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석유화학제품 가격이 갑자기 폭등했다.
에틸렌은 890달러로 60달러, MEG는 843달러로 84달러, 벤젠은 895달러로 108달러, SM은 1235달러로 70달러, ABS는 1700달러로 100달러 폭등했다.
연말연시에는 수요가 줄어들어 약세를 형성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이례적으로 폭등함으로써 누군가 장난을 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아시아 석유화학 시세는 4-5년 전까지 연말연시에 거래가 크게 줄어들어 약세를 형성했으나 2-3년 전부터 폭등까지는 아니더라도 급등하는 사례가 종종 나타나 무역상을 중심으로 가격조작에 나선 것으로 의심받아왔다.
특히, 중국의 춘절연휴에는 플래스틱 가공기업들이 가동을 중단하거나 가동률을 크게 낮출 수밖에 없어 거래가 뚝 끊기는 것이 일반적임에도 불구하고 상승 또는 급등하는 현상이 심심치 않게 나타나 의구심을 불러 일으켰다.
무역상 및 상업공급 메이저들이 가격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공급을 줄이거나 장 막판에 소량 거래를 통해 현물가격을 크게 끌어올리는 수법을 종종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아마도 높은 가격에 구매한 재고가 많고 현물시세가 약세로 전환되면 막대한 적자를 안을 수밖에 없어 가격을 조작할 필요성이 크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물론, 최근의 가격폭등은 일정부분 수용할 수 있는 요인이 없는 것이 아니어서 단순히 가격조작이라고 주장할 수만은 없는 측면도 있다.
OPEC(석유수출국기구)이 2017년 1월부터 일일 산유량을 3250만배럴로 2016년 10월에 비해 120만배럴 감축키로 11월30일 합의했고, 비OPEC 산유국들도 12월9일 55만8000배럴 감축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OPEC이 원유 생산량을 줄이기로 합의함으로써 국제유가가 브렌트유 기준 배럴당 50달러 이하에서 55달러 수준으로 급등했고 비OPEC까지 감산에 합의함으로써 60달러를 돌파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70달러에 근접할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합의 약속이 언제 깨질지 아무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우디가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고 이란은 경제제재로 원유 생산량이 크게 줄어들어 정상화가 필요하며 러시아 역시 재정적 악화를 견디기 어려워 생산 감축에 나서기로 했지만 푸틴 대통령의 정치적 행보로 판단되고 있다.
더군다나 국제유가가 60달러 이상으로 상승하면 미국이 셰일오일 생산을 정상화시켜 글로벌 에너지 수급 불균형을 야기할 것이 확실시된다는 측면에서 60달러 이상을 지속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국제유가가 추가 상승할 가능성 때문에 석유화학제품 가격이 일시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은 받아들일 수 있지만 폭등요인이 현실화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폭등현상이 나타난 것은 묵과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중국기업들이 섣부른 판단으로 폭등을 유발한 측면이 있지만 모든 책임을 중국에게 전가할 수도 없다.
최근 현물가격이 폭등한 석유화학제품 중 MEG를 제외한 에틸렌, 벤젠, SM, ABS는 국내기업들이 현물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탄핵정국과 공정당국의 기강해이를 틈타 가격을 조작하고 있다는 불미스러운 원성을 듣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