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로, 사업다각화 모색해야 생존 가능
카프로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2013년 구조조정을 단행했으며 사택, 비상장주식 등 자산을 매각해 수익성 개선을 추진한 것으로 파악된다.
또 공정을 개선하고 원재료를 저렴하게 구매하는 등 원가절감 노력도 기울였다.
아울러 CPL(Caprolactam) 시장이 단기적으로 호황을 지속해 당분간은 적자를 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카프로 관계자는 “2018년 2월28일까지 재고가 없을 정도로 판매를 완료한 상태”라며 “공정을 개선해 제조코스트도 절감해놓은 상태이며 국제가격이 높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호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요기업 관계자도 “해외시장이 축소되고 내수구매가 편리하기 때문에 한동안 카프로에서 구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호황을 장담할 수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CPL은 카프로가 독점생산하고 있지만 국내기업이 구매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구조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
카프로 관계자는 “공급 안정성을 위해 수직계열화를 고려하고 있다”며 “원료코스트를 절감해 경쟁기업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PA(Polyamide) 6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프로는 PA 6 외에도 1,6-헥산디올(Hexanediol) 생산을 고려하고 있으며 기술을 보유한 메이저와 접촉하는 등 사업다각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CPL 생산기업 가운데 1,6-헥산디올 생산기술을 보유한 곳은 BASF와 Ube Kosan 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CPL은 나일론(Nylon) 대체소재인 폴리에스터(Polyester) 사용비중이 높아지면서 나일론 수요 자체가 감소할 수 있다는 위협요인도 존재하고 있다.
효성은 베트남 나일론 공장에서도 수입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나일론 관계자들은 “나일론은 저렴한 폴리에스터에 밀려 사용비중이 점점 하락하고 있다”며 “수요는 줄어드는데 효성이 베트남에서 수입해 나일론 생산기업들은 한숨만 쉬고 있다”고 주장했다.
세계시장, 수급 불균형으로 스프레드 악화
글로벌 CPL 생산능력은 2016년 660만톤으로 2015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Fibrant가 미국 플랜트 가동을 중단해 중국 증설을 상쇄했기 때문으로, 신증설도 23만톤으로 당초 계획한 생산능력을 하회했다.
글로벌 수요는 530만톤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가 320만톤으로 60%를 차지했다.
아시아 CPL 가격은 2015년 하반기 이후 하락세를 계속해 2016년 1-2월 톤당 1200달러가 무너짐에 따라 벤젠(Benzene)과의 스프레드가 600달러를 밑돌았으나 이후 중국 플랜트의 가동률이 하락하고 유럽에서 정기보수 및 플랜트 트러블이 겹쳐 상승세로 전환됐다. 하지만, CPL-벤젠 스프레드는 2015년 평균 897달러를 넘어서지 못했다.
그러나 2016년 11월 상황이 급변했다.
중국에서 겨울용 의류 주문이 증가함과 동시에 춘절 이전 재고를 축적하는 움직임이 확대됨에 따라 CPL 거래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OPEC(석유수출국기구)이 8년만에 원유 감산에 합의함에 따라 벤젠 가격이 상승세를 나타냈고, 중국에서는 물가상승 관측에 따라 투기적 구매수요가 나타나면서 CPL 재고가 크게 감소했다.
이에 따라 아시아 CPL 가격은 11-12월 500달러 가까이 상승했으며 벤젠과의 스프레드는 2016년 6월 이후 처음으로 1000달러를 돌파했다.
중국은 12월 CPL 결산가격이 1만6350위안으로 최저치를 기록했던 2016년 1월에 비해 72% 폭등했으며 벤젠과의 스프레드도 9000위안 수준 상승했다.

중국, 신증설 계속에 자가소비 확대
중국은 2016년 CPL 생산량이 190만톤으로 전년대비 3% 증가에 그쳤다.
정기보수 및 설비 트러블이 잇따른 가운데 9월 개최한 G20 정상회담에 따른 환경규제로 플랜트 가동이 제한됐기 때문이다.
생산량과 수입량으로 추정한 CPL 수요는 210만톤으로 3% 증가했으나 PA 6 수출입을 포함하면 총 240만톤으로 크게 변화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CPL-벤젠 스프레드는 5월 5000위안이 무너지면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12월 크게 회복했으나 평균 6000위안 수준으로 15% 하락해 손익분기점인 7000-8000위안을 밑돌았다.
