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학기업들이 3개월 이상 이어졌던 KPX케미칼의 파업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KPX케미칼 사측이 요구한 호봉제 폐지, 사업부문 하도급화 등이 받아들여져 전반적 노조 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KPX케미칼 노조는 2015년 8월부터 임금협상을 시작했으나 회사 측의 구조조정 및 임금개편에 반발해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12월10일 이후 전체 조합원 106명이 파업에 들어갔다.
노조는 임금 5.1% 인상, 성과급 450% 지급, 타결일시금 200만원을 요구했고 회사 측은 임금 동결, 초봉 10% 삭감, 임금피크제 시행, 성과급 지급기준 변경, 호봉제 폐지, PU(Polyurethane) 사업부문 도급화 등을 요구하며 갈등을 빚었다.
노조는 경기도 여주 한국노총 중앙연수원 등에서 텐트 농성 투쟁을 벌였으며 파업 중에도 회사 측과 18차례 협상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2016년까지 파업이 장기화됐다.
시장 관계자는 “국내 화학기업 가운데 노조가 없는 곳은 대부분 연봉제, 노조가 있는 곳은 호봉제를 채택하고 있다”며 “KPX케미칼은 노조가 있음에도 사측에서 호봉제 폐지를 주장했기 때문에 화학노조들은 사태가 확대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신입사원 연봉을 삭감하는 것은 평균 임금을 낮추겠다는 것이며 일부 사업에 대해 도급화를 추진한다는 방침 또한 구조조정이나 다름없는 것으로 노조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요구”라고 덧붙였다.
호봉제는 주로 공무원, 국공립 연구기관, 공기업 등에서 채택하고 있는 급여 체계로 1호봉부터 시작해 순차적으로 해마다 한 단계씩 올라가는 방식이다.
연봉제는 입사 순서에 얽매이지 않고 능력과 업적으로 평가를 받아 급여를 지급함에 따라 대부분 노조가 없는 생산기업들이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KPX케미칼 노조가 영업실적에 비해 과도한 임금을 받고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시장 관계자는 “KPX케미칼은 영업실적이 꾸준히 흑자를 기록하고 있으나 흑자규모에 비해 임금이 굉장히 높은 편”이라고 주장했다.
KPX케미칼은 영업이익이 2014년 338억3966만원, 2015년 326억5462만원으로 300억원 이상의 영업실적을 기록했으나 영업이익률은 4-5% 수준에 그쳤다.
KPX케미칼은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비노조를 중심으로 전직원을 동원해 공장을 가동했으나 가동률이 30-40% 수준에 불과하면서 폴리올(Polyol) 수출을 대폭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2월26일 추가 교섭에서는 회사 측에서 기존 안을 유지하면서 호봉제 폐지를 철회하는 조건으로 3년 동안 임금동결 방안을 제시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호봉제 폐지는 임금과 직결되는 만큼 교섭의 쟁점이었기 때문에 지지부진하던 협상에 물꼬가 트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노조는 2016년 3월10일 업무복귀 방침을 밝혔으나 회사 측은 직장폐쇄를 단행해 갈등이 지속됐고 울산고용노동지청은 회사 측에 노조가 파업을 중단하고 일과 교섭을 병행한다는 뜻을 밝힌 만큼 노조 입장을 수용하라고 근로지도했다.
KPX케미칼은 93일간 파업한 끝에 3월23일 임금협상에 합의했으며 임금동결, 호봉 승급분 3년간 동결, 2017년 임금피크제 도입, 신입사원 초임 10% 삭감 등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금피크제는 57세부터 60세까지 매년 10%씩 임금을 감축하기로 했고 노조가 요구한 하도급화 철회, 고소 및 고발 철회도 접점을 찾았다.
KPX케미칼 측은 노조와 합의를 했으나 생산차질에 따른 책임 차원에서 별도의 타결격려금은 지급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KPX케미칼과 노조는 2016년 7-8월 교섭을 시작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