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전기자동차(EV) 배터리 소송전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으로까지 번졌다.
자신을 LG화학의 전 근무자라고 밝힌 청원인이 5월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일자리 카테고리에 「LG화학의 퇴직자들에 대한 잘못된 처신에 대하여 호소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실제 글에서는 회사명이 모두 익명으로 처리됐지만 2019년 4월29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2차전지 기술유출 의혹을 제소한 내용을 소개한 글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이야기임을 유추하기 쉬운 상황이며 5월19일 오전 8시 기준으로 375명이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원인은 글에서 LG화학의 소송 내용은 퇴직자들이 SK이노베이션과 사전에 공모해 조직적으로 정보를 빼돌렸다는 뉘앙스로 구성돼 있다며 자신들을 산업스파이로 묘사한 부분에 모욕감을 넘어선 수치심을 느꼈다고 주장했다.
또 2018년 3월 당시 대표이사였던 박진수 부회장이 기자간담회에서 인력유출 문제를 물어보는 기자에게 “꼭 필요한 사람들이 나가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퇴사자들의 업무수준을 폄하했던 일을 언급하면서 LG화학 측이 뒤늦게야 퇴사자들이 핵심인재이고 기술을 들고 나갔다고 주장하며 오히려 이중으로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청원인은 “LG화학의 주장대로 2018년까지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한 인원이 76명이고 다른 곳까지 포함한다면 이직자가 수백명이 넘을 것”이라며 “대인원이 퇴사한 이유를 먼저 바라봐야 한다”고 호소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힌 2017년을 기점으로 핵심기술이 유출된 구체적인 자료들을 발견했고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 전지사업본부의 연구개발, 생산, 품질관리, 구매, 영업 등 분야에서 핵심인력들을 빼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SK이노베이션에 입사 지원한 인원들이 이직 전 LG화학 시스템에서 1인당 400-1900여건의 핵심기술 관련 문서를 다운로드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청원글이 널리 알려지면서 LG화학이 발표한 것과 달리 기술유출 피해자라는 이미지가 약화되고 오히려 SK이노베이션이 선두기업으로부터 지나친 견제를 받고 있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측은 LG화학의 소송 제기와 관련해 양사 간 배터리 개발기술 및 생산방식이 다르고 SK이노베이션도 핵심 기술력이 세계 최고수준이어서 LG화학의 기술이나 영업비밀이 필요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또 글로벌 자동차기업들 사이에서도 LG화학의 이슈 제기가 무리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이 시작한 소송전은 이르면 2020년 하반기 최종판결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