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불화수소(에칭가스) 부족으로 반도체 생산을 줄일 위기에 놓인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기업 고위급 인사들이 7월4일 국회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를 비공개 면담하고 “불화수소 등 일본산 소재 공급중단이 장기화되면 반도체 공장이 멈추는 것도 문제이지만 연구개발(R&D)이 중단돼 세계 1위 반도체 기술력이 경쟁국에 따라잡힐 여지를 주게 된다”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동에는 양사 외에 한국 반도체산업협회 간부와 불화수소 관련기업 대표도 함께 참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불화수소는 현재 재고가 1개월치도 없는 상황이며 타이완산으로 대체가 가능하나 타이완이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한국기업을 따라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어 물량 확보가 어려울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불화수소는 반도체 제조과정에서 불순물을 씻어내는 역할을 하며 총 700여개에 달하는 공정 가운데 50개 이상이 사용하고 있다.
재고를 충분히 확보해두지 않은 것은 보관이 어렵기 때문으로, 그동안은 고순도 일본산을 필요할 때마다 수입했다.
특히, 불화수소가 반도체 뿐만 아니라 신소재 관련 연구에도 필수적인 소재라는 점에서 단순한 생산량 감소에서 그칠 일이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반도체기업의 연구소, 대학 등 학계 연구기관에서도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소재이기 때문에 각종 분야에서 연구개발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일본의 경제보복 선언 직후 구매팀을 급파해 Stella Chemifa, Morita Chemical 등 현지기업을 방문하고 공급을 요청했지만 추가 재고 확보에 실패했다.
국내기업들도 불화수소를 생산하고는 있으나 일본산을 즉시 대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는 “한국은 고품질 불화수소를 만드는 기술이 부족하다”면서 “기술력 차이가 수십년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환경규제로 당장 불화수소 등 소재산업 육성이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2012년 구미 화학공장 가스 누출사고 이후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화평법) 등이 강화되면서 공장을 증설할 수 있는 길이 사실상 막힌 것으로 파악된다.
일본은 한국이 불화수소를 수입해 북한에 수출한 정황이 포착됐다며 한국의 북한 무역관리를 믿을 수 없어 경제보복에 나섰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는 불화수소를 북한에 수출한 바 없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주문한 양 만큼 모두 창고에 입고됐다고 반박했다.
솔브레인, 램테크놀로지, 후성 등도 일본이 제기한 화학물질 전용 가능성에 대해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불화수소가 화학무기 제조에 사용된다는 역시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파악된다.
박인준 한국화학연구원 박사는 “무기로 쓰는 독가스는 대부분 인이나 염소 화합물”이라며 “불소 화합물은 사용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