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에서 한국은 어떠한 위치에 처한 것인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한국 화학산업이 덤터기를 쓸 것으로 우려되는 반면, 미국과 중국이 서로 치고받기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한국산 화학제품이 어부지리를 취할 수도 있다는 희망섞인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흔히,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은 고래 싸움에 낀 새우 신세로 비유된다. 모두에게 상대가 되지 않으면서도 무역 의존도를 지나치게 높게 유지함으로써 어찌할 수 없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이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 25-10%를 부과하기로 결정하면서 시작된 무역전쟁은 미국이 중국산 수입제품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무역적자를 대폭 줄이겠다고 발표하자 중국도 농산물을 중심으로 미국산 128개 품목에 대해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함으로써 점점 확대되는 양상이다.
문제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틈바구니에서 한국은 온전히 살아나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불행하게도 현대경제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격화되면 한국의 중국수출이 약 30조원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에 서명한대로 전체 중국 수입제품의 약 10%에 해당하는 500억달러 상당에 25%의 관세를 부과해 미국의 중국산 수입이 10% 감소하면 한국의 중국 수출액이 282억6000만달러(약 30조원)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2017년 중국 수출액 1421억달러의 19.9%, 총수출액 5737억달러의 4.9%에 해당하는 것으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석유화학은 피해액이 약 35억달러로 전기장비(109억달러), IT(56억달러)에 이어 3위로 분석됐다.
반대로 중간에서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 상무부가 4월4일 미국산 화학제품을 포함한 106개 수입품목에 대해 25%에 달하는 수입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수입규제 대상에는 PE, PC, 에폭시수지 등 합성수지와 AN, 실리콘 등이 포함됐고 액화 프로판도 규제할 것으로 알려졌다.
규제대상은 미국이 중국에 수출하는 합성수지의 약 40%에 해당하는 것이다. 미국은 2017년 중국에 대한 합성수지 수출액이 32억달러에 달했으며 중국 합성수지 수입량의 약 11%를 차지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PE는 미국이 셰일혁명에 따라 스팀 크래커를 대거 건설하고 있는 가운데 신증설 에틸렌의 대부분을 PE 생산에 투입할 것으로 나타나고 있고, 신증설 PE의 대부분을 수출해야 할 처지이나 중국이 미국산 PE 수입을 규제함으로써 석유화학기업들이 한시름 놓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PE는 인디아를 중심으로 동남아시아의 신증설이 많아 2018년 들어 톤당 1200달러 안팎으로 약세를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산이 대량 유입되면 적자 확대가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PE와 에틸렌의 스프레드는 톤당 200달러 이상으로 중합코스트 150달러를 고려하면 적자가 350달러를 넘고 있다.
미국산이 대량 유입된다고 가정하면 전문 PE 생산기업들은 문을 닫아야 할 처지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미국과 중국이 타협할 여지가 남아 있다는 측면에서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나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국내 화학기업들은 미국-중국 무역전쟁에서 고래 싸움에 새우등 신세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 무슨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