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이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대산단지에서 롯데케미칼과 현대케미칼이 통합을 통해 에틸렌 생산능력을 110만톤 감축하기로 하는 등 석유화학 구조조정에 착수했으니 정부도 석유화학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하해달라는 것이다.
석유화학을 대표하는 단체가 아닌 전체 화학산업을 대표해야 할 화학산업협회가 석유화학 경쟁력 제고 방안의 하나로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를 요구한 것도 문제이려니와 석유화학산업만을 위해 전기요금을 인하해달라는 것은 형평성 측면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무리한 요구를 국회가 앞장섰다는 것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화학산업협회는 12월9일 국회의사당 제3세미나실에서 개최된 석유화학산업 구조개편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국내 생산 석유화학제품은 중국과의 원가경쟁력 측면에서 10-15% 차이가 나며 원재료, 인건비 외에도 전기요금과 같은 유티리티 비용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려면 산업용 전기요금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화학산업협회는 산업용 전기요금이 2025년 2분기 기준 석유화학 매출원가의 5.11%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부담이 크고, 2025년 기준 중국이 KWh 당 127원, 미국이 116원에 불과한 반면 한국은 192원에 달해 차이가 크다는 점을 부각하는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12월2일 국회를 통과한 석유화학산업 지원을 위한 특별법에 전기요금 인하 방안이 포함되지 않자 산업위기 지정 지역에 한해서라도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하해둘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석유화학산업만을 위해 전기요금을 인하하는 것은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석유화학산업과 같이 위기에 빠진 철강산업이 전기요금 인하를 요구할 것은 불문가지이고, 전기요금 때문에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주장하는 여러 산업이 똑같은 혜택을 요구할 수 있다. 특히, 중소 화학기업들이 석유화학에만 특혜를 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들고 일어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한국전력의 부담도 큰 문제이다. 산업용 전력의 절대 부분을 사용하는 석유화학과 철강산업에 특혜를 주면 한국전력의 매출과 수익성이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고, 한국전력이 적자를 떠안거나 곧바로 가정·상업용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산업용 전기요금이 2022년 1분기 kWh당 105.5원에서 현재 185.5원 수준으로 올랐고 피크타임에는 200원을 넘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2000년부터 2024년까지 산업용 전기요금은 kWh당 58.0원에서 190.4원으로 227% 인상된 반면 주택용은 107원에서 152원으로 42% 상승에 그쳤다.
문제는 원유를 수입할 때 기본관세 3%를 부과하나 나프타 제조용 원유에 대해서는 2%를 할인해 최종적으로 1%만 부과하고 있고, 특히 2025년에는 할당관세 0%를 적용함으로써 원가 부담을 완화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나프타에 할당면세 0%를 적용함으로써 2025년 총 1000억원의 원가절감 효과가 예상된다.
석유화학기업들은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를 요구하기에 앞서 전력 직거래나 자체 발전설비 도입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국내 석유화학의 대표주자인 LG화학은 이미 한국전력을 거치지 않고 전력거래소에서 전력을 직접 구매함으로써 원가 부담을 완화하고 있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 중 하나일 수 있으나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60-70달러 수준에서 안정되고 있으나 언제 급등락할지 알 수 없고, 원화환율이 달러당 1500원에 육박함으로써 전력 제조단가를 낮추는데 한계가 분명하다.
석유화학기업들은 근본적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생산설비를 효율화하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고 연구개발을 중심으로 범용에서 고부가제품으로 전환하기 위한 혁신도 요구된다. 인건비 부담을 낮추기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