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폴리올레핀(Polyolefin)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바이어들에게 유리한 환경으로 가격구조가 변화하고 있다.
미국산 LLDPE(Linear Low-Density Polyethylene) 가운데 일부가 중국에서 동남아시아로 수출처가 전환되며 아시아·태평양 현지의 LLDPE 공급물량이 경쟁에서 밀려나고 있기 때문이다.
PP(Polypropylene)도 2019년 아시아에서 대규모 플랜트가 신규 가동에 돌입할 예정이어서 공급과잉이 우려되고 있다.
다만, 아시아 수요 자체는 꾸준해 고부가가치화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수출조건에 맞추어 공급하는데 주력할 것이 요구되고 있다.
엑손모빌·다우의 LLDPE 공세로 “고전”
아시아·태평양에서는 최근 엑손모빌(ExxonMobil)과 쉐브론필립스(Chevron Phillips Chemical) 등이 현지 판매 관련 인력을 증원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
엑손모빌, 쉐브론필립스 모두 2018년 미국 텍사스에서 에틸렌(Ethylene) 생산능력 150만톤의 ECC(Ethane Cracking Center)를 완공했고 유도제품 LLDPE 생산도 시작했다.
미국이 수출공세를 적극화하면서 아시아 에틸렌 현물가격은 CFR 톤당 800달러 전후, LLDPE는 900-950달러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이에 따라 PE 생산기업들은 대부분 스프레드 축소로 고전하고 있다.
미국도 ECC 신증설 영향으로 생산량이 급증함에 따라 4월 기준 에틸렌 현물가격이 톤당 평균 310달러로 급락했으나 PE까지 일괄생산체제를 갖춘 화학기업들은 아시아에 수출해도 충분한 스프레드를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북미 PE 생산기업들은 유통기업의 브랜드로 판매하는 제네릭 공급을 확대하는 한편 아시아 시장에서 바이어들이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고 있어 자체적인 판매기능을 강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관련 담당자를 늘리면서 판매체제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결과적으로 수요처 인근에서 바로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쟁력을 발휘해야 할 아시아기업들이 오히려 미국기업들에게 밀려나고 있다.
타이 석유화학 메이저 PTT Global Chemical(PTTGC)은 2018년 건설한 LLDPE No.2 40만톤 플랜트를 최근 HDPE(High-Density PE) 스윙 플랜트로 개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LLDPE 가격이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나 현지에서 LLDPE 판매를 적극 확대하고 있는 엑손모빌 및 다우케미칼(Dow Chemical)과의 경쟁에서 밀려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PTTGC는 2019년 1분기에 아시아 폴리올레핀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판매량이 50만9000톤으로 전년동기대비 17.5% 증가했으나 LLDPE 단독으는 5만6000톤으로 40% 정도 격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PP, 신증설 경쟁으로 공급과잉 전환
PP는 2018년 베트남 응이손 프로젝트(Nghi Son Refinery & Petrochemical)가 신규 40만톤 플랜트를 상업가동했고 최근 풀가동 체제를 계속하고 있어 수급이 완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2019년 가을 효성화학도 No.1 PP 30만톤 플랜트를 신규 가동할 계획이며 2020년에는 No.2 30만톤도 함께 상업가동해 총 60만톤 체제로 확대할 계획이어서 공급과잉 전환이 확실시되고 있다.
미국-중국 무역마찰이 심화됨에 따라 중국 수요기업들이 베트남산 구매를 확대하는 등 전체적인 시장의 흐름에도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말레이지아에서는 국영 페트로나스(Petronas)와 아람코(Saudi Aramco)의 합작기업이 조호르(Johor)에서 진행하고 있는 RAPID 프로젝트를 통해 PP 90만톤 플랜트를 건설했으며 곧 상업 가동할 예정이다.
