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나프타(Naphtha), LPG(액화석유가스) 등 석유화학 원료에 할당관세를 부과함에 따라 석유화학기업들이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비과세 및 관세감면 혜택을 줄이는 정책을 확대해 나프타 제조용 수입 원유에는 2015년 무관세에서 1%의 할당관세를 부과했고 2016년에는 0.5%를 부과하기로 확정했다.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할당관세가 고스란히 석유화학제품 가격에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며 글로벌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경기침체로 수요 부진이 계속되고 있고 중국·중동산 저가제품 공세에 나프타용 원유의 할당관세까지 겹쳐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석유화학기업들은 2015년 할당관세를 부과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유가 폭락으로 나프타 가격이 하락한 반면 다운스트림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유지해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을 달성함으로써 할당관세가 경쟁력 약화에 큰 영향이 없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할당관세, 2016년 0.5%로 인하했으나…
할당관세는 산업경쟁력 강화 및 국내가격 안정 등을 위해 기본관세율을 한시적으로 낮추어 적용하는 제도로 정부는 나프타 제조용 원유에 대해 2003년부터 할당관세 0%를 부과했다.
하지만, 2015년부터 나프타 및 LPG 제조용 원유에 기본세율 3%를 확정하고 나프타 제조용 원유에는 할당관세 1%를, LPG 제조용은 할당관세 2%를 부과했다.
정유기업들은 나프타 제조용 원유의 할당관세를 2015년 1%를 유지함으로써 연간 1000억원을 추가 부담했다며 관세 철폐를 요구하고 있다.
2016년 할당관세 조정에 대비해 2015년 11월17일 대한석유협회, 한국석유화학협회, 한국섬유산업연합회, 한국화섬협회, 대한타이어산업협회, 한국부직포공업협동조합, 한국PP섬유공업협동조합 등 7개 사업자단체는 나프타 제조용 원유에 1%의 할당관세가 부과돼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의견을 정부에 전달했다.
이에 따라 기획재정부는 2016년부터 나프타 제조용 원유 부과되는 할당관세를 0.5%로 낮추었고, 수입 나프타에 대해서는 탄력관세를 0%에서 0.5%로 인상했다.
그러나 석유화학기업들은 나프타 사용량 중 수입제품과 국산을 절반씩 투입해 국산 할당관세가 낮아진 만큼 수입제품 관세가 상승해 2015년과 동일한 수준을 부담해야 한다고 푸념하고 있다.
석유화학 관계자는 “나프타 제조용 원유의 할당관세가 낮아지면 정유기업에게만 이득이 돌아간다”며 “수입 나프타에 조정관세를 부과해 석유화학기업들이 나프타 수입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 할당관세 계속 유지한다!
기획재정부는 국제유가 하락으로 할당관세가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국제유가 하락으로 정유·화학기업들의 주장과 달리 총 할당관세가 10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본관세에서 부담을 줄어주기 위해 3% 관세를 부과하지 않고 할당관세를 적용함에 따라 여전히 정부 입장에서는 정유·화학기업들에게 특혜를 계속 주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석유제품에는 수입관세와 함께 특별소비세, 교통·에너지·환경세, 교육세, 지방주행세, 부가가치세, 석유수입부과금, 판매부과금, 석유품질수수료, 안전관리부담금 등을 부과하고 있으나 나프타에는 부과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휘발유, 등유, 경유 등도 수입관세율이 5%이고 할당관세를 3%로 높게 책정하고 있으나 나프타 관련 할당관세는 0-1%에서 맴돌고 있다”며 “정부에서 지나치게 관세 혜택을 주면 오히려 경쟁력이 크게 약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유·화학기업들은 정부 혜택으로 여전히 세금을 줄여 수익을 확보하려는 움직임만 보여 품질경쟁력을 확보할 필요성이 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세수 확보를 위해 할당관세를 계속 적용하겠다는 방침이고, 관련기업들은 항의를 계속하고 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할당관세는 국가재정 확충을 위해 세입을 늘릴 수도 있으나 과도한 수입을 억제해 국내 산업을 보호하는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국내 정유기업들은 석유를 정제해 국내 나프타 수요의 절반을 공급하고 있으나 관세 역차별로 국내에서 경쟁력을 잃은 국산 나프타는 관세 환급을 받을 수 있는 수출로 전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수입 나프타 기본관세는 2015년 0%를 부과함에 따라 가격경쟁력이 우위에 있다고 판단돼 나프타 수입이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내 나프타 수입은 2012년 2099만3190톤, 2013년 2259만2351톤, 2014년 2354만6874톤, 2015년 2305만1498톤으로 할당관세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나프타 수출은 2012년 365만9721톤, 2013년 434만8878톤, 2014년 382만428톤, 2015년 517만4603톤으로 증가했으나 생산능력이 확대된 영향이 큰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2014년 하반기부터 SK인천석유화학, 한화토탈 등이 P-X(Para-Xylene) 플랜트 신규가동을 위해 컨덴세이트 스플리터(Condensate Splitter)를 신규가동함으로써 수출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2014년에는 1월31일 여수시 낙포동 원유2부두에서 원유 유출 사고가 발생해 나프타 수출이 줄어든 것도 2015년 상대적으로 증가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정유기업, 2016년 할당관세로 1000억원 부담
국내 정유기업들은 2015년 나프타 제조용 원유의 할당관세로 약 1000억원을 부담한 것으로 추산된다.
