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 생산기업은 유럽 진출 전략의 타당성이 의문시되고 있다.
국내 배터리 생산기업들은 전기자동차(EV) 시장이 중국을 중심으로 성장함에 따라 현지에 공장을 건설하며 사업을 확장해왔으나 2016년 이후 중국 정부가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 조치를 강화하며 사실상 사업 운영이 불가능해져 유럽시장으로 선회하고 있다.
LG화학은 2018년 상업가동을 목표로 폴란드에 EV 배터리 셀-모듈-팩 일괄 생산설비를 구축하고 있으며, 삼성SDI는 헝가리에 구축한 EV 배터리 공장을 2018년 2/4분기 상업가동해 BMW, 폭스바겐(Volkswagen) 등 유럽 자동차기업들에게 공급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도 헝가리, 체코 등에 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유럽 자동차기업들이 중장기적으로 아시아기업이 생산하는 배터리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생산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어 유럽에서도 중국처럼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특히, 독일 자동차기업들이 배터리 생산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BMW, 폭스바겐, 다임러(Dimler-Benz) 등이 최근 6년 동안 LiB(Lithium-ion Battery) 관련 특허를 348개 등록했으며 프랑스 푸조(Peugeot), 미국 GM(제너럴모터스), Ford, 테슬라(Tesla)가 보유한 특허보다도 많아 투자에 적극적인 것으로 파악된다.
폭스바겐은 테슬라로부터 EV 시장의 주도권을 빼앗기 위해 2025년까지 EV 80종을 선보이고 배터리 등에도 200억유로(약 27조원)를 투입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BMW는 EV용 배터리를 외부에서 조달하고 있으나 노조 등이 자체생산에 도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BMW 노조 관계자는 “LG화학, 삼성SDI 등 아시아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고용을 창출하기 위해 자체 배터리 공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럽 자동차기업 노조는 각국이 EV 등 친환경 자동차의 비중을 확대하고 가솔린 자동차의 판매를 중단하겠다는 정책을 내놓음에 따라 일자리가 대폭 줄어들 것으로 우려하고 배터리 생산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폭스바겐도 노조의 압박에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경영진은 유럽, 아시아, 북미 배터리 생산기업과 협력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일부에서는 독일이 배터리 기술을 보유하고는 있지만 에너지 제조코스트가 타국에 비해 높은 만큼 생산성 등을 고려해 계속 아시아기업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다고 반박하고 있다. <강윤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