대규모 생산설비들이 잇따라 상업화하면서 아시아 PP 수급에 큰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RAPID의 90만톤 플랜트는 2019년 말 상업가동을 계획하고 있으나 일정이 더 연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4월 초 원료 프로필렌(Propylene)을 생산하는 PDH(Propane Dehydrogenation) 플랜트와 정유공장을 연결하는 파이프라인에서 화재가 발생했기 때문으로, 정확한 상황은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PDH 플랜트도 피해를 입었다면 PP 플랜트 상업가동은 2020년 가능할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고부가화 중심으로 적극적 대응 필요
아시아·태평양 폴리올레핀 시장은 앞으로도 계속 하락세를 나타내면서 고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동남아와 중국, 인디아의 폴리올레핀 수요 자체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폴리올레핀 생산기업들의 대응에 따라서는 오히려 공급기업에게 유리한 상황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론도 제기되고 있다.
스미토모케미칼(Sumitomo Chemical)의 싱가폴 소재 계열사인 The Polyolefin(TPC)은 수요기업들의 요청에 맞추어 2차전지, 의료기기, 연포장재 등에 투입하는 고기능 폴리올레핀 공급을 확대함으로써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일본 종합상사들도 항구에서 물량을 인도하는데 그치지 않고 관세 등을 일시적으로 부담하고 수요처 공장까지 수송하는 DDP(관세지급인도조건)를 적극 활용하거나 현지통화 결제를 확대해 수요기업의 편의성을 극대화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단순히 판매기능을 강화하는데 그치지 않고 수지 컴파운드나 필름 등을 생산하는 가공기업에 대한 출자를 적극화함으로써 공급기능 전체를 향상시키는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국내기업들도 미국산 폴리올레핀이 대량 유입되는 가운데 수출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고부가가치화나 무역조건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등 차별화된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 요구되고 있다.
미국, 신증설 프로젝트 본격화
하지만, 미국에서 해외자본을 활용한 석유화학 프로젝트가 본격화되고 있어 마케팅 강화도 한계에 직면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토탈(Total), 보레알리스(Borealis), 노바케미칼(Nova Chemicals) 3사는 텍사스에서 추진하는 것을 목표로 계획했던 PE 플랜트 건설공사를 최근 착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상업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루이지애나에서는 사솔(Sosol)이 신규 LLDPE 플랜트를 건설할 계획이며, 롯데케미칼 역시 EG(Ethylene Glycol) 70만톤 플랜트를 2019년 2월 완공하고 에틸렌(Ethylene) 생산능력 100만톤의 ECC(Ethane Cracking Center)도 4월 상업 가동했다.
모두 셰일가스(Shale Gas) 베이스로 강력한 코스트 경쟁력을 갖춘 현지 원료를 활용하기 위한 프로젝트로 파악되고 있다.
토탈은 보레알리스와 노바케미칼이 50대50으로 합작한 노베알리스(Novealis)와 함께 텍사스의 파사데나(Pasadena)에 PE 62만5000톤 플랜트를 건설할 계획이다. 보레알리스의 폴리올레핀(Polyolefin) 프로세스 기술 Borstar를 도입한다.
파사데나에서는 이미 PE 40만톤 플랜트를 가동하고 있으며 신규 플랜트와 함께 100만톤급 생산거점으로 완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PE 플랜트 건설을 위해 텍사스 포트아서(Port Arthur)에서 2018년 에틸렌 생산능력 100만톤의 ECC 건설에도 착수했다.
에틸렌 생산물량은 파사데나의 신규 PE 플랜트는 물론 기존 플랜트에도 원료로 공급할 예정이다.
루이지애나에서는 사솔이 석유화학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에틸렌 생산능력 150만톤의 ECC를 중심으로 LDPE, LLDPE, EO(Ethylene Oxide)/EG, 고급 알코올(Alcohol), 에톡실레이트(Ethoxylate) 플랜트를 건설하며, 2019년 2월에는 LLDPE 플랜트 상업가동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동시점이 2개월 가량 지연됐으나 전체 프로젝트 진척도는 94%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케미칼은 웨스트레이크(Westlake)와 합작으로 텍사스의 레이크찰스(Lake Charles)에서 EG 70만톤 플랜트를 완공했으며 2월 상업 가동했다. ECC도 4월 상업가동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건비 상승 대응 모듈공법 부상
최근에는는 셰일가스 베이스 석유화학 프로젝트가 활성화되고 있는 가운데 인건비 및 건설비용이 상승하는 리스크가 부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JGC와 치요다(Chiyoda)가 북미 프로젝트에 모듈공법을 적용함으로써 리스크를 저감하고 있다.
