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은 2019년 접어들면서 불황의 징후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미국이 셰일 베이스 수출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경제의 성장률이 크게 둔화됨으로써 공급과잉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이 아직까지는 많은 양을 수입하고 있으나 언제 수입을 대폭 줄일지 예상할 수 없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문제는 중국이 수입을 줄이기 시작하면 아시아 가격이 초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예측된다는 점이다. 미국이 셰일 베이스 석유화학제품 생산을 확대해 아시아 뿐만 아니라 유럽 수출을 적극화함으로써 기존의 중동산에 이어 미국산과 유럽산이 홍수처럼 밀려올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PE는 LLDPE, HDPE를 중심으로 2018년 하반기부터 미국산이 유입되고 있고 2019년부터는 MEG가 대량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에틸렌이 900달러 안팎에서 1100달러 중반으로 이유도 없이 연속 폭등했음에도 불구하고 PE가 1050달러, MEG가 600달러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미국산 유입을 잘 증명해주고 있다.
에틸렌이 2-3주 연속 폭등한 것도 공급과잉에서 수급타이트로 전환됐기 때문이 아니라 무역상들과 상업공급 메이저들이 짜고 조작한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3-4월 본격화되는 스팀 크래커의 정기보수를 이유로 제시하고 있지만 춘절연휴의 후유증으로 중국의 플래스틱 가공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재가동에 들어가지도 못한 가운데 폴리머 수요가 늘어날 리 없다는 측면에서 가격조작이 틀림없는 사실로 판명되고 있다.
에틸렌 현물시세를 폭등시킴으로써 SM, PE, MEG 등 유도제품 가격을 끌어올려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심산이나 아무리 가격을 조작해도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을 무시하고는 성공할 수 없다. 특히, 에틸렌은 가동률을 조정해 생산량을 줄일 수는 있으나 손실이 너무 크고 저장탱크도 영하 250도를 유지해야 하는 한계가 있어 시장기능을 무시할 수 없다.
에틸렌이 연속 폭등했음에도 불구하고 LDPE, LLDPE는 1000달러 수준에서 등락하고 있고 초강세를 계속했던 HDPE도 1000-1100달러 사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예년 같으면 이미 초강세로 진입했을 SM도 1000달러대 초반에 머무르고 있고, MEG는 600달러대 초반으로 적자가 톤당 400달러를 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프로필렌이나 부타디엔은 전체적인 상승국면에서도 한국산은 보합세를 유지하거나 하락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왜 그러할까?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이 현물가격 상승을 주도하면서 중국을 중심으로 한 수요기업들이 한국산 구매를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전한 거래 상대가 아니라 폭리를 취하는 잡상인 취급을 받는다고 표현하면 지나친 것일까?
화학기업들도 수익을 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니 가격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 자체를 탓할 수는 없으나 담합을 통해 시장원리에 맞지 않게 억지로 올리는 것은 옳지 않다. 아로마틱 시장에서도 한국산을 외면할 수는 없으나 한국기업들이 지나치게 인상에 집착하고 있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고 하니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석유화학제품은 국제상품이고 수출입이 자유롭다. 그렇다고 가격조작이나 담합을 자행해도 괜찮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으며 꼬투리를 잡기 힘들다고 마음 놓고 불법행위를 저지르다 보면 큰코다칠 수도 있다는 점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