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셰일(Shale) 혁명을 통해 세계 최대의 천연가스 생산국으로
부상했으며 에너지 가격이 하락하며 제조업의 경쟁력이 향상되고 있다.
석유화학 분야에서는 천연가스 개발과 함께 NGL(액체천연가스) 생산도 확대되면서 저렴한 에탄(Ethane)을 사용하는 스팀 크래커와 유도제품 신증설이 2017년부터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 석유화학산업은 에너지 시장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수요가 꾸준히 신장해 에탄 생산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며 2020년 이후에도 열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에탄, 2017년 이후 수출 확대
셰일가스(Shale Gas)에 의존하고 있는 미국 석유화학산업은 2014년 말부터 시작된 저유가, 신흥국의 성장둔화 현상 등으로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국제유가가 하락하며 에틸렌(Ethylene) 마진은 투자 계획이 잇따라 발표됐던 과거에 비해 절반 가량 줄어들었고 많은 프로젝트들이 지연 및 취소됐다.
하지만, 미국 석유화학산업은 2017-2019년 가동을 계획하고 있는 에탄 크래커와 유도제품 플랜트들로 1차 확장기를 맞이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으며 2차 확장기는 2020년 이후 찾아올 것으로 예상된다.
ExxonMobil은 2016년 7월 사우디 Sabic과 합작으로 에틸렌 180만톤 크래커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2017년 상업가동을 목표로 건설하고 있는 에탄 크래커와 함께 2개의 컴플렉스를 구축할 계획이다.
Shell Chemicals은 2016년 6월 펜실베이니아 소재 에탄 크래커 프로젝트를 최종 확정했으며, LyondellBasell은 HDPE(High-Density Polyethylene) 50만톤 플랜트의 신규투자를 결정했다.
글로벌 에너지 시장과 경제의 불확실성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으나 미국에서는 셰일 개발 및 NGL 생산 확대를 통해 투자를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천연가스는 2012년부터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거래가격이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고 채굴기업들은 Marcellus, Utica 광구 외에 Permian, Eagle Ford 등 NGL이 병산되는 웨트가스전 개발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웨트가스전은 메탄(Methane)만 얻을 수 있는 드라이가스전에 비해 채산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에탄은 대부분 가스전에서 채굴된 NGL에서 석유화학 원료용으로 분류해 사용하지만 가격이 낮을 때에는 분류하지 않고 연료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NGL 상태로 남겨둘 때가 많아 신규 플랜트의 원료 수요를 충당하지 못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앞으로 에탄 수요가 신장하고 가격이 적정수준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에탄 생산환경이 더욱 양호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미국산 에탄은 2014년 캐나다로 수출되기 시작하면서 2015년에는 하루 6만배럴 가량의 수출실적을 기록했다.
2016년 3월에는 펜실베이니아의 에탄 수송선을 활용해 유럽 수출을 시작했으며 텍사스에도 유럽 및 인디아 수출용 터미널을 완공함에 따라 2017년에는 에탄 수출량이 23만배럴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Shell Chemicals과 비슷한 비재래형 자원 개발 사업이 세계적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나프타(Naphtha)를 주로 사용해온 아시아조차 미국산 에탄 수입을 늘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에틸렌, 생산능력 3700만톤으로 확대
미국은 저유가, 건설비 급등의 영향으로 복수의 셰일 프로젝트가 지연됐음에도 불구하고 2017년 중반부터 멕시코 연안 소재 신규 플랜트를 순차적으로 완공하고 있고 2020년 전후에도 추가 신증설을 추진할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에서 에틸렌 크래커를 신규 건설하는 것은 30년만의 일로 글로벌 석유화학 수급구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천연가스 가격이 100만BTU당 2.5-3.0달러이며 에탄 거래가격은 톤당 100달러대를 형성하며 천연가스와 비슷한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국제유가는 2년 전 절반으로 폭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에탄 코스트는 톤당 400달러 수준이 나프타의 3분의 1 이하에 불과해 경쟁력이 강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Chevron Phillips Chemical은 2016년 6월 텍사스에 구축한 석유화학설비 근처에 에틸렌 생산능력 150만톤의 에탄 크래커를 건설하고 있다. 2017년 8-9월 사이 상업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텍사스에서는 2017년 Chevron Phillips Chemical을 비롯해 ExxonMobil, Dow Chemical, OxyChem-Mexichem 등의 신규 크래커가 가동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18년 Sasol, 타이완 Formosa Plastics Group(FPC), 일본 Shin-Etsu Chemical, 2019년에는 롯데케미칼-Axiall 합작기업이 크래커 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2017-2019년 사이 멕시코만에 건설되는 크래커들의 에틸렌 생산능력은 925만톤으로 미국은 에틸렌 생산능력이 2800만톤에서 3700만톤대로 30% 가량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은 이미 에틸렌 환산 기준 500만톤의 수출초과 상태로 신규설비가 모두 완공되면 대부분 수출에 사용할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Shell Chemicals은 펜실베이니아에 2020년 상업가동을 목표로 150만톤 크래커를 건설할 계획이고, 타이 PTT와 일본 Marubeni상사는 오하이오에 150만톤 크래커를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산 확대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나 동시에 사각지대도 존배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석유화학기업들은 석유정제-석유화학-유도제품으로 수직계열화를 이루었으나 경쟁력의 원천인 에탄은 셰일 공급기업들로부터 조달받고 있다.