아시아 야드를 활용해 모듈로 분할한 플랜트를 건설현장까지 수송하는 방법을 활용해 코스트를 절감하는 것으로 북미에서 직접 작업하는 양을 최대한 줄임으로써 납기 지연이나 예상치 못한 코스트 발생 등을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북미는 저가의 원료와 에너지·석유화학제품 수요 증가를 바탕으로 대규모 석유화학 프로젝트 건설 열풍이 다시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나 최근 수년 동안 수주한 프로젝트는 숙련공 부족, 높은 인건비, 공동으로 수주한 미국 엔지니어링기업과의 능력 차이 등으로 거액의 손실을 끌어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JGC와 치요다는 북미 프로젝트의 설계·조달·건설(EPC) 수행체제를 강화하고 있으며 프로젝트를 선별해 수주하거나 현지 파트너로 엔지니어링기업 뿐만 아니라 건설기업 등을 추가함으로써 대응능력을 향상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리스크가 높은 건설업무에 대해서는 모듈공법을 적용해 공사 단기화를 도모할 계획이다.
모듈공법은 중국, 동남아 야드에서 건설한 프로세스 패키지를 실제 건설현장으로 수송해 조립하는 방식이며, 기존공법과 다른 설계가 필요하고 수송코스트가 소요되지만 미국 현지에서 전부 진행했을 때에 비해 인건비를 대폭 낮출 수 있고 일정관리도 용이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양사는 오스트레일리아 LNG(액화천연가스) 프로젝트, 러시아 LNG 프로젝트에 모듈공법을 적용한 경험이 있다.
JGC가 미국 플루오르(Fluor)와 공동으로 수주한 LNG Canada 프로젝트는 쉘(Shell) 등이 주체로 총 수주액이 1조5000억엔에 달하고 JGC 수주액만 6000억엔으로 고정금액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는 미국 해안지대처럼 인력 확보가 어렵지 않지만 인건비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JGC는 배 1척당 모듈 적재량을 3000톤에서 1만톤으로 대폭 확대하고 현지공사 70%를 모듈화할 계획이다.
아울러 세계 유수 모듈 생산기업인 중국 COOEC와 제휴함으로써 앞으로 예상되고 있는 야드 타이트에도 대응할 방침이다.
치요다는 미국 건설기업인 Kiewit Energy와 공동으로 텍사스에서 엑손모빌이 건설하고 있는 석유화학 컴플렉스 가운데 생산능력이 180만톤에 달해 세계 최대로 알려진 에틸렌 크래커 건설공사를 수주했다.
고정금액 계약으로 수주함으로써 공사기간이 지연되면 손실이 막대할 수밖에 없어 중국 야드를 활용해 모듈을 수송한 후 건설할 계획이다.
일본, PE·PP 공급가격 대폭 인상 “실패”
일본 화학기업들은 마국산 유입으로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폴리올레핀 가격인상을 본격화해 주목되고 있다.
4월 가격인상 방침을 밝힌 프라임폴리머(PrimePolymer), 도소(Tosoh), 아사히카세이(Asahi Kasei)에 이어 5월9일에는 JPE(Japan Polyethylene)와 JPP(Japan Polypropylene)가 인상 추진 의사를 밝혔고 5월10일에도 Ube Maruzen Polyethylene이, 5월13일에는 스미토모케미칼(Sumitomo Chemical)이 인상을 발표했다.
