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터리 관련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의 다양한 수요에 맞추어 신제품 연구개발(R&D)을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배터리 소재 고부가화 흐름을 이끌고 있는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경제안전보장 강화를 위해 배터리 밸류체인을 정비하고자 하는 시도가 본격화되면서 다양한 신기술 및 신제품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스미토모리코(Sumitomo Riko)는 냉각판을 이용한 배터리 열관리 시스템을 개발했으며, 도아고세이(Toa Gosei)는 아크릴(Acryl) 폴리머 기술을 활용해 LiB(리튬이온전지) 음극재 바인더 기술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스미토모리코, 온도 균일화해 충전 효율화
스미토모리코는 중장기적으로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전기자동차(EV)용 배터리 냉각판 Cool Fit Plate 조기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Cool Fit Plate는 전기자동차에 탑재하는 배터리 아랫 면에 설치하는 알루미늄 냉각 플레이트로 냉각성능을 기존 대비 15% 이상 개선했고, 배터리를 균일하게 냉각함으로써 수명 연장에 기여한다.
스미토모리코는 냉각 뿐만 아니라 겨울철에는 배터리를 데워 충전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무기로 시장을 공략해 Cool Fit Plate를 미래 주력제품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Cool Fit Plate는 스미토모리코의 자동차용 호스 사업부가 개발했다. 호스 사업부는 독자적인 고무·수지 배합기술에 강점을 지니고 있으며 공기, 물, 오일계부터 에어콘 용도까지 광범위한 영역에 생산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호스 사업부는 앞으로 전기자동차 전환이 확대되면서 수계 수요가 증가하는 반면 연료계 수요가 더 큰 폭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전기자동차 관련 라인업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미래에는 냉각용 수지 배관과 조합해 모듈로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ool Fit Plate는 하부 플레이트와 두께 1-2밀리미터 알루미늄 박판으로 이루어진 상부 플레이트를 브레이징(Brazing) 접합해 만든다.
하부 플레이트는 냉각수가 흐르는 물길이 나열돼 있으며 절반 뒷부분에는 냉각수의 흐름을 어지럽히는 돌기를 적용한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현재 특허 출원을 마친 상태이다.
일반적인 냉각 플레이트는 구불구불한 단일 물길을 한붓그리기 형태로 이어놓은 구조이기 때문에 배터리에서 발생하는 열로 냉각수 온도가 서서히 상승해 뒷부분은 냉각이 불가능하다.
Cool Fit Plate도 마찬가지로 냉각수 온도가 상승하지만 냉각수가 돌기를 넘어갈 때 세로형 소용돌이가 발생하면서 교반이 일어나 배터리와의 경계면 외에서도 열 교환이 이루어지고 상대적으로 온도가 낮은 냉각수를 상부로 끌어올려 물길 뒷부분에도 적극적인 냉각이 가능하다.
급속충전 시 발열 해소하는 설계까지…
스미토모리코가 Cool Fit Plate에 적용한 아이디어를 이용하면 설계 선택지를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터리는 급속충전 시 발열이 가장 심하며 일반적으로 배터리 양 끝에 위치한 전극부를 냉각시켜야 한다.
냉각수 온도가 낮은 물길 앞 절반 부분은 약하게 냉각하고 뒤 절반 부분에서 돌기 형태 및 피치를 조정해 서서히 열전도율을 높이는 등 뒤로 갈수록 적극적으로 식혀 온도 상승을 조절할 수 있다.
발열이 적은 중앙부를 의도적으로 냉각하지 않는 조정도 가능하며, 역으로 중앙부가 발열하는 배터리에는 바로 아래 돌기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냉각성능을 개선할 수 있다.
자동차 OEM과 배터리 특성 및 열점(Hotspot)을 함께 확인함으로써 의도한 포인트를 냉각할 수 있으며 배터리는 열화된 부분이 성능을 끌어내리는데 온도 분포를 고르게 함으로써 열화를 억제할 수 있다.
Cool Fit Plate는 배터리를 데울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평가된다.
동계 충전효율 향상을 위해서는 저온에서 약 섭씨 10도까지 얼마나 빠르게 데울 수 있느냐가 중요한데 Cool Fit Plate는 온수를 흘려보내 데울 수 있어 냉온 종합 열 관리가 가능하다.
또 삼원계 LiB 뿐만 아니라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에도 대응한다. LFP 배터리 셀 사이에 냉각기구를 두는 상황을 고려해 특허를 확보했으며 전고체전지도 검토하고 있다.
스미토모리코는 2024년 5월 Cool Fit Plate를 처음으로 공개해 자동차 OEM 및 배터리 생산기업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으나 대형화와 양산화 가능성 증명을 요구받고 있다.
