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지아는 2020년까지 실시하는 국가 5개년계획 「제11차 말레이지아 계획」을 통해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을 5-6%대로 유지하고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산업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으나 최근 기록적인 통화 약세 등으로 2016년 GDP 성장률이 리먼 브라더스 사태 이후 7년 사이 최저 수준인 4% 전반에 머무르는 등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2017년에는 나지브 라자크 수상이 주도해 창설한 정부계 투자기업의 부정경리 의혹과 거액 채무 등을 배경으로 하원 총선거를 1년 앞당겨 실시하는 등 정치·사회적 환경이 크게 변화함에 따라 산업 고도화도 다소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제11차 계획은 공평한 사회를 위한 포용성의 확대, 모든 국민의 복지 향상, 선진국 진입을 위한 인적자원 개발, 지속성 및 회복력이 있는 녹색기술 성장 추구, 경제성장을 뒷받침하는 인프라 강화, 번영을 위한 혁신적 경제성장 등 6개 전략을 내걸고 있다.
제조업에서는 산업 고도화가 공통과제로 주목받고 있다.
말레이는 수출이 산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제조업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경쟁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스마트 제조기술과 공정 도입이 필수적으로 요구되고 있으며 2016년부터 투자개발청이 말레이대학, 말라카(Malacca)공과대학 등과 공동으로 제조업의 미래에 대한 공동 연구팀을 설립해 제조공정의 자동화 및 IoT(Internet of Things) 기술 도입 등 스마트 제조를 주제로 산업육성 방안을 수립하고 있다.
그러나 산업계에 불어닥친 역풍이 강해 고전하고 있다.
먼저, 기록적인 통화 약세가 산업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말레이 통화인 링깃 환율은 2016년 말 미국 대통령 선거의 영향으로 달러당 약 4.5링깃까지 떨어져 약세를 나타냈다. 일부 수출기업들은 수혜를 입고 있지만 내수 둔화 및 달러화 기준 부채 증대 등 악영향이 확대되고 있다.
말레이 정부는 링깃 약세를 멈추기 위해 2016년 12월 갑자기 수출기업들에게 수출로 얻은 외화의 75%를 링깃으로 환전할 것을 의무화시켰고, 달러화 거래를 제한하고 사용통화를 링깃으로 한정하는 조치를 단계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혀 산업계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2016년 2월 정부가 발표한 외국인 신규채용 규제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건비가 저렴한 외국인 노동자 채용을 규제함으로써 임금 상승을 유발시켰으며 말레이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은 코스트 부담이 확대됨에 따라 투자를 줄이고 있다.
대상기업들의 반발로 일부 완화됐으나 생산라인 부분정지 및 24시간 조업단축은 강제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산업 고도화는 화학산업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Petronas 그룹은 2016년 말부터 다양한 화학 관련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BASF와 합작으로 Kuantan에 시트랄(Citral) 3만톤, 시트로넬롤(Citronellol) 8000톤, 1-멘톨(Menthol) 9000톤을 생산하는 아로마 컴플렉스를 비롯해 2-EH(Ethyl Hexanol) 3만톤, HR-PIB(High Reactive Polyisobutylene) 5만톤 플랜트를 건설하고 있다.
모두 말레이에서는 처음 생산하는 화학제품으로 시트랄, 시트로넬롤, 2-EH는 2016년부터 시운전을 시작했으며 1-멘톨, HR-PIB는 2017년 상업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HR-PIB는 고기능 연료 및 윤활유 첨가제용 중간체, 2-EH는 윤활유 첨가제와 오일첨가제 등으로도 공급할 예정이다.
Petronas Chemicals은 Sabah의 풍부한 천연가스 자원을 활용해 암모니아 70만톤, 요소 120만톤을 생산하는 Samur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예정보다 일정이 지연됐으나 암모니아 플랜트는 2016년 3/4분기, 요소 플랜트는 4/4분기 시운전을 시작해 온스펙 공급에 성공했으며 본격적인 상업생산에 들어갔다.
Petronas는 Sarawak 소재 Samalaju 공업단지에서 메탄올(Methanol) 및 유도제품 컴플렉스 사업화를 계획하고 있으며 최근 주정부와 사전계획 수립에 착수했다.
휴켐스가 건설하고 있는 암모니아 공장에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Johor에서는 석유정제 및 석유화학 통합 프로젝트 RAPID를 추진하고 있다.
아람코(Saudi Aramco)가 정유설비 경영에 참여하기로 결정됐으며 석유화학 분야에서는 HDPE(High-Density Polyethylene) 및 LLDPE(Linear Low-Density PE), PP(Polypropylene), EO(Ethylene Oxide) 및 EG(Ethylene Glycol) 사업화를 결정했다.
다만, 이태리 Versalis와 합작으로 추진하던 엘라스토머(Elastomer) 프로젝트는 2016년 4월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사업화를 단념했다.
이밖에 Evonik, BASF와 각각 계획하고 있던 스페셜티 사업과 타이 PTT Global과 추진하던 페놀(Phenol) 체인 프로젝트도 백지화됐다.
말레이에서는 외국기업들이 화학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일본기업들은 Kaneka, Polyplastics, Ube Kosan, Toray 등이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Tosoh는 Terengganu에 하이실리카 제올라이트(Zeolite) 공장을 건설했으며 자동차 배기가스 정화촉매용 수요가 확대됨에 따라 당초 2017년 6월로 예정하고 있던 상업생산 계획을 앞당길 방침이다.
Futamura Chemical은 2016년 9월 말레이 패키지 메이저인 Scientex의 자회사 Scientex Great Wall의 지분 10%를 취득하고 OPP(Oriented PP) 공장 건설을 준비하고 있다.
신규공장에는 일본 제련소에서 제조한 최신형 생산설비를 도입하며 식물 베이스 첨가제를 사용함으로써 장기적으로는 할랄 인증을 취득할 계획이다.
Sanyo Chemicals은 2018년 상업가동을 목표로 Johor에 SAP(Super Absorbent Polymer) 8만톤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Tokuyama는 Sarawak에서 태양전지 및 반도체용 폴리실리콘(Polysilicon)을 생산해왔으나 세계적인 공급과잉 영향으로 사업 환경이 어려워짐에 따라 거액의 손실을 입어 말레이 지분을 OCI에게 매각하고 사업에서 철수했다. <강윤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