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확대되고 있는 대규모 인수합병(M&A) 흐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글로벌 화학기업들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대에서 2014년 40달러로 폭락하고 2015-2016년 낮은 수준을 유지한 가운데 석유화학제품 수요는 꾸준히 증가함에 따라 영업실적이 크게 개선되자 선제적 구조조정의 의미로 대규모 M&A를 적극 실시하고 있다.
먼저, Dow Chemical과 DuPont이 2015년 12월 합병을 발표했고 2016년에는 중국 ChemChina가 스위스 종자기업 Syngenta 인수를 2월 발표한데 이어 Bayer도 3번 인수액을 높인 끝에 Monsanto 인수를 결정지었다고 9월 밝히는 등 농화학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재편이 이루어졌다.
ExxonMobil은 싱가폴 JAC(Jurong Aromatics)의 정유·석유화학 컴플렉스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JAC는 컨덴세이트 스플리터(Condensate Splitter)를 통해 P-X(Para-Xylene) 80만톤, 벤젠(Benzene) 45만8000톤, O-X(Ortho-Xylene) 20만톤, 나프타(Naphtha) 65만톤 플랜트를 2014년 9월 신규 가동했으나 채산성 악화로 적자생산을 지속해 2015년 9월 파산했다.
ExxonMobil은 싱가폴에 P-X 100만톤 생산설비를 보유하고 있어 JAC를 인수하면 P-X 생산능력이 180만톤으로 확대되고 석유제품 생산도 250만톤 늘릴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최근에는 랑세스(Lanxess)가 미국 Chemtura 인수에 필요한 공식 절차를 마무리했다고 4월24일 밝혔다.
Chemtura는 난연제 및 윤활유 첨가제 메이저이며 기업가치가 24억유로(약 2조9280억원)에 달한다.
랑세스는 창사 이래 최대규모인 Chemtura 인수를 성사시킴에 따라 글로벌 첨가제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공고히 다지게 됐으며 2020년까지 연간 약 1억유로(약 1220억원) 상당의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국내기업들의 M&A 시도는 잇따라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영국 BP의 중국 Shanghai Secco 지분 50% 인수를 추진하고 있으나 오랜기간 뚜렷한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롯데케미칼은 2016년 6월 미국 Axiall 인수를 추진했다가 철회했으며 최근에는 JAC 인수에 참여했으나 우선협상자로 선정되지 못했다. JAC 인수전에는 한화토탈도 참여했으나 가격경쟁에서 ExxonMobil에게 밀렸다.
대림산업도 미국 루이지애나 소재 ECC(Ethane Cracking Center) 인수에 참여했으나 가격경쟁에 밀려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기업들은 석유화학 호조를 타고 사상 최대 영업실적을 달성했으나 매번 매각 측이 예상하는 인수액보다 낮은 금액을 제시해 경쟁에서 밀린 것으로 판단된다. <강윤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