국제유가 상승에 영향을 받아 나프타(Naphtha) 가격이 함께 오르면서 2019년 2분기 일본산 나프타 기준가격이 1분기에 비해 오름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판단 아래 코스트 증가분을 반영하기 위한 목적으로 파악된다.
다만, 나프타 현물가격이 최근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어 협상과정에서 인상폭을 조정할 가능성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4월 중순에는 프라임폴리머가 PE, PP 공급가격을 kg당 10엔 이상, 도소는 PE를 12엔 이상, 아사히카세이는 PE를 15엔 이상 올릴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5월 가격인상을 발표한 화학기업들은 JPE와 JPP가 나프타 가격 상승분, 용역비·부원료비·물류비 상승분 등을 반영시켜 PE, PP 가격을 각각 15엔 올릴 계획이라고 발표했고, Ube Maruzen Polyethylene은 PE를 15엔 이상, 스미토모케미칼은 PE와 PP를 각각 10엔 이상 인상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6월에는 도쿄 오픈스펙 기준 나프타 가격이 474달러로 2월 중순 이후 4개월만에 500달러 이하로 떨어짐에 따라 2분기 일본산 나프타 기준가격 상승폭이 당초 전망치보다 축소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일본 컨설팅기업들은 2분기 일본산 나프타 기준가격 전망치를 4월 말까지만 해도 kl당 4만7000엔 이상은 유지할 것으로 예측했으나 6월 들어 4만5000엔대 중반 정도로 하향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1분기 일본산 나프타 기준가격이 4만1200엔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승폭은 4000엔대로 당초 예상에 비해 2000엔 정도 줄어들게 된다.
이에 따라 용역·부원료 비용과 물류비 상승분을 제외한 수지 가격 상승폭이 10-12엔 수준에 달하고 있으나 실제로는8-10엔 정도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제유가·나프타 폭락으로 축소 불가피
국제유가는 OPEC(석유수출국기구) 및 비OPEC 산유국들이 1월부터 감산체제를 이어오고 있고 베네주엘라, 리비아 등의 정세불안 등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겹치며 공급불안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한국을 비롯한 8개국에 5월2일까지 한시적으로 허용했던 이란산 원유 수입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나서면서 급등세를 나타내고 있다.
4월23일에는 WTI(서부텍사스 경질유) 선물유가가 배럴당 65.75달러, 브렌트유(Brent)는 74.52달러를 형성하며 2019년 최고치를 갱신했고 연초에 비해서도 30% 정도 급등했다.
국제유가 강세를 타고 나프타 가격도 상승했으며 4월 말에는 2018년 11월 이후 5개월만에 처음으로 톤당 600달러 이상으로 올라섰다.
일본산 나프타 기준가격은 1분기 kl당 4만1200엔을 형성했으나 2분기에는 아시아 가격 상승세를 반영해 4만엔대 후반으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폴리올레핀 생산기업들이 거래가격 인상에 나선 것도 일본산 나프타 기준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프라임폴리머와 도소는 2분기 일본산 나프타 기준가격이 4만8000엔 정도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5월 말부터 약세로 돌아서 6월 초에는 60달러대로 곤두박질쳤고, 나프타 가격도 5월 중순 이후 하락세로 전환돼 5월 말에는 C&F Japan 500달러 수준을 형성했고 6월에는 400달러대로 하락했기 때문에 수요기업들이 PE 및 PP 거래가격 인상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나프타 기준가격이 상승할 것은 확실해 인상 폭을 조정할 가능성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중국의 무역마찰 심화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고 양국의 보복관세 부과 조치로 글로벌 경기가 침체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WTI는 50달러대, 브렌트유는 60달러대 초반으로 급락함으로써 나프타도 약세를 계속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일본산 나프타 기준가격은 대체로 해당 분기의 아시아 나프타 가격을 기준으로 결정하며 2분기 가격은 7월 중순까지의 현물가격을 바탕으로 정하기 때문에 나프타 약세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폴리올레핀 인상 폭이 축소가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된다.
<강윤화 선임기자: kyh@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