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수‧폐기물 발생 없는 리사이클 기술 필요
전기자동차(EV)를 포함한 신에너지자동차(NEV) 시장에서 배터리 회수 및 재사용과 관련한 친환경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은 배터리 밸류체인의 순환체계 확립을 위한 핵심 과제로 주목되고 있다.
폐기된 LiB(리튬이온배터리)를 섭씨 1200-1500도 고온에서 녹인 다음 유가금속을 회수하는 기존 건식제련 방식은 공정이 단순하고 대량처리가 가능한 장점이 있다.
다만, 리튬 회수율이 낮고 막대한 에너지 소비와 탄소 배출이 불가피할 뿐만 아니라 회수한 금속이 합금 형태로 추출돼 추가 정제가 필요한 단점이 있다.
건식제련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마련된 습식제련은 배터리를 분쇄한 후 금속을 산 용액으로 녹여 분리하는 방식이며 니켈, 코발트, 망간, 리튬 회수율이 높아 다수의 글로벌기업들이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공정이 복잡하고 화학 폐기물이 대량 발생하는 문제가 있으며 배터리 구조별로 공정을 최적화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자동차용 배터리의 용도를 변경하는 캐스킷 방식에 습식치금이 재생기술로 사용되고 있으나 폐수 및 폐기물이 다량 발생할 수 있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CATL, DRT 기술로 핵심 소재 회수율 “향상”
최근 글로벌 배터리 메이저 중국 CATL이 채택한 DRT(Directional Recycling Technology) 기술이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DRT 기술은 CATL 자회사 BRUNP Recyling이 개발해 활용하고 있는 재활용 공정 기술로 배터리 핵심 소재의 회수율을 큰 폭으로 향상시킨 것이 특징이다.
CATL이 공식 웨이보(Weibo)를 통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BRUNP Recycling은 니켈, 코발트, 망간 재활용률 99.63%를 달성했고 리튬 회수율도 96.5%를 기록했다.
2024년에는 12만톤 이상의 폐배터리를 회수했고 1만7100톤의 재활용 리튬을 생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배터리 재활용 시장에서도 손꼽히는 처리량으로 평가된다.
BRUNP Recycling은 2005년 설립돼 2015년 CATL이 지분 50% 이상을 인수하며 그룹에 편입한 이후 CATL의 글로벌 배터리 전략 사업의 핵심을 담당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LiB 재활용 기준으로 80% 이상 리사이클 가능하며, 글로벌 배터리 리사이클 대표기업 중 하나로 광둥성(Guangdong) 포산(Foshan)에서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다.
CATL은 배터리 재활용을 후방산업이 아닌 미래 원자재 공급망의 핵심 전략사업으로 설정하고 후베이성(Hubei) 이창(Yichang)과 광둥성 포산에 대규모 배터리 재활용 및 재가공 단지를 조성한 후 폐배터리에서 회수한 원자재를 다시 신규 배터리 생산에 활용하고 있다.

BRUNP Recycling은 현재 메르세데스벤츠(Mercedes-Benz), 폭스바겐(Volkswagen)과 재활용 협력을 추진하고 있고, CATL이 인도네시아에서 추진하고 있는 신규 배터리 공장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글로벌 배터리 순환경제의 핵심 축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BRUNP Recycling이 개발한 DRT 기술은 배터리 팩과 셀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분리한 후 화학적 환경을 조절해 특정 금속만 선택적으로 추출한 후 회수 금속을 배터리 제조에 적합한 형태로 재생하는 복원 과정을 거친다.
폐배터리를 부품별로 분해할 뿐만 아니라 최종 배터리 재생산까지 연결하는 고효율, 고품질 소재 회수 체인망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설계 단계부터 재활용을 고려하는 RPPD(Reverse Product Positioning Design)를 지향하며 리사이클링 효율을 높였다.
에너지를 대량 소비하면서 리튬 회수율은 떨어지는 기존 고온용해 방식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저온에서 선택적 화학처리를 통해 자원의 회수율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중국, 폐배터리 안전관리 기준 강화
중국 정부는 엄격한 폐배터리 안전관리 기준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 전기자동차 시장 성장, 정부 차원의 대규모 투자 지원과 세제 혜택으로 배터리 시장이 과열되고 내수 경쟁 심화에 따른 공급과잉 및 수익성 악화 문제가 발생함에 따라 다양한 조치를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중국은 전기자동차 보급이 본격화하며 폐차 배터리 원자재 및 부품에 대한 불법투기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또 리튬, 니켈, 코발트와 같은 희소금속의 회수 및 리사이클 체인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은 전체 자동차 보유대수 중 전기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025년 신에너지자동차 생산량은 1652만대로 전년대비 25.1% 증가했고 전체 자동차 생산량의 47.5%를 차지했다. 또 신에너지자동차 보유대수는 4397만대로 전체 자동차의 12.0%로 집계됐다.
폐배터리 배출량 및 회수량 역시 급증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30년 LiB 회수량이 420만톤으로 급증하고 관련 생산액은 2800억위안(약 56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2025년 10월20일 배터리 재활용 전주기를 규정하는 22개의 국가표준을 도입한다고 발표했고 2025년 3월 새로운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안전에 관한 국가 강제표준을 공포했다.
리사이클기업이 배터리에서 리튬을 회수하는 비율을 기존 85%에서 90% 이상으로 상향 조정했고 리사이클 후 리튬 품질을 보장할 수 있도록 강제 기준을 설정했으며 리사이클기업에게는 배터리 추적 시스템 구축을 의무화했다.
K-배터리, 순환기술 개발 서둘러라!
CATL이 신기술로 니켈, 코발트, 망간 회수율 99.6%에 리튬 약 96.0%를 달성한 가운데 한국 배터리 3사 역시 순환기술 개발을 서둘러야 리사이클 시장에서 경쟁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국내 배터리 경쟁력은 심각하게 약화된 상태이다. 산업통상부는 의견을 바로 철회했으나 석유화학에 이어 배터리도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언급했고, 일부에서는 배터리 생산설비 통폐합을 시사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시장 내부에서도 전기자동차가 단순한 캐즘(Chasm: 일시적 수요 정체)을 넘어 구조적 정체기에 진입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2025년 12월 기준으로 국내 배터리 관련 취소 혹은 축소된 계약액만 약 28조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포드(Ford) 및 FBPS(Freudenberg Battery Power System)와 체결한 총 13조5000억원의 배터리 공급 계약이 해지됐다. 소재 분야에서도 엘앤에프가 테슬라(Tesla)와 과거 체결했던 약 3조8000억원 하이니켈 양극재 공급계약의 계약액을 978만원으로 정정 공시했고, 포스코퓨처엠은 제너럴모터스(GM)와 체결한 양극재 공급 계약액을 13조7696억원에서 2조8111억원으로 하향했다.
중국기업들이 정부 차원의 막대한 지원에 힘입어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국내 배터리 3사는 입지를 유지하기 위해 용도 확장 뿐만 아니라 차세대 시장으로 주목받는 리사이클 분야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 요구되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 글로벌 각국에 판매된 전기자동차, 하이브리드자동차(HV), 플러그인하이브리드자동차(PHEV) 배터리에서 국내 3사 합계 점유율은 15.4%로 전년대비 3.3%포인트 하락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9.2%로 3위, SK온은 3.7%로 6위, 삼성SDI는 2.45%로 9위를 기록했다.
국내 3사 합계 점유율은 2021년 30.4%에서 2022년 23.7%로 하락한 이후 2023년 23.1%로 떨어졌고 2024년 20%대가 무너진 후 2025년 15%대까지 추락했다. (박진아 기자: pja@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