산라인과 연구소 일부를 인수하며 유럽 최초의 생산기지를 확보했으며 API 생산라인은 8월부터 가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생물보안법 제정 이전부터 추진한 투자이나 오래 전부터 글로벌 제약기업들이 중국 CDMO들에게 중국 이외 지역 투자를 요청한데 따른 것으로 생물보안법의 흐름과도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아심켐은 매출액 중 70%가 대형 제약기업의 수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앞으로 영국공장이 주요 생산기지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영국공장은 저분자 의약품 임상시험 관련제품을 개발‧생산하고 있으며 앞으로 중분자 의약품용 펩티드와 핵산 합성을 시작하고 바이오 촉매를 이용한 프로세스 채용을 검토할 계획이다.
포톤(Porton Pharma Solutions)은 슬로베니아에 약 5000만유로를 투입해 저분자 의약품 원제 연구소와 OEB(허용폭로량 관리구분) 카테고리 4의 GMP 대응 연구실 등을 개설하고 있다. 2026년에는 파일럿 생산라인을 가동할 예정이다.
Apeloa Pharmaceutical은 2024년 5월 미국 보스턴(Boston)에 연구실을 개설하고 연말 이전에 운영을 시작할 방침이며 독일에도 사무실을 두고 사업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Zhejiang Jiuzhou Pharmaceutical은 2019년 인수한 미국 CRO(임상시험 수탁기관)를 통해 뉴저지에서 저분자 의약품 API와 펩티드 합성용 파일럿 라인을 증설하고 있다.
2023년 8월 싱가폴 법인을 설립한 후 싱가폴 법인을 통해 독일 사업장을 설치했으며 앞으로 독일 사업장을 유럽 CRO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생물보안법 제재 대상들도 해외 투자를 적극화하고 있다.
우시앱텍은 싱가폴에 연구소와 생산라인을 건설하고 있으며 저분자 의약품 뿐만 아니라 핵산 의약품과 펩티드 의약품 원제를 생산할 예정이다.
그동안 아시아에서는 중국에만 사업장을 두고 있던 우시앱텍이 중국 이외 지역에 최초로 종합 CRDMO 기지를 설치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2027년 이후 순차적으로 완공하고 유럽‧미국 사업장과 연계해 수요기업의 니즈에 대응할 방침이다. (강윤화 책임기자: kyh@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