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학기업들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
화학경제연구원(CMRI)이 2018년 매출액 1000억원 이상 화학기업 136사를 분석한 결과, 매출은 평균 3조3345억원으로 2017년에 비해 12.6%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1879억원으로 22.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률 역시 2017년 8.2%에서 2018년 5.6%로 하락했다.
특히, 정유4사는 영업이익이 평균 6727억원으로 42.6% 격감했고, 석유화학도 상위 10사 영업이익도 평균 7996억원으로 29.6% 급감했다. 정밀화학·소재 역시 상위 10사 평균 1472억원으로 26.4% 줄었다. 다만, 플래스틱·고무는 14사는 평균 1조758억원으로 7.6% 감소하는데 그쳐 상대적으로 선방한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 화학산업은 2014년부터 4년 동안 장기 호황을 누렸고 2018년에도 4분기에 고전했을 뿐 3분기까지는 호황을 계속했다는 점에서 2018년의 수익성 악화는 의외의 결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국제유가가 80달러대로 폭등한 후 50달러 초반으로 폭락함으로써 대응에 한계가 있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3분기 동안의 호조를 1분기의 불황이 크게 잠식했다는 것은 문제가 많다고 할 수 있다.
더군다나 2019년 들어서는 4월까지 불황국면이 계속됐고 앞으로도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해결되지 않는 한 불황이 계속될 가능성이 커 심히 우려되고 있다. 중국 경제가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다고 하나 장기간 고도성장에 따른 성장통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 미국이 중국산 수입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조치를 쉽사리 포기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는 측면에서 불황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진중한 고민이 필요하다.
물론, 문재인 정부 들어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정체불명의 정책을 시행하면서 최저임금이 대폭 상승해 인건비를 중심으로 코스트가 크게 올라가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앞날이 캄캄한 것은 사실이나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현재의 추세가 계속되면 2019년에는 많은 화학기업이 적자의 늪에 빠질 수 있고 상당수는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지불하지 못하는 회복불능 상태가 우려되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국내 화학기업들은 아직도 스스로 무엇인가 해결하려는 의지가 결여된 채 하늘만 쳐다보는 뜬구름 잡는 경영에 매달라고 있다는 인상을 불식시키지 못하고 있다. 모든 화학기업이 그러하지는 않겠지만 석유화학을 중심으로 대기업들은 우리가 망하면 나라가 거덜 날 것이라는 오만에 빠져 정부에 의지하는 버릇을 고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을 중심으로 인디아 등이 한국산 석유화학제품을 반덤핑으로 몰아 수입규제를 확대하자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정부가 반덤핑 판정을 막아줄 것을 요청하는가 하면, 미국이 이란산 원유에 대한 수입금지 예외조치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 분명한데도 특별 예외조치를 요구하는 등 약발이 먹히지 않을 희망사항을 늘어놓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제품은 왜 국제유가 및 중국 수출에 따라 춤을 추어야 하는지, 정밀화학 및 화학소재는 왜 부가가치화하지 못하고 범용은 중국 및 인디아산에, 고부가 스페셜티는 일본 및 유럽산에 밀리고 있는지 진정한 고민이 필요성 시점이다.
한국은 GDP 대비 연구개발투자 비중이 세계 1위로 올라섰으나 반도체, 디스플레이를 제외하면 국제경쟁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고, 고부가가치제품을 개발해도 원료 및 중간소재를 대부분 일본산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는 취약성을 개선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으로부터 독립하고 국제유가로부터 해방될 날은 과연 올 것인지 고민이 깊어지는 시점이다.
<화학저널 2019년 5월 13·20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