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프타, 나프타, 나프타
온 국민이 언제부터 나프타를 외쳤던가? 아마도 국민 대부분은 나프타가 무엇인지도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모든 국민이 나프타를 외치기 시작했다.
나프타가 부족하다는데 나프타가 무엇이야? 나프타가 없으면 농사도 지을 수 없고, 쓰레기도 버릴 수 없다는데 큰 일이 아닌가? 나프타를 어디서 구해야 해? 우스갯소리로 산에 가서 캐야 하나, 바다에 가서 건져야 하나 등등 나프타를 모르면 소외라도 되는 듯 온 나라가 나프타로 들썩이고 있다.
아마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 회의에서 나프타 공급 부족을 지적하고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철저히 대응할 것을 당부한 것이 시초일 것이다. 석유(원유) 수급 차질로 휘발유, 경유, 등유 가격이 들썩이고 싼 가격을 찾아 줄을 서는 마당이니 나프타를 외면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원유나 나프타 공급 부족을 외치기 이전에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 않았을까. 미국이 페르시아만 인근에 항공모함 2척을 파견하고 이란을 위협하기 시작했을 때 호르무즈 해협에 들어가 있던 원유, 나프타 운반선들을 빠져나오게 하고 국내 저장설비를 총동원해 2-3주간 사용할 물량을 비축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하지만, 전혀 그러하지 못했고 사후약방문격으로 공급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당부하는데 그쳤다.
나프타는 석유화학의 기초 원료로 나프타 없이는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할 수 없고 산업과 소비 부분에 파급효과가 클 수밖에 없다. 석유화학제품은 일상생활에서 산업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음에도 평상시에는 크게 관심을 끌지 못한다. 하지만, 공급 차질을 빚게 되면 공급 불안정에 가격 급등 현상이 나타나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런데도 정부는 외국 컨설팅기업의 일방적 주장을 빌미로 2025년 가을부터 국내 석유화학산업의 생산능력 감축에 올인했고 자금줄을 조여가며 설비 폐쇄와 통폐합 압박에 주력했다. 정부의 석유화학 구조조정 결과가 나프타 공급 부족과 석유화학제품 생산 차질, 산업자재 및 소비재 품귀 현상으로 이어진 것이다.
석유화학 생산능력만 감축하면 모든 것이 정상화할 것처럼 떠들었지만 역효과로 홍역을 치를 수밖에 없었다.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이 공급과잉 장기화의 충격으로 가동률을 크게 낮춰 울산, 여수, 대산의 탱크로리에 여유가 상당했는데도 불구하고 왜 나프타 재고를 충분히 확보하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아마도 구조조정에 정신이 팔려 나프타 공급 부족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더군다나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나프타 수요의 50%를 국내에서 조달하고 나머지 50%는 수입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국내 정유기업들도 나프타 생산량의 50%는 국내에 공급하고 나머지는 수출하는 구조여서 국내 정유기업들의 나프타 수출을 차단하면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왜 나프타 공급 부족을 강조하고 나섰는지 의문이다.
결국, 쓰레기봉투를 시작으로 식품 포장재, 농업용 필름, 페인트, 건축자재 등으로 품귀 현상이 확대돼 사재기 현상이 발생하고 거래가격까지 급등해 물가 불안을 야기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나프타 가격이 톤당 500-600달러에서 1000-1200달러로 폭등하고 에틸렌, 프로필렌에 이어 PE, PP, PVC, PS, ABS 등 합성수지 폭등으로 이어지고 있으나 과거에도 반복적으로 일어난 현상에 불과하다. 정부가 공급 불안을 조장하지 않았다면 나타나지 않았을 사태가 발생했다는 점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석유도 그러하겠으나 나프타를 정치의 도구로 활용하는 전략은 온 국민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삼가야 하고, 잘못된 석유화학 구조조정 정책은 즉시 폐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