신증설은 70만톤 이상을 계획했으나 실제로는 디보틀네킹을 포함해 23만톤만 상업가동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2017년에도 100만톤 이상 신규가동을 계획했으나 Luxi, Yangmei 등은 생산설비를 완공한 후 상업가동할 기회를 살피는데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품질이 높이 평가되고 있는 Hengyi가 직접 PA 6 중합을 시작하는 등 중국에서도 상업판매에서 자가소비로 전환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타이완, PA 6 중합설비 가동률 하락
타이완은 CPL 수입량이 2015년 40만톤에서 2016년 28만톤으로 31% 감소해 2003년 이후 처음으로 30만톤에 미치지 못했다.
CPDC가 Toufen 소재 No.2 생산라인을 재가동해 공급이 증가함과 동시에 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특히, 러시아에 이어 수입량이 많았던 미국산은 3만4000톤으로 57% 격감했다. 미국산은 Fibrant가 CPL 플랜트 가동을 중단하기 직전인 9월 이후 수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수요는 57만톤으로 6만8000톤 감소했다.
Li Peng이 4월 하루 생산능력 500톤에 달하는 세계 최대급 PA 6 중합라인을 가동했으나 수요 침체의 영향으로 풀가동에는 이르지 못했다.
타이완의 PA 6 생산기업은 CPL 재고 감축, 생산라인 가동중단 및 해외이전, 감산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가동률이 6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국, 수입제품 감소에 수출은 폭증
국내시장은 수요처들이 수입제품 대신 국산을 사용하는 움직임을 나타내며 CPL 수입량이 2015년 8만4000톤에서 2016년 3만7000톤으로 50% 이상 격감했다.
카프로는 6만톤 라인 가동을 재개한 후에도 가동률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암모니아 및 유틸리티 코스트가 감소하고 수율이 향상됨에 따라 2016년 하반기 영업이익이 흑자 전환됐다.
수출도 FTA(자유무역협정)에 따라 인디아를 중심으로 확대해 2015년 4000톤에서 2016년 3만5000톤으로 폭증했다.
인디아는 CPL 수입량이 증가세를 계속하고 있으며 2016년에는 5만톤을 수입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FACT가 가동을 재개할 예정이지만 안정가동에 이르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판단되고 있으며, GSFC는 PA6 생산라인에 자체 공급하고 있어 CPL 수입을 계속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말레이지아는 7월 PA 6 3만6000톤 플랜트 가동을 중단한 후 PA 6 칩 수입으로 전환했으며, 인도네시아는 유럽 및 미국산 수입비중이 70%에 달함으로써 CPL 조달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유럽·미국산 유입이 감소하면…
아시아 CPL 시장은 유럽 및 미국산 유입이 감소함으로써 아시아 생산기업들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타이완은 2016년 11월 CPL 계약가격 협상시기를 월말에서 월초로 변경했다. 중국 Sinopec 결제가격에 좌우되던 타이완 및 아시아 가격을 최대 수입국인 타이완 기준으로 전환해 채산성을 개선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주목받고 있다.
PA 6는 CPL과의 스프레드가 300달러 이상에서 200달러 초반까지 하락해 채산성이 크게 악화됐다.
이에 따라 타이완 PA 6 생산기업들은 채산성 향상을 목표로 전체 수출의 80% 수준을 차지했던 중국에서 인디아, 일본, 한국으로 판로를 다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2016년에도 중국 수출비중이 58%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2016년 말 CPL 가격이 회복됨에 따라 신증설이 가속화됨과 동시에 플랜트 가동률이 상승할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 시장은 유럽 및 미국산 유입 감소로 수급이 타이트해짐으로써 중국이 과잉물량을 수출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 중국은 2018년 환경보호세를 도입하는 등 정부가 환경규제 및 감시·단속을 강화하고 있어 석탄·석유화학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환경규제는 제조코스트 상승 및 증산에 대한 제약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CPL 뿐만 아니라 원료를 포함한 생산체인 전반의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글로벌 CPL 시장은 아시아 공급이 증가하고 있는 반면 유럽 및 미국은 생산능력을 감축하고 PA 6와 통합하는 움직임이 확대됨으로써 구조가 크게 변화하고 있다.
아시아 시장은 여전히 중국에 따라 크게 좌우되고 있으나 타이완이 계약가격 협상시기를 변경하는 등 기존과는 다른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어 유통구조 변화를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채산성 확보로 연결시킬 수 있는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황보여름·정세진 기자>
표, 그래프: <중국의 CPL 및 PA6 수급동향, 중국의 CPL 수입실적, 중국의 PA칩 수입실적, 타이완의 CPL 수입실적, 타이완의 PA칩 수입실적, 중국의 CPL 신증설 프로젝트, CPL 가격 및 스프레드 변화>
<화학저널 2018년 4월 16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