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이 핵심 취약업종으로 분류됐다. 참으로 한탄스러운 일이다.
1980년대 말 삼성그룹과 현대그룹이 신규 참여하기 위해 그토록 오매불망했고 롯데그룹이 관련사업 확대에 온힘을 기울였던 석유화학이 4대 취약업종 중 하나로 선정됐다니 할 말을 잃을 뿐이다. 실패로 끝났으나 삼성과 현대가 본격 참여한지 25년이 지났다.
왜 그러할 수밖에 없었던 것인가? 무엇 때문에 취약업종으로 분류되고 구조조정을 당해야 하는 것인가?
석유화학이 잘났노라고 그렇게 큰 소리 치면서 거들먹거리던 자들은 다 어디로 가고 나 때문에 그렇게 됐다고, 잘못했노라고 반성하고 눈물 흘리는 자 하나 없다. 우리 모두가 죄인이라고 망토를 쓰고 다녀도 시원치 않을 판국에… 그러면서도 뻔뻔스러운 낯짝을 내밀고 구조조정을 당할 수는 없다고 큰 소리치고 있다. 우리가 알아서 할 터이니 정부는 가만히 앉아 있으라고. 그러면서도 뒤로는 구조조정을 할 터이니 국민의 혈세를 지원해달라고 애걸복걸이다.
그러나 정부가 석유화학을 비롯해 철강·건설·해운을 4대 취약업종으로 선정하고 구조조정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고 하니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 버틸 재간은 없어졌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석유화학은 TPA를 중심으로 일부 취약제품군에 대해 자율적 구조조정을 지원한다고 발표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고 있다. 아마도 통폐합을 염두에 두고 구조조정을 다그칠 모양이다.
하지만, 정부가 나서서 구조조정을 유도할만한 뾰쪽한 수가 보이지는 않고 있다. 국민 혈세를 쏟아 부을 수는 있으나 정부가 기대할만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구조조정을 할 시기를 놓쳤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중국이 TPA 신증설을 추진한지 10년이 넘었고 중국시장이 공급과잉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판단된 지도 5년이 지나 긍정적인 구조조정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타이밍이 한참 지난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국내수요가 200만톤이 넘는다고 하나 PET 및 폴리에스터 역시 경쟁력이 떨어져 머지않아 구조조정을 당할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적정 생산능력을 산출하기도 쉽지 않고 효율성이 떨어지는 설비를 단정하기도 어렵다.
결국에는 합리적인 판단이 필요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폐쇄대상 설비를 결정해야 하겠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는 측면에서 파워게임의 희생양(?)이 필요한 상태이다.
삼성석유화학을 인수한 한화종합화학이 통폐합보다는 자체 판단에 따른 설비폐쇄를 선호하고 있고, 삼남석유화학 역시 구조조정의 시기를 놓친 마당이며, 롯데케미칼도 통폐합을 통한 구조조정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스스로가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생각된다.
다만, 정부가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외치고 있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오지 않으면 칼을 빼들 것은 분명해지고 있다. 아마도 금융권으로 하여금 대출금을 회수하고 신규대출을 거부하도록 압박할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개입이 인위적인 구조조정으로 이어지는 사태로 발전해서는 절대 아니 될 것이다. 특히, 합리성에 부합하지 않는 결정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점 분명히 해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