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기술유용 실태를 직권 조사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도급거래 서면실태조사에서 잡은 단서를 바탕으로 대기업의 기술유용·탈취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4월부터 직권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3월13일 발표했다.
원칙적으로 원청기업은 하청기업에 기술 자료를 요구하지 못하게 되어 있으나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는 분쟁 소재를 예방하고 중소기업 스스로가 법적으로 보호받기 위해 반드시 주고받은 자료가 무엇인지를 서면으로 남겨야 한다.
공정위는 우선 대기업들이 특허 등 중소기업의 기술 자료를 요구할 때 서면교부 의무를 준수했는지를 점검하고 서면 교부 여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기술 유용 혐의가 드러난 곳에 대해서는 2016년 하반기 중 본격적으로 조사할 게획이다.
2015년 10만개 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도급법 부당 감액·반품 등 불공정 행위 실태를 온라인 설문조사했을 때 일부 위법행위가 드러났으며 하도급 관계에서 일어나는 기술 유용은 끊임없이 지적돼 왔으나 정작 제재를 받은 사례는 드물다.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자료 요구·유용을 금지한 하도급법상 규정은 2010년 제정됐으나 6년 동안 실질적인 제재를 받은 사례는 LG화학이 유일하다.
LG화학은 2013년 3-10월 디지털 인쇄 방식을 이용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던 배터리 라벨 제조 하청기업에게 기술 자료를 요구해 23차례에 걸쳐 제공받은 이후 하청기업과 거래를 끊고 넘겨받은 기술로 중국법인에서 직접 배터리 라벨을 생산하다가 2015년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1600만원을 징수 당했다.
LG화학 이전에는 LG하우시스가 정당한 이유 없이 기술 자료를 제공받은 사실이 적발됐으나 해당 기술을 유용했다는 증거가 없어 시정명령만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기술 유용이 일어났어도 과징금 수위가 낮아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2016년 들어 제재 수위를 높인 것으로 파악된다.
1월 하도급법 시행령이 개정돼 하반기부터는 법 위반금액을 산정하기 어려운 기술 유용 사건에 관해서는 공정위가 5억원 이내에서 정액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이하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