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최근 제조대국에서 제조강국으로 도약했다는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중국은 중국제조 2025 전략을 바탕으로 연구개발에서 생산, 수출, 내수까지 공급망 전반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고 최근에는 반도체를 제외하면 대부분 산업에서 중국 우위가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전기자동차를 비롯해 배터리, 로봇, 자율주행 등 첨단 분야에서는 한국을 앞서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반도체도 팹리스·AI칩·후공정 분야를 중심으로 경쟁력을 빠르게 끌어올려 한국과 경합하는 단계에 올라선 것으로 판단된다.
화학산업을 비롯해 철강, 조선, 기계, 섬유, 가전, 디스플레이, 자동차·자동차부품은 이미 우리나라를 추월했으며 생산과 수출 양면에서 세계 최강으로 군림하고 있다. 범용은 물론이고 첨단산업도 중국이 이미 세계시장을 장악했다는 뜻이다.
화학 분야로 좁히면 정밀화학, 무기화학은 원래 강했으며 제약도 원제나 중간체 모두 세계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석유화학은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육성에 상당히 애를 먹었으나 14억명의 인구와 고도성장을 바탕으로 외국투자 유치에 성공하고 고도 기술까지 개발함으로써 세계 최강으로 올라섰고 2030년경에는 에틸렌 생산능력 1억톤을 바탕으로 아시아는 물론 글로벌 시장을 장악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중국이 세계 지배에 있어 장애물은 미국이 유일하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이 셰일가스 개발에 그치지 않고 베네주엘라를 침공하고 이란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도 에너지 패권을 차지해 중국을 고립시키려는 전략으로 해석되고 있다.
중국의 에너지 보급로를 차단할 수 있다면 중국 산업을 고사시킬 수 있고, 미국이 달러 패권을 유지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을 것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제적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베네주엘라 대통령을 납치해 압송하고 이란 지도자들을 몰살하는 초강경책을 계속하는 이유이다.
그러나 한국이 없다면 트럼프의 대외정책이 성공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제기되고 있다. 중국 제조업을 고사시키거나 큰 어려움에 빠뜨릴 수는 있으나 대체 수단이 없어 역으로 미국이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한국을 무시하지 못하는 이유이다.
미국이 상호관세를 앞세워 세계 각국을 압박하면서도 한국에는 양보하는 모양새를 취한 것도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유일한 카드로 한국을 지목했기 때문이다. 조선을 비롯해 원전, 반도체는 한국이 없다면 미국이 대응할 수 있는 카드가 없는 상태이다.
전기자동차도 테슬라가 앞섰지만 중국이 이미 추월했고, 전기자동차에 필수적인 배터리는 한국 3사가 장악했으나 중국이 까마득히 앞질렀고, 로봇도 중국을 따라올 국가가 없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만약,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지 않았다면 반도체도 D램, 낸드를 비롯한 범용은 이미 중국이 추월했으며 HBM을 비롯한 일부만 한국이 약간 앞서갈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이 모든 산업을 장악하는 국면에서 한국이 유일하게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는 뜻으로, 미국-중국 대결 국면에서 한국 산업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성장·발전할 수 있는지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엉터리 구조조정으로 세월을 보내고 있다. 에틸렌 생산능력을 250만-350만톤 줄여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나 생산능력을 조금 줄인다고 경쟁력이 강화된다는 보장이 어디 있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중국이 머지않아 에틸렌 생산능력을 1억톤으로 확대하는 판국에…
정부는 지금이라도 국내 화학산업을 망칠 수 있는 엉터리 구조조정을 그만두고 진짜 화학산업 경쟁력을 강화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중국은 석유화학 생산능력을 대폭 확대하고 있으나 내수가 살아나지 않아 고민이다. 중국만 웃게 하는 정책을 밀어붙일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