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구조조정 대상 업종의 고용유지 및 실직자 지원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고 한다. 다행이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월24일 경제현안회의에서 구조조정이 예상되는 업종의 고용유지 지원과 함께 실업 발생에 대비해 신속한 지원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내비추었다. 특히,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량실업 사태가 발생하면 추가경정예산 편성도 검토하겠다고 발언했다.
현재는 추경 편성을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으나 구조조정으로 고용에 문제가 발생하고 추경이 필요하면 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하지만, 국회가 여소야대로 뒤바뀐 가운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에서 구조조정에 따른 대량실업과 관련해 정부가 반드시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으니 이해는 가지만 그렇다고 구체적인 대책도 없이 추경 편성으로 바람잡이에 나서는 것은 온당치 않은 것으로 비판받을 수 있다.
특히,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것은 해당기업의 잘못된 경영에서 비롯됐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국민세금을 들여 지원에 나서겠다는 것은 결코 옳지 않고 국민들도 받아들이기 힘들다. 책임이 있는 당사자가 최선을 다해 해결하고도 부족할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을 국민들이 수용할지도 의문인 판에 국민세금을 지원하겠다는 안을 먼저 꺼내든 것은 성급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오히려 구조조정을 늦출 수도 있다.
국민세금은 다른 방안이 없을 때 사용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지 무조건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주머니 속의 쌈지돈이 아니기 때문이다.
경제현안회의에 임종룡 금융위원장,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등도 참석했다고 하니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이고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한 방안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
정부는 2015년 말 5대 취약업종인 해운, 조선, 건설, 철강, 석유화학의 과잉설비 축소와 경쟁력 강화 방향을 담은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했으나 6개월이 지나도록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5대 취약업종 가운데 적자 누적으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예상되는 해운업의 처리방안이 본격화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해운업도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부채가 6조원을 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용선료 협상을 들먹이고 통합을 거론할 뿐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석유화학도 PTA를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논의하고 있으나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자급체제 구축을 이유로 거부태세를 나타내는가 하면 수익성이 극히 악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벌의 특성상 버틸 수 있는 재무여력을 앞세우고 있다.
구조조정은 몇몇 설비나 플랜트를 폐쇄하는 수준에 그쳐서는 아니 되고, 산업 전체적인 효율화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을 주문하고 싶다. 또 경영 잘못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
인력 구조조정도 상당부분 재교육을 통해 자체 해소하고 해고대상은 최소한에 그쳐야 하며 해고에 따른 전업교육과 해고비용 모두 1차적으로 당사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원칙도 지켜져야 한다.
경영 잘못과 관련해서는 금융권도 예외가 될 수 없다. 금융대출은 자체적인 분석과 판단에 따라 결정하고 결정에 따른 책임도 져야지 부실이 발생하면 국민세금으로 메꾸는 행태는 더 이상 지속되어서는 아니되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이 정책자금을 주무르면서 부실을 키우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잘못된 판단에 따른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비정상적인 행태를 절대 바로잡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