셰일 공급기업들은 대부분 신흥기업이기 때문에 서로 거래풍토가 달라 여러 차질을 빚고 있다.
또 국제유가와 세계경제의 변동에 따라 사업 전략을 시시각각 변경하고 있는 점도 변수가 되고 있다.
미국은 원칙적으로 에틸렌 가격을 에탄 가격과 관계없이 석유화학 메이저들이 협상을 통해 현물가격으로 책정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저유가로 에틸렌-에탄 스프레드가 반토막이 났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대량생산으로 시황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스프레드에 의존한 사업 구조는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는 에탄 가격과 연동해 가격을 책정하는 방안을 검토 하고 있다.
유도제품, PE 중심으로 수출 확대
미국에서는 셰일 개발을 통해 얻은 저렴한 에탄을 사용하는 에틸렌 크래커와 유도제품 플랜트를 2017년 이후 잇달아 건설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8년까지 약 900만톤의 에틸렌 증설이 계획돼 있고 80%는 PE(Polyethylene) 생산에 사용될 예정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EG(Ethylene Glycol), PVC(Polyvinyl Chloride)도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17년 이후 미국산 석유화학제품의 영향으로 글로벌 시장 구도에 대대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PE는 공급량이 압도적으로 늘어나고 있어 글로벌 수급밸런스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ExxonMobil이 텍사스에 에탄 크래커와 함께 HDPE 65만톤, LLDPE(Linear Low-Density Polyethylene) 65만톤 플랜트를, Chevron Phillips Chemical도 HDPE 50만톤, LLDPE 50만톤 플랜트를 건설하고 있다. 모두 2017년 상업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은 HDPE와 LLDPE를 중심으로 PE 생산능력을 2018-2019년 사이 2000만톤에서 2600만톤으로 600만톤 확대할 것으로 나타내고 있다.
북미는 PE 수요가 1600만톤 수준으로 성장률이 GDP(국내총생산)와 유사한 2.5% 수준을 나타내고 있으며 이미 수출이 수입을 상회하고 있어 중남미, 유럽, 아시아 수출을 활성화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결국 단기간에 공급량이 급격히 늘어나며 일시적으로 공급과잉이 심화돼 시황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저렴한 원료 에탄과 에너지 경쟁력이 높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워 신흥국을 중심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글로벌 수요를 확보할 계획이어서 공급과잉 파장이 미국에서 아시아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일본, 미국산 유통으로 적극 대응
일본 종합화학기업들은 미국에서 진행되는 유도제품 프로젝트에 대응하며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Mitsubishi상사는 사우디 합작사업 및 PE를 중심으로 아시아 트레이딩을 강화하고 있으며 앞으로 미국에서 생산이 증가하는 석유화학품목의 거래를 늘려 중남미,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등에 공급할 방침이다. PVC도 동아시아, 인디아, 타이 등으로 수출을 확대할 예정이다.
Itochu상사는 미국산 석유화학제품의 거래 비중을 높일 계획이다. 세계시장에 대한 공급을 확대하고 생산규모와 높은 경쟁 우위성을 보유한 석유화학 메이저와 장기 판매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안정조달 시스템을 구축할 방침이다.
PE는 최대 범용수지일 뿐만 아니라 입방형이기 때문에 봉지로 제조해 수출하기 쉽다는 점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수출량이 많지 않지만 에틸렌 수출도 주목하고 있다.
Mitsubishi상사는 운반 시 냉각 및 액화가 필요한 에틸렌을 취급할 수 있는 출하설비를 갖추고 있으며 앞으로 투자확대 및 운임조정 등을 통해 수출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일본 화학기업들은 미국의 셰일혁명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는 않고 있다.
현재 Shin-Etsu Chemical이 에틸렌 크래커, Mitsubishi Chemical이 MMA(Methyl Methacrylate)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나 투자액이 100억엔을 넘어서는 에틸렌 등 업스트림에 대해서는 관심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장기적으로 안정성장이 기대돼 Mitsui Chemicals이 멕시코 연안에 윤활유 첨가제 공장을 검토하는 등 다운스트림 투자에 참여할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
<강윤화 선임기자: kyh@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