먼저 1×1.5미터를 목표로 내외부에서 연계를 확대할 예정이며 2025년 사업화에 대한 내부 심사단계로 이행해 2028-2029년 투입이 예상되는 전기자동차에 채용을 확보할 계획이다.
스미토모리코에 따르면, 중국 자동차 배터리 냉각 플레이트 시장은 2023년 약 600억엔(약 5541억원)에서 2026년 약 1200억엔(약 1조1083억원) 수준으로 100%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스미토모리코는 글로벌 시장에 Cool Fit Plate를 제안할 계획이나 설비 대응이 사업화 과제가 되고 있다. 방진재 사업부 등에서 알루미늄을 취급하고 있으나 대형·슬림 플레이트 경험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는 대형 프레스 장비를 보유한 사업장이 제한적이며 최종제품 마감을 위한 브레이징 접합 설비도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스미토모리코는 관련 설비 보유기업과의 연계, 외부 위탁, 공동 생산 등을 포함해 생산체제를 논의하고 있다.
도아고세이, 바인더 생산능력 확대
도아고세이는 LiB용 바인더 생산능력을 확대한다.
도아고세이는 아크릴 폴리머 기술을 살려 LiB 음극용 바인더를 개발해 2017년부터 생산을 시작했으며 현재는 충전 시 부피팽창을 억제하는 특성을 살려 전기자동차용 고용량 LiB 소재로 공급하고 있다.
LiB용 바인더는 양·음극 활물질 및 도전조제를 전극체에 고정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도아고세이는 음극용 바인더를 성장동력 가운데 하나로 평가하고 있으나 전기자동차 시장은 캐즘(Chasm: 일시적 수요 정체)이 두드러지고 있다.
하지만, 도아고세이는 여전히 전기자동차 LiB 시장을 성장 시장으로 판단하고 있다.
성장 속도 둔화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나고야(Nagoya) 공장에 약 38억엔(약 372억원)을 투입해 음극용 바인더 생산능력을 2배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완공은 2025년 10월이며 2026년 10월부터 공급을 시작할 예정이다.
도아고세이는 크게 2가지 이유에서 시장을 역행하는 듯한 증설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실리콘(Silicone)계 음극재 보급에 대응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실리콘은 이론용량이 음극활물질의 주류를 형성하는 흑연의 10배 수준으로 높아 상용화되면 LiB 고용량화와 소형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리콘은 충·방전에 따른 팽창·수축이 커 음극 내부 구조가 붕괴하기 쉬운 문제가 있으나 도아고세이가 생산하는 음극용 바인더는 주로 실리콘계 음극재에 적합한 성질을 지닌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자동차기업과 배터리 생산기업이 차세대 전기자동차용 LiB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음극재 문의가 증가하는 것에 대응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일본 정부의 경제안전보장 강화에 따른 배터리 공급망 정비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도 요인이다.
실리콘 음극재로 캐즘 반전
도아고세이는 수요기업으로부터 전달받은 수요 예측과 투자 계획 등 구체적인 정보에 기반해 증설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분한 근거에 기반한 투자 결정일 뿐만 아니라 일본 경제안전보장 추진법에 따른 지원 대상에 포함돼 최대 13억엔(약 127억원)의 보조금을 수령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도아고세이는 기존에 음극용 바인더 생산을 위해 북미 진출을 검토했으나 북미의 인플레이션에 따른 투자액 증가와 건설납기 장기화, 일본 수요기업을 중심으로 하는 음극용 바인더 수요 증가에 대한 신속한 대응 등을 고려해 일본 투자를 결정했다. 북미 진출은 수요를 관찰해 유연하게 결정할 방침이다.
도아고세이는 기존 자동차용 LiB 음극용 뿐만 아니라 용도 다각화에도 나설 계획이다. 자동차 이외의 용도에서도 고용량 LiB 니즈가 존재하며 최근 드론 분야 공급을 시작했다.
도아고세이는 음극용 바인더 매출을 2028년까지 2023년 대비 5배 확대할 계획이다. 전기자동차와 LiB 시장의 움직임에 기민하게 대응하면서 꾸준히 성장할 방침이다.
글로벌 최대 전기자동차 시장인 중국도 개척할 계획이다. 중국에서 보급이 확대되는 리튬인산철(LFP)용으로 수계 바인더를 개발했으며 상하이(Shanghai) 개발센터의 기능을 활용해 중국기업에게 샘플을 공급하는데 주력할 예정이다.
아울러 반고체 및 전고체전지 등 차세대 배터리용 바인더와 다른 소재 등 다양한 영역에서도 개발을 추진할 방침이다. (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