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탄올 가격이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특히, 국내 수입단가가 다른 지역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을 형성함으로써 메탄올 수입을 주도하고 있는 종합상사들이 모종의 가격 부풀리기를 시도한 것이 아닌지 의심되고 있다.
메탄올 현물가격은 300달러대 초반을 형성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2017년부터 400달러 안팎의 초강세 현상을 장기화하면서 다운스트림인 초산 수요기업들은 코스트 상승으로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문제는 국내 수입가격인 CFR Korea가 다른 현물가격에 비해 턱없이 높은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메탄올 현물시세는 3월 초 CFR Korea가 톤당 383달러로 16달러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높았다. CFR SEA는 1달러 떨어지는데 그쳤음에도 380달러, CFR Taiwan은 7달러 상승했음에도 381달러, CFR China는 7달러 올랐으나 373달러에 그쳤다.
2월 말에는 CFR Korea가 399달러로 400달러에 육박한 반면, CFR SEA는 381달러, CFR Taiwan은 374달러, CFR China는 366달러에 그쳐 CFR Korea와의 스프레드가 20달러 안팎을 나타냈다. 2017년 11월에는 한때 30달러 이상 벌어질 정도로 FOB Korea가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초산 생산기업으로 메탄올 소비를 주도하고 있는 롯데BP화학은 자체 수입이 많아 별 영향이 없을 수 있으나 소량 사용하는 중소기업들은 메탄올의 원료코스트가 터무니없이 높아 원가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 종합상사들은 왜 메탄올 수입단가를 부풀리는 것인가?
아마도 롯데BP화학을 제외하고는 메탄올 수요기업들이 대부분 중소기업이어서 메탄올을 수입할 여력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메탄올 수입단가를 올려도 사지 않고는 버틸 수 없으니 마음 놓고 폭리를 취하겠다는 심산인 것이다.
현물시세가 결정되는 과정을 알면 CFR Korea가 왜 높은지 이해가 될 것이다. 현물시세는 특정기간 동안 거래된 가격의 산술적 평균이 아니라 장 막판 최종 거래가격으로 결정한다는 점이다. 종합상사들이 낮은 수준에 수입한 후 장 막판 소량 거래 또는 자전거래를 통해 수입단가를 끌어올릴 소지가 농후하다는 것이다.
아시아 메탄올 가격이 2017년 10월부터 하락세로 전환된 것도 수요 감소에도 불구하고 현물시세가 고공행진을 거듭한데 대한 반발로 중국이 수입을 대폭 줄인 결과로 판단되고 있다. 3월 초에도 중국 내수가격이 톤당 2730위안으로 340위안 폭락해 수입가격 기준 339달러를 형성한 것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더군다나 Zhengzhou 상업거래소에서는 5월 선물가격이 2677위안으로 88위안 하락해 현물시세의 추가 하락을 뒷받침하고 있다.
국내 종합상사들이 메탄올 수입단가 올리기에 앞장선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나 최근의 횡포는 도를 넘어선 것으로, 자신들의 폭리를 위해 국내 수요기업들의 코스트 경쟁력을 송두리째 빼앗았다는 점에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메탄올은 국내 재벌들이 겉으로는 상생을 외치면서도 속으로는 중소기업 겁탈에 여념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가 아닌가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