국제유가가 2014년 상반기처럼 배럴당 100달러대에 관세율이 1%를 유지하면 3000억원 수준에 달하지만 국제유가가 2015년 40-60달러를 유지함에 따라 관세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2015년 할당관세 부과액은 S-Oil 180억원, SK에너지 200억원, SK인천석유화학 40억원, 현대오일뱅크 180억원, GS칼텍스 200억원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2016년에는 국제유가가 20-30달러대를 유지하고 할당관세 0.5%를 부과해 부담액이 200억원 미만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석유화학기업들은 수입 나프타에도 관세가 0.5% 적용됨에 따라 추가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나프타 수입이 1000만톤을 넘어서는 LG화학, 롯데케미칼, 여천NCC 등 여수단지는 할당관세에 대한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울산·온산단지는 SK에너지가 나프타를 대부분 SK종합화학에게 공급하고 있고 S-Oil이 일부를 대한유화에게 투입해 나프타 수입이 2015년 300만톤에 불과했으나 여수단지는 GS칼텍스가 생산하는 나프타로 수요량을 충당하기에는 역부족이어서 나프타 수입이 1000만톤을 넘고 있다.
울산단지는 에틸렌(Ethylene) 생산능력이 대한유화 47만톤, SK종합화학 86만톤이며 여수단지는 롯데케미칼 100만톤, LG화학 115만톤, 여천NCC 191만톤으로 나프타 수입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대산단지도 롯데케미칼 111만톤, LG화학 100만톤, 한화토탈 100만톤으로 나프타 수입이 필요하지만 현대오일뱅크가 나프타를 내수시장에 집중 공급하고 있고 한화토탈이 컨덴세이트 스플리터를 가동해 수입을 최소화함으로써 2015년 627만톤 수입에 그쳤다.
석유화학, 나프타 조정관세에 “부담”
2016년부터 수입 나프타에도 조정관세 0.5%가 부과됨에 따라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국산 나프타 구매를 확대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단지별로 나프타 이동이 어렵고 정유기업들이 나프타를 일정부분 수출하고 있어 국산 나프타 사용량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유기업 관계자는 “나프타를 선박을 통해 국내 석유화학단지로 이동하는 것과 중국, 일본에 수출하는 운임이 동일하고 내수가격을 높이 받기도 어려워 내수시장에 집중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나프타 수출은 일본, 중국 등에 90% 이상 집중되고 있으며 국내 단지별 이동은 전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입 나프타는 2003년 기본관세율 5%에 할당관세 0%를 적용받고 2007년부터는 기본관세율 0%가 부과됨에 따라 무관세로 수입했다.
하지만, 13년 만에 나프타에 조정관세 0.5%가 부과됨에 따라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수입보다는 국산 구매 확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입관세가 유지되면 국제유가 배럴당 30달러 기준 LG화학 100억원, 롯데케미칼 150억원, 여천NCC 150억원, SK종합화학 50억원, 대한유화 60억원, 한화토탈 70억-80억원을 부담해야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할당관세 부담에도 영업이익 “막대”
석유화학기업들은 할당관세로 석유화학의 수익성 개선이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크게 영향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2015년 나프타 제조용 원유에 할당관세 1%가 적용됐으나 석유화학기업들은 오히려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국제유가 폭락으로 나프타 가격이 하락했으나 에틸렌은 강세를 유지해 나프타와 에틸렌과의 스프레드가 평균 550달러로 벌어짐에 따라 막대한 영업이익을 달성할 수 있었다.
NCC(Naphtha Cracking Center)를 가동하고 있는 석유화학기업에 비해 다운스트림은 기초유분 가격이 떨어지지 않아 적자생산을 겨우 모면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2015년 영업이익이 1조5000억원을 넘어서 사상 최대의 영업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석유화학기업들은 할당관세가 다운스트림 가격에 영향을 미쳐 수출경쟁력이 떨어지고 다운스트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석유화학 수출은 중국의 자급화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쳐 부진했고 대부분 2014년과 비슷한 수출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에틸렌 수출은 2014년 75만7074톤에서 2015년 60만톤으로 급감했으나 국내기업들의 정기보수가 겹쳐 생산량이 줄었고 PP(Polypropylene), PE(Polyethylene), 아로마틱(Aromatics) 등은 2014년과 수출량이 동일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다운스트림 가격도 원료가격 상승과 동반해 강세를 유지했으나 원료가격에 비해서는 하락폭이 커 수익성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유기업들도 2015년 영업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영업이익이 2015년 2조원에 가깝고 GS칼텍스는 1조2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S-Oil 역시 1조원에 달하고 현대오일뱅크는 5000억원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
2015년부터 할당관세를 부과받았으나 2014년 적자생산을 겪었던 것과 달리 높은 영업이익을 달성함으로써 할당관세가 수익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은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증명되고 있다. <허웅 기자: hw@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