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정밀화학(대표 오성엽)은 ECH (Epichlorohydrin) 사업의 수익 악화가 불가피해지고 있다.
ECH는 에폭시수지(Epoxy Resin) 시장 침체로 수요가 둔화됐을 뿐만 아니라 원료 프로필렌(Propylene)이 초강세를 나타내 2016년 하반기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정밀화학은 2016년 상반기 프로필렌이 약세를 나타낸 가운데 ECH 수출을 확대하면서 수익성이 양호했으나 하반기부터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프로필렌 가격은 8월 중순부터 상승세를 지속해 9월 FOB Korea 톤당 810-850달러를 형성한 후 주춤했으나 12월 다시 840-860달러로 강세를 나타냈다.
반면, ECH 가격은 2016년 상반기 1000-1050달러를 형성했으나 8월 1000달러대가 무너진데 이어 10월에는 900-950달러로 하락하면서 프로필렌 상승세를 반영하지 못했다.
롯데정밀화학은 SK종합화학으로부터 프로필렌을 공급받고 있으나 공급처를 롯데케미칼로 바꾸어 자가조달함으로써 원료의 외부 의존도를 낮추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시장 관계자는 “ECH는 원료 가격이 상승했지만 공급과잉이 심각해 거래가격 인상으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밝혔다.
롯데정밀화학은 9월 중순부터 ECH-프로필렌의 스프레드가 150달러 이하로 좁혀져 일시적인 적자에 빠지면서 가동률을 20-30% 가량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 소재 ECH 12만톤 플랜트를 1-8월 풀가동했으나 9월부터 가동률을 80%로 하향 조정한데 이어 11월에는 50%까지 줄였으며 원화 약세까지 겹치면서 영업실적이 악화된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정밀화학은 2016년 매출이 1조1107억원으로 전년대비 4.4% 감소했다.
다운스트림인 에폭시수지의 침체가 장기화됨에 따라 ECH 부진이 심화된 것으로 판단된다.
에폭시수지는 조선산업이 침체되면서 투입비중이 높은 선박용 페인트의 수요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고 PCB(인쇄회로기판), EMC(반도체봉지재) 등 전자·전기부품의 소형·박막화가 추진되면서 사용이 줄어들고 있다,
아울러 원화 강세로 수출 경쟁력을 상실한 가운데 국도화학이 가동률을 낮은 수준으로 유지해 ECH 수요도 침체를 이어간 것으로 파악된다.
ECH 수요는 경기침체가 완화되더라도 즉각적으로 반응이 오지 않으며 전방산업이 수주가 늘어나면 함께 수요증가를 체감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2016년 4/4분기에는 수익성이 다소 회복된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정밀화학은 미국, 유럽 등에 대한 수출비중이 50-55%에 달하는 가운데 최근 원화가 약세로 전환됐을 뿐만 아니라 신규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셀룰로오스(Cellulose), 가성소다(Caustic Soda), 애니코트(Anycoat), 메셀로스(Mecellose) 등 다른 주력 사업이 호조를 지속함에 따라 4/4분기 영업이익이 163억원으로 전분기대비 63.1% 급증하며 시장기대치인 60억원을 대폭 상회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편, 롯데정밀화학은 글리세린 공법을 이용한 ECH 생산이 불투명한 것으로 파악된다.
2016년 영업이익도 297억원으로 무려 1042.3%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리세린 공법은 바이오디젤과 병산되는 글리세린을 원료로 사용하며 프로필렌 공법에 비해 폐기물 발생을 80%, 제조코스트를 50% 가량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글로벌 메이저들이 선호하고 있다.
Dow Chemical, Solvay 등이 ECH 생산에 글리세린을 채용하고 있으며 롯데정밀화학도 글리세린 공법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다만, 에폭시수지 침체가 장기화됨에 따라 ECH 수요 부진도 지속돼 글리세린 공법에 투자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글리세린 공법은 친환경적이고 제조코스트도 절감할 수 있으나 기존의 프로필렌 공법과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신규공장을 건설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고 밝혔다. <정현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