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반도체·디스플레이산업에 이어 2차전지 소재인 파우치필름도 규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파우치필름은 파우치형 배터리의 포장소재로 사용하며 현재 전량을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어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전략물자 수출 시 허가를 간소화해주는 우방국)에서 제외하는 2차 무역보복을 강행한다면 생산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 LG화학 등 국내 배터리기업들은 파우치필름을 글로벌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일본 Dai Nippon Printing(DNP)과 쇼와덴코(Showa Denko)로부터 전량 공급받고 있다.
전기자동차(EV)용 배터리는 크게 원통형과 파우치형으로 구분하며 파우치형이 공간활용성과 효율성이 더 높아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주력 생산하고 있다.
파우치필름은 은박지 형태로 파우치형 배터리의 배터리셀을 감싸 보호하는 포장소재로, 배터리의 안정성을 담보하며 전체 제조코스트의 1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배터리 관계자는 “파우치필름이 일본의 2차 제재 품목에 포함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일본산 대안으로 중국산도 있지만 품질면에서 떨어지기 때문에 당장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현재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는 중국 Shenzhen Selen Science & Technology는 일본기업를 인수해 파우치필름 제조기술을 확보했지만 국산 배터리의 품질 수준을 충족하지 못했고 최근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배터리 수요에 대응할 만한 생산능력도 갖추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일본기업들이 그동안 한국 배터리기업에게 글로벌 시세 대비 최대 50%까지 저가에 파우치필름을 공급했기 때문에 중국산의 유일한 장점인 가격 메리트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글로벌 EV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 중국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파우치필름 공급중단에 따른 생산차질은 치명적”이라며 “양극재와 음극재 등 핵심소재 외에도 파우치필름 같은 소재에 대한 정부의 국산화 지원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4년 동안 500여건이 넘는 배터리 소재 국책과제가 발표됐지만 파우치필름 관련은 10건에 불과했다.
국내에서는 율촌화학이 파우치필름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는 있으나 현재 양산하지 않고 있으며, 희성화학으로부터 배터리 소재 관련 사업을 인수한 BTL첨단소재만이 파우치필름 양산을 위해 3월부터 LG화학과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BTL첨단소재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6개월 정도 시험기간이 필요하다”며 “희성화학이 LG화학에서 관련 기술에 대해 2번이나 인증을 받았기 때문에